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권’ 총수 일가 캐시카우 백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27 08:41:44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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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꼬치서 곶감 빼먹듯…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기업 지주사 밖 회사는 여전했다. 그동안 지주사 밖 회사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의 사각지대였다. 현재 대기업들이 170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직접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공정위가 이주사 밖 회사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지주회사 밖 회사란 대기업 지주사 밑에 계열사에 포함돼있지 않은 회사를 뜻한다.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밖 계열사를 두는 건 내부거래 비중을 높여, 총수 일가에게 부의 이전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기업 23곳 
지주사 전환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 지주회사 밖 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주회사에 포함시키지 않고 굳이 계열사를 지주회사 바깥에 두는 이유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일 수 없거나 아니면 내부거래 비중을 늘려 기업 가치, 나아가 오너의 주식가치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곳이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주사 밖 회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가 대기업들을 지주회사로 전환시키려는 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막기 위함이다. 최근 각종 규제로 많은 대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있지만, 지주사 밖 회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재벌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로 그룹 지배구조를 전환하고도 지주사 체제를 비껴 소유한 계열사가 170개에 달했다. 이들 회사 중 일부는 총수 2세 지분율이 20%를 넘어 총수 일가 대물림 소유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2019년 9월 말 기준)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대기업집단(그룹)을 일컫는 ‘전환 집단’은 모두 23개로, 작년(22개)보다 1개 줄었다. 전환집단 판단 기준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지주회사 및 소속 자·손자·증손회사의 자산총액 합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다.

지주사 밖 계열사로 지배력 키워
자회사 81개 오너 지분 20% 넘어

구체적으로는 1년 사이 롯데·효성·에이치디씨(HDC) 3개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새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체제 상태서 애경이 대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됐다. 반대로 메리츠금융·한진중공업·한솔은 전환집단서 제외됐다. 23개 전환집단, 쉽게 말해 ‘지주회사 체제 그룹’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1개였다.

이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와 총수 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각 27.4%, 49.7%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시점의 28.2%, 44.8%와 비교하면 총수 지분율은 떨어졌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은 오히려 다소 높아졌다. 이는 새로 전환집단에 포함된 효성과 애경의 총수 지분율(각 9.4%·7.4%)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53.3%·45.9%)이 높기 때문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전환집단은 전체 962개 계열사 중 760개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했다. 지주회사 편입율(지주회사 및 자·손자·증손회사 수/전체 계열사 수)이 79%라는 뜻이다. 전환집단별 지주회사 편입율 보면 ▲동원(100%) ▲아모레퍼시픽(100%),▲엘지(97.2%) 등이 높고 ▲농협(36.6%)▲한국타이어(54.2%)▲셀트리온(54.5%) 등이 낮았다. 

반대로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는 모두 170개로 확인됐다.

내부거래 통해 
일감 몰아주기

‘체제 밖 계열회사 중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현황’에 따르면 이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81개,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28개였다. ▲SK(3개) ▲LG(2개) ▲롯데(29개) ▲GS(25개) ▲현대중공업(2개) ▲한진(11개) ▲CJ(4개) ▲부영(10개) ▲LS(13개) ▲효성(20개) ▲하림(7개) ▲코오롱(5개) ▲HDC(3개) ▲한국타이어(11개) ▲세아(4개) ▲셀트리온(5개) ▲동원(0개) ▲한라(1개) ▲아모레퍼시픽(0개) ▲하이트진로(1개) ▲애경(14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제 밖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계열사는 모두 28개로 확인됐다.

‘체제 밖 계열회사 중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현황’에 따르면 ▲GS(8개) ▲한진(1개) ▲CJ(1개) ▲부영(2개) ▲LS(6개) ▲효성(5개) ▲하림(2개) ▲세아(1개) ▲애경(2개) 등이다. 결국 170개 중 64%인 109개(81+28개)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잠재적 위험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라며 “예를 들어 지주회사 밖 계열사와 지주회사 내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 81개 가운데 9개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주회사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해당 계열사(9개) 중 6개서 총수 2세의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사각지대 
꼼수 회사들

▲하림 = 올품은 지주회사 하림지주 지분 5.30% 보유. 경우는 하림지주 지분 0.49% 보유. 농업회사법인 익산 하림지주 0.28% 보유.

▲한국타이어 - 신양관광개발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0.02% 지분 보유.

▲세아 = 에이치피피 지주회사 세아홀딩스 지분 5.13% 소유, 에이팩인베스터스 지주회사 세아제강지주 지분 19.36% 보유, 세아홀딩스 지분 0.01% 보유.


▲하이트진로 = 서영이앤티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 보유

▲애경 = 애경개발 지주회사 에이케이홀딩스 지분 8.55% 보유, 에이케이아이에스 에이케이홀딩스 지분 10.37% 보유.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5.83%로, 작년(17.16%)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일반집단(대기업집단 59개 중 전환집단 제외) 평균(9.87%)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6%포인트(P) 컸다.
 

9월 현재 공정거래법상 전체 지주회사는 173개로, 작년 같은 시점과 같았다. 이 가운데 54.3%(94개)가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중소 지주회사로,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자산총액 최소 규모 유예기간이 만료(2027년 6월말)되면 지주회사서 제외될 예정이다.

규제 안 받는 개인회사 170개
사익추구 행위 포착 시 제재

지주회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4.2%(일반지주 34.6%·금융지주 28.5%)로 법령상 부채비율(200% 이하)을 대부분 충족했다. 심지어 10개 중 9개(91.3%)의 부채비율은 100%를 밑돌았다.


73개 지주회사의 평균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수는 각 5.3개, 5.6개, 0.5개로 전년(5개·5.2개·0.5개)과 비교해 자·손자 회사 수가 늘었다.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만 보면 평균적으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각 10.9개, 19.3개, 2.8개씩 거느리고 있었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 72.7%, 82.5%로 집계됐다.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기준(상장 20%·비상장 20% 이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한 일반 지주회사의 소속회사 지분율은 ▲ 상장 자회사 39.4→40.1% ▲ 비상장 자회사 82.7→85.5% ▲ 상장 손자회사 43→43.7% ▲ 비상장 손자회사 83.6→84.5% 등에서 모두 높아졌다.

공정위는 향후 지주사 밖 회사들의 사익편취 사각지대에 대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 요건을 상향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드디어…
제동 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환집단의 체제 밖 회사 중 절반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및 경제력 집중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총수 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 등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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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