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16 소신발언'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4 09:07:37
  • 댓글 0개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6과 관련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박 전 위원장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도 잇따랐다.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역풍을 맞은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쿠데타는)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그 후 나라발전이나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껴만 가도 되는데
왜 자꾸 오답?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에 대해 "쿠데타가 이렇게 미화돼서는 안 된다"며 "독재자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일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고 일갈했다. 이밖에도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야권 정치인들과 비박주자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들이 가장 바라던 답변이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5·16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4.5%나 급락했다. 이번 발언으로 수도권에서만 어림잡아 100만표가 날아갔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5·16쿠데타'는 지난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육군사관학교 8기생 출신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말한다. 폭력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교체였다는 점과 이후 박정희 정권이 정권이양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의 독재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5·16을 '혁명'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무능한 장면 정부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 불황과 안보 위기, 사회 혼란을 수습했으며 결과적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감안할 때 5·16을 마냥 매도할 수만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군사쿠데타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5·16발언 정국 '벌집'…버릴 건 버리고 간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조차 이번 발언이 모범답안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부에서는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써서 논란을 피하자거나, 절차적 부당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차라리 '자식 된 도리로 어떻게 아버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겠냐'며 정에 호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며 "표를 얻기 위해 무조건 여론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박 전 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평소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언젠가는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켰는가 하면 박정희 사망 10주기 추도 행사를 대대적인 규모로 치러내기도 했다. 박정희를 미화하는 영화 <조국의 등불>을 제작했고, 박정희의 업적을 담은 <겨레의 지도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사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소신은 늘 한결 같았던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07년 첫 대권 도전 때는 5·16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까지 치켜세웠는데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수위를 다소 낮춘 것이라는 평가다.  

야권 십자포화
표심 '흔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이렇듯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정치권의 의문은 여전하다. 이미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 '쓴맛'을 봤던 박 전 위원장이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5·16에 대해 "역사에 맡긴다"는 정도의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압도적 이었다. 특히 중도층과 30·40대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기에 이번 발언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논란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결코 손해만 보는 발언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전 위원장 본인도 그러한 확신과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에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에게 아버지 박정희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이었다. 선거과정에서 늘 역사인식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당해왔다. 에둘러 답변을 회피한다면 지금 당장은 편하겠지만 대선정국 내내 시달릴 수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확실한 답변을 내놓고 유권자들이 역사적 평가를 내릴 시간을 줌으로써 재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박 전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5.16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가 1차 산업에 주력하고 있던 시기에 박정희 정권이 전자,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공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의견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와 덧붙여 "어차피 청년층에서는 '박정희=독재자' '박정희≒박근혜' 라는 막연한 공식이 성립해왔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오히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한다면 잠재적으로 젊은층의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관계자 "에둘러 표현하고 넘어가도 될 사항인데..."
2007년 대선경선서 이미 쓴맛…다시 언급한 이유는?

이밖에도 그는 "이미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대선정국 내내 재탕, 삼탕 하는 것은 야권 대선주자로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대선정국 초반에 부각된 것은 잘 된 일이다. 막상 대선정국 막바지에는 이러한 이슈가 잊혀질 가능성도 있어 지지율은 다시 회복 될 것"이라고 예상 했다.

이번 발언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이번 발언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은 일부 중도층의 표심을 잃긴 했지만 전통적인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라며 "최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화두를 내놓으면서 정작 고정지지층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고정지지층은 강력하게 붙잡아 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최근 홍사덕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5·16의 성격에 대해 폄훼하는 말을 박 전 위원장에게 자꾸 요구하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군사정변이라고 말해달라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보수층 내에서는 박근혜 동정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이 이번 발언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 같은 소신을 대선을 의식해 바꾸거나 혹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 사고로 본다면 이번 발언은 분명한 악재이겠지만 길게 본다면 표를 얻기 위해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박근혜 정권 출범 후 박정희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복권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모두 정치적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늘 일관되게 언급해왔던 내용이고 사실 아무런 의도도 없는데 유력 주자이다 보니 행보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수층 집결
소신정치 어필


이 같은 비판에도 정치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분명한 '노림수'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거캠프관계자와 보좌진들이 박 전 위원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코치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고, 그 파장 또한 잘 알고 있었을 박 전 위원장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공식석상이었다. 2007년 대선경선에서 홍역을 치른 이후 5년간이나 답변을 회피해왔던 박 전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에서 작심한 듯 내놓은 답변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4·19혁명으로 수립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5·16쿠데타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유력 대권주자의 행보가 그에게 해가 되기는커녕 득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 슬프다"며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 '바른 선택'으로 보는 정치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