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16 소신발언'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4 09: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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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6과 관련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박 전 위원장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도 잇따랐다.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역풍을 맞은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쿠데타는)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그 후 나라발전이나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껴만 가도 되는데
왜 자꾸 오답?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에 대해 "쿠데타가 이렇게 미화돼서는 안 된다"며 "독재자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일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고 일갈했다. 이밖에도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야권 정치인들과 비박주자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들이 가장 바라던 답변이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5·16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4.5%나 급락했다. 이번 발언으로 수도권에서만 어림잡아 100만표가 날아갔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5·16쿠데타'는 지난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육군사관학교 8기생 출신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말한다. 폭력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교체였다는 점과 이후 박정희 정권이 정권이양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의 독재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5·16을 '혁명'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무능한 장면 정부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 불황과 안보 위기, 사회 혼란을 수습했으며 결과적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감안할 때 5·16을 마냥 매도할 수만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군사쿠데타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5·16발언 정국 '벌집'…버릴 건 버리고 간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조차 이번 발언이 모범답안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부에서는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써서 논란을 피하자거나, 절차적 부당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차라리 '자식 된 도리로 어떻게 아버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겠냐'며 정에 호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며 "표를 얻기 위해 무조건 여론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박 전 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평소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언젠가는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켰는가 하면 박정희 사망 10주기 추도 행사를 대대적인 규모로 치러내기도 했다. 박정희를 미화하는 영화 <조국의 등불>을 제작했고, 박정희의 업적을 담은 <겨레의 지도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사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소신은 늘 한결 같았던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07년 첫 대권 도전 때는 5·16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까지 치켜세웠는데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수위를 다소 낮춘 것이라는 평가다.  

야권 십자포화
표심 '흔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이렇듯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정치권의 의문은 여전하다. 이미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 '쓴맛'을 봤던 박 전 위원장이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5·16에 대해 "역사에 맡긴다"는 정도의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압도적 이었다. 특히 중도층과 30·40대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기에 이번 발언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논란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결코 손해만 보는 발언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전 위원장 본인도 그러한 확신과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에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에게 아버지 박정희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이었다. 선거과정에서 늘 역사인식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당해왔다. 에둘러 답변을 회피한다면 지금 당장은 편하겠지만 대선정국 내내 시달릴 수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확실한 답변을 내놓고 유권자들이 역사적 평가를 내릴 시간을 줌으로써 재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박 전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5.16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가 1차 산업에 주력하고 있던 시기에 박정희 정권이 전자,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공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의견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와 덧붙여 "어차피 청년층에서는 '박정희=독재자' '박정희≒박근혜' 라는 막연한 공식이 성립해왔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오히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한다면 잠재적으로 젊은층의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관계자 "에둘러 표현하고 넘어가도 될 사항인데..."
2007년 대선경선서 이미 쓴맛…다시 언급한 이유는?

이밖에도 그는 "이미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대선정국 내내 재탕, 삼탕 하는 것은 야권 대선주자로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대선정국 초반에 부각된 것은 잘 된 일이다. 막상 대선정국 막바지에는 이러한 이슈가 잊혀질 가능성도 있어 지지율은 다시 회복 될 것"이라고 예상 했다.

이번 발언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이번 발언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은 일부 중도층의 표심을 잃긴 했지만 전통적인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라며 "최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화두를 내놓으면서 정작 고정지지층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고정지지층은 강력하게 붙잡아 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최근 홍사덕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5·16의 성격에 대해 폄훼하는 말을 박 전 위원장에게 자꾸 요구하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군사정변이라고 말해달라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보수층 내에서는 박근혜 동정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이 이번 발언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 같은 소신을 대선을 의식해 바꾸거나 혹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 사고로 본다면 이번 발언은 분명한 악재이겠지만 길게 본다면 표를 얻기 위해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박근혜 정권 출범 후 박정희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복권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모두 정치적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늘 일관되게 언급해왔던 내용이고 사실 아무런 의도도 없는데 유력 주자이다 보니 행보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수층 집결
소신정치 어필


이 같은 비판에도 정치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분명한 '노림수'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거캠프관계자와 보좌진들이 박 전 위원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코치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고, 그 파장 또한 잘 알고 있었을 박 전 위원장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공식석상이었다. 2007년 대선경선에서 홍역을 치른 이후 5년간이나 답변을 회피해왔던 박 전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에서 작심한 듯 내놓은 답변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4·19혁명으로 수립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5·16쿠데타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유력 대권주자의 행보가 그에게 해가 되기는커녕 득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 슬프다"며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 '바른 선택'으로 보는 정치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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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