<세태추적> 텐프로 ‘여신 에이스’ 필수조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24 11: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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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되고 몸매 되고 교양까지 갖춘…“내가 제일 잘 나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 달 평균 수입이 1000~2000만원, 연봉으로 치면 2억에 육박한다. 잘나가는 경우는 월 3000~5000만원이 넘고 스폰까지 잘 잡으면 연간 10억도 넘긴다. 성공한 CEO도, 내로라하는 전문직 여성도 아닌 서울의 최고급 룸살롱 ‘텐프로’ 종사자들 얘기다. 톱스타 여자 연예인 다음으로 많은 돈을 번다는 이들은 미모 역시 연예인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 학벌과 교양까지 겸비한 여성들이 많다고 하니 그야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속칭 텐프로 에이스가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그녀들의 삶을 엿봤다.

‘텐프로’(10%). 일명 유흥가에서 상위 10%에 속할 만큼 수질이 좋은 곳을 일컫는 이곳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 뭇남성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힌다.

‘여자 연예인 뺨친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미모를 지닌 그녀들. 실제 연예계로 빠진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 외모는 가히 상상 이상일 것이다. 쉽게 만나고 또 가지기 어려운 여성들이 자신과 농담을 주고받고 술을 마시고 놀기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얼굴만 예쁜 것은 아니다.

상상 초월 스펙?

요즘엔 돈만 있다면 미인으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성형미인이 업소에 들어오거나 업소에서 해주는 성형대출, 속칭 마이킹(미리 지급하는 보수)을 받고 성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굴만 예쁜 것으로 진정한 텐프로를 가리지 않는다.

얼굴과 몸매는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 텐프로 업소의 구인광고 지원자격에 따르면 “신장 170 이상의 모델급 신체조건을 지닌 여성분, 키와 상관없이 탤런트급의 외모를 지닌 여성분, 자연스러운 화장으로 청순미나 지성미가 넘쳐나는 여성분”이라고 적혀있다. 여기에 연기 및 모델 경력자, 기타 방송활동 유경험자는 채용 시 우대혜택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외모가 몸값을 결정하는 게 이 바닥이라고 하지만 텐프로 중에는 미모와 몸매는 기본, 주5일 근무에 나름 교양있는 아가씨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텐프로의 경우 룸내에서 스킨십이 없는 대신 손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텐프로의 주고객은 억대 연봉의 대기업 임원급이나 부동산 재벌, 중소기업 사장, 건물소유주의 아들 등이다.

‘미모’는 기본…외국어, 배경지식, 재치 유머까지
빚에 빚을 낳는 그녀들의 ‘쳇바퀴 돌듯 도는 삶’

가끔 심도 있는 이들의 대화 진행에 참여해야 하고 재치와 유머를 겸비해야 진정한 상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차 접대를 위해 찾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외국어에 능통한 여성도 있다.

텐프로 업소 관계자는 “요즘 텐프로 아가씨들 중에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없다. 얼굴만 예쁜 유흥업소 종사자와는 달리 교양을 겸비해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들은 스폰 역시 잘 만나곤 하는데 상위 10%의 스폰서를 건진 극소수 텐프로 에이스의 스펙을 보면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거나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연예인급 외모다”라고 말했다.

이어 “능력 있는 스폰을 한 셋 정도 잘 잡으면 한명은 강남의 오피스텔을 마련해주고, 한명은 고급차를 뽑아주고, 한명은 명품백이나 생활비를 대준다고 보면 된다. 물론 외모와 화술만 갖고 스폰을 잘 물어서 스펙업을 하는 여성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싸구려 같지 않은 아름다움’이 텐프로의 조건인 것이다. 신비로운 컨셉의 그녀가 교양, 미모까지 갖췄으니 남성들이 안달나기에 적당하다. 게다가 옆에서 같이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스킨십이 금지된 텐프로의 특성 상, 몸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는 여성이 남성의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이다.


그녀들이 버는 돈은 능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텐프로라 하더라도 분명 외모에도 차이가 있고 룸안에서의 스킬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돈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녀들의 주수입은 ‘룸 TC(서비스비용)’인데 일반적으로 한 룸당 TC는 10만원 정도다. 한 룸으로부터 받는 팁 10만원 중 10%를 부장에게 떼어주면 9만원은 그녀의 몫이다.

업소에서 잘 나가는 에이스인 경우엔 하룻밤 9~10개의 룸을 드나들며 이들 모두로부터 팁을 받는다. 이들은 월 최소 1300만원부터 많게는 3000만원 이상까지도 돈을 벌 수 있다. 불과 한달 동안 일반 샐러리맨의 연봉과 맞먹는 액수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물 새듯’ 사는 삶

그러나 많이 버는 만큼 큰 씀씀이가 문제다. 한 텐프로 업소 종사자는 “아가씨들도 외모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손님들로부터 ‘초이스’를 자주 받기 위해선 성형수술이 필수고 몸매관리는 물론 외모와 명품스타일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들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한다. 그러다 돈이 궁핍해지면 높은 이자에 돈을 끌어다 쓰고 다시 갚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빚에 빚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고 화류계에 몸담는 그녀들. 그녀들도 사람이기에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울고, 돈 때문에 울고, 꿈과 미래 때문에 운다.

그녀들을 지칭하는 ‘밤에 피는 꽃’. 이 화려한 수식어 뒤로 저마다의 사연을 감춘 채 손님을 맞는 그녀들의 고달픔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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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