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대웅제약’ 피 튀는 보톡스 전쟁 막전막후

둘 중 하나는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양사는 균주 도용 여부를 두고 그야말로 혈전을 벌이고 있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했다’는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출시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흔히들 알고 있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 ‘보톡스’를 일컫는다. 대웅제약은 그보다 늦은 2014년 ‘나보타’를 선보인 후발주자다.

균 출처
물음표

발단은 지난 2016년 국정감사서 비롯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10년 국내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발견해 신고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보툴리눔 독소는 1g의 소량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 기 의원의 요지는 보툴리눔 독소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대웅제약의 균 출처가 드러났다. 대웅제약은 회사 근처 마구간 흙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발견했다.

메디톡스는 이른바 ‘균주 기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보톡스 원료인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그 대상이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대표는 자사 보톡스 제품의 균주 370만개 염기서열을 모두 공개했다.

정 대표는 “보톡스 균은 발생 지역에 따라 유전정보에 차이를 보인다”며 “미국서 들여온 메디톡스 균과 회사 근처 마구간서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균 정보가 일치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등도 똑같이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압박이었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 균주에 ‘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을 지목했다. 정 대표는 “홀은 미국 위스콘신대, 엘러간, 메디톡스만이 보유하고 있는 균주”라며 대웅제약의 균 출처에 물음표를 찍었다.

설전이 법적 분쟁으로…수년간 제자리
“뺐어갔다” vs “찾아냈다”한치 양보 없어 

대웅제약은 반박에 나섰다.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토양미생물이라는 것. 보톨리눔 균을 토양서 분리 동정한 사례에 관한 논문이 그 근거였다. 식품의약처(이하 식약처)가 중재에 나섰지만 매듭짓지 못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가 의심된다며 경찰에게 대웅제약 수사를 의뢰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내사 종결됐다. 겉으로 보기에 ‘보톡스 갈등’은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양사 간 신경전이 대결 구도로 치달았다.

2016년 12월 메디톡스는 한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는 ‘진짜는 말(馬)이 필요없다’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 서열 업계 최초 공개’라는 문구가 강조됐다. 앞서 대웅제약이 균의 출처를 마구간으로 밝혀둔 상황이었다. 사실상 대웅제약을 겨냥한 광고로 여겨졌다.
 


메디톡스 측은 광고 제작에 대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기서열 공개가 가장 빠르고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해당 광고를 신문과 TV, 라디오, 온라인 포털 등에 내보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TV광고가 약사법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식약처는 관련 제품에 1개월 광고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선 메디톡스 측의 광고 제작이 진흙탕 싸움을 부추겼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광고 공격

2017년 5월 대웅제약은 나보타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메디톡스는 다음달인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터 법원에 대웅제약과 알페온(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자사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 수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주장이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발목 잡기’로 일축했다.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는 알페온을 통해 미국 FDA 허가신청을 완료한 상태”라며 “메디톡스는 미국서 임상 3상 시험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업계 후발주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소송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서 다툴 일이 아니므로 한국 법원서 다루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법원 판결을 가지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법원 결정을 두고 “민사소송은 부적합하다는 판단”이라며 “소송으로 위협받았던 나보타의 선진국 진출도 힘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입장은 정반대였다. 메디톡스는 “명령문 어디에도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 법원 판결은 한국서의 소송을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명령문을 통해 한국서 진행하는 소송을 지켜본 뒤 소송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2017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공시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제기’라는 제목으로 보툴리눔 균주 및 독소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내용을 게재했다. 보툴리눔 균주 관련 정보가 담긴 문서와 파일을 삭제하고, 나보타 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라는 요구였다.

대웅제약 측은 ‘자사 균주 출처가 이미 여러 차례 정부기관의 실사를 통과한 점’ ‘수사기관 조사에서 무혐의 내사 종결된 점’ 등을 강조했다. 또 소송 진행 시 법정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미국 법원은 각기 다른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은 ‘각하’, 메디톡스와 알페온 등은 ‘유지’였다. 대웅제약 소송은 한국서, 알페온 등의 소송은 미국서 진행하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올해 1월 대웅제약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제소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이 이유였다. 새해부터 양사 갈등에 불이 지펴진 셈이다.

메디톡스는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했다. 전직 직원이 대웅제약에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을 넘겼다는 것.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월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시장서 판매될 조짐을 보였다. 나보타가 FDA로부터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12월 메디톡스는 FDA에 시민청원서를 제출했다. 나보타의 보툴리눔균 출처가 확인되지 전까지 허가를 보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FDA는 이를 거부했다.

나보타 심사 과정서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못했고, 보툴리눔균 전체 유전자 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이 청원 거부로 이어졌다.


해외 소송
국내 소송

같은 해 3월 ITC는 공식 조사 실시를 의결했다. 양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지적재산권을 탈취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것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시장방어 전략을 재차 강조하며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미국서 기업들이 경쟁 제품이 출시될 때 통상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주장에 무고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착수한 ITC는 지난 5월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 등을 메디톡스 지정 전문가에게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ITC는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다. 증거 개시 절차란 소송 관련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핵심쟁점인 균주의 실체가 드러날 조짐을 보이자 양사의 공방전은 여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ITC 소송보고서는 결정적이었다.

지난 7월 ITC 결정에 따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전문가를 통해 각각의 균주에 대한 감정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메디톡스 균주 감정 결과 보고서와 대웅제약 반박 보고서가 ITC 재판부에 제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양사 대리인들의 합의를 통해 결론 부분이 공개됐다.

대웅제약 측은 균부 분석 결과,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반면 메디톡스 측은 돌연변이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 측 전문가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의 직접 비교를 통해 양사 균주가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셔먼 박사는 메드톡스 측 분석 방법이 부분적 결과만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반면 메디톡스 측 전문가인 폴 카임 박사는 일부 차이는 균주 증식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봤다.

무대 가리지 않고 해외서도 소송전
첨예한 입장차 여전…후폭풍 불가피

포자 형성 시험결과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차가 감지됐다. 메디톡스 측 앤드류 피켓 박사의 보고서는 대웅제약 측 감정시험과 동일 조건서 포자감정을 시행,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그간 메디톡스가 주장한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 균주가 당초 주장한 균주가 아닌 다른 균주였거나 감정에 사용된 균주가 메디톡스가 사용하던 균주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가 어떠한 조건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균주를 가리켜 토양 분리 동정을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러나 메디톡스 측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 측 전문가 감정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을 주장했다. 메디톡스 측 전문가 폴 카임 교수는 “대웅제약 균이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 동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이를 근거로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가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서 유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 대웅제약 본사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반박보고서는 한국토양서 균주를 분리 동정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는 자료”라고 꼬집었다. 특히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유리한 정보만 공개한다고 비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규제기관에 자사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제출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이례적인 실험 조건서 포자가 형성됐다는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 공개한다”며 “대웅제약이 시행한 이례적 실험조건으로 메디톡스의 균주도 포자가 형성됐다는 결과를 ITC에 제출했음에도 정작 제소과정에서는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맞다”
“아니다”

한편 ITC는 재판 결과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수입과 유통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를 훔쳤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대웅제약은 도덕성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국내 토양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메디톡스의 경쟁사 발목 잡기가 수면 위로 부상, 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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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