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관우 피습사건 수수께끼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0: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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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팬’ 가장한 ‘피’의 복수극?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조관우(47)가 지인에게 깨진 소주병으로 목 부위를 찔려 100여 바늘을 꿰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속사는 조관우가 생명에 지장이 없고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했으며, 살인미수 혐의를 받은 지인은 조관우의 선처로 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가볍지 않은 사건인 만큼 가해자와 사건 경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고 있다. ‘조관우 피습사건’과 관련 여전히 남은 궁금증과 역대 연예인 테러사건을 돌이켜봤다.

‘늪’ ‘꽃밭에서’ ‘겨울이야기’ 등 주옥같은 노래를 선사해온 미성가수 조관우(47). 그가 최근 목을 130바늘이나 꿰맸다. 그를 그렇게 만든 범인은 4년 전부터 알고지낸 지인.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 전모(45)씨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며 조관우와는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만나 집을 오가거나 술을 마시며 ‘호형호제’ 하는 사이였다. 

한 달에 두 번 보는
‘형님동생’ 사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 15일 새벽도 그랬다. 조관우와 전씨는 1차적으로 술자리를 가진 후 2차 술자리를 갖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위치한 조관우의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씨가 소주병을 깨 조관우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조관우는 이 피습으로 가수에게 중요한 목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130여 바늘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전해지자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팬’이라고도 하고 ‘로드매니저’라고도 알려진 지인의 진짜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조관우와 전씨가 알게 된 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와 팬으로 만나 한 달에 한  두 번 술자리를 하며 친하게 지내왔다.

일부에서 로드매니저였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었던 이유는 전씨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조관우가 공연차 지방에 내려갈 경우 차량 운전을 해주거나 허드렛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팬도 아니고 매니저도 아닌 애매한 관계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고해도 전씨가 피고용인의 입장이라면 금전적 요구까진 아니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바랐을 수도 있다는 것.

조관우, 술 취한 지인이 휘두른 깨진 병에 목 찔려
가해자, 팬도 아니고 매니저도 아닌 ‘애매한 관계’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단순한 지인관계를 넘어 기획사 직원처럼 공연 때마다 동행했다면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를 약속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씨가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소주병을 깨뜨려 조관우의 목을 찔렀다는 것은 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건이 발생한 식사동의 한 주민도 “조관우와 전씨가 동네에서 가끔 소주를 마시면서 말다툼을 하는 등 평소 갈등이 있어 보였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한다.


119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도 전씨가 조관우의 목 부위를 지혈하면서도 화가 잔뜩 나 있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씨와 조관우 소속사 측은 특별한 이유도 없는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입장이다. 전씨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많이 취한 상태였지만, 말다툼도 없었고 전혀 안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다. 귀신에 씐 것만 같다.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에서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소하더라도 어떤 계기가 있었겠지만 사건 당시 분위기로 보아 범행 동기가 발생할만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입장이다. 전씨가 소주 두 병을 사 들고 가던 중 갑작스럽게 소주병을 깨고 흉기로 사용한 점을 보아도 계획되지 않은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우발적이었다고 해도 가볍지 않은 피해를 당한 조관우가 가해자의 처벌을 주장하다 하루만에 마음을 돌린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유 없이 저지른
우발적 범행?

응급 수술 후 귀가한 조관우는 사건 당일 피해자 진술에서 전씨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해놓고 하루 만에 전씨의 잘못을 용서하면서 합의서를 써줬다.

합의에 대해선 소속사 측에 미리 알리지도 않았고 조관우는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조관우가 그 배경을 다급히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은 마음이 다급해진 전씨 가족들이 사건당일 오후 잘 알고 지내던 조관우를 찾아가 빌다시피 사과를 한 후 합의서를 받아 온 것으로 추정했다.

예당엔터테인먼트도 공식입장을 통해 “사건 후, 전씨가 병원을 방문해 눈물로 사과의 뜻을 전했고 조관우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원만하게 합의에 응해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면서 “현재 전씨는 불구속 조사 중이다. 조관우의 가까운 지인이라 모든 부분에 있어 조관우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입장을 믿더라도 전씨가 어떤 계기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즉 범행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남는다.

하루 만에 돌변
합의 ‘왜?’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의 경우 원한관계나 금품 등의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전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가 검찰과 법원 재판에서 밝혀질지 아니면 술에 취해서 저지른 이른바 ‘주폭’으로 처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연예인들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과거 연예인 피습사건에 대한 관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방비로  노출 돼 있는 직업이라 언제든 테러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대중의 뇌리에 남은 연예인들 피습사건은 늘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예인 피습사건은 1989년 형제 그룹 ‘수와진’의 안상진이 무방비 상태로 팬에게 폭행을 당한 후 뇌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안상진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병원생활만 3년, 요양만 14년을 했다”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고 고백했다.

2008년 2월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귀가도중 자신의 집 앞에서 20대 정신질환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노홍철은 왼쪽 귀가 찢어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100kg이 넘는 거구인 가해자는 품속에 과도까지 소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더욱이 가해자는 노홍철의 집 주소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연예인들의 신상정보 노출에 대한 위험성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분노’인가 ‘원한’인가…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여전
끊이지 않는 연예인 테러…“성숙한 팬 의식 필요”


이 뿐만 아니다. 2007년에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배우 이승신이 남편인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의 콘서트장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있었고,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2006년 팬이 건넨 본드가 든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배우 송혜교는 2005년 전 매니저에게 염산과 환각제를 뿌리겠다는 협박을 받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두 명의 미녀 탤런트가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도지원은 한 스포츠센터 주차장에서 2명의 남녀에게 납치당해 5시간동안 끌려 다니다 풀려나는 아찔한 경험을 했고, 몇전 전 세상을 떠난 고 최진실 역시 귀가하는 도중 엘리베이터에서 한 남성에게 납치당할 뻔했다가 비명을 듣고 온 매니저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당시 여배우를 흉기로 위협하고 납치하려 시도했던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가요계의 두 거성 나훈아와 남진도 피습을 당했다. 남진은 1989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남자 3명에게 공격을 당해 허벅지를 관통하는 큰 상처를 입었고, 나훈아는 1972년 공연 도중 올라온 남성이 깨진 사이다 병을 휘둘러 왼쪽 뺨이 찢어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같이 연예인들에 대한 피습이 잇따라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 노출이 되면서 스토킹이나 피습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위험관리를 한 명의 매니저가 아울러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있다. 연예인들을 피습으로부터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연예인 신변안전
‘적신호’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태생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으니 환호와 더불어 질시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피해자가 돼야 할 이유는 없다.

스타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람. 그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은 그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이어질 뿐이다. 연예인 스스로와 또 팬들의 성숙한 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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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