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9>하반기 달라지는 제도&이슈

대선 전까지 ‘까칠한 부양책’ 쏟아진다

<일요시사=장결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은 크게 7월을 기점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뉜다. 그렇다면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제도와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5·10 대책’대거 시행…실수요자 체크 필수
거래부진 등 시장침체에 과도한 규제들 완화

올해 집을 사고팔거나 아파트 청약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라면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관련 제도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5·10 부동산대책’등에서 발표했던 대책들이 하반기부터 대거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 수도권 주택 전매제한기간 단축,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 청약통장 규제 완화 등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굵직굵직한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수요자들은 바뀌는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활용해야”

무엇이 바뀌나?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최근 바뀌었다. 6월29일 이후 양도하는 주택부터 1가구1주택 비과세 보유 요건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또 이사 과정에서 종전 주택이 매각되기 전에 신규 주택을 먼저 취득함으로써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 비과세 요건도 완화됐다. 비과세를 받기 위해 종전 집을 팔아야 할 기간이 지금까지는 새집을 취득한 지 2년이었으나 앞으로는 3년으로 연장된다. 주택 전매제한 완화는 7월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수도권 일반 공공택지 내 전용 85㎡ 이하 주택은 전매제한 기간이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그린벨트 해제지역 전용 85㎡ 이하 주택은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7∼10년에서 2∼8년으로 완화된다. 7월 말부터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이 없어진다. 2013년 3월 말까지 민영주택에 대해 한시 적용이 배제된 재당첨 제한 기간(1∼5년)이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하고 아예 폐지된다. 또 청약통장(입주자저축) 가입자가 넓은 주택형에 청약하기 위해 예치금을 증액할 경우 증액 후 1년이 지나야 바뀐 주택형에 청약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개월만 지나면 가능해진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허용 범위도 이달 말부터 확대된다.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기존 가구수보다 10% 범위 내에서 가구수 증가가 허용되며, 전용 85㎡ 미만의 경우 늘릴 수 있는 면적의 범위가 30%에서 40%로 확대된다. 8월 말부터는 수도권 내 보금자리주택 거주 의무기간이 현행 5년에서 분양가 대비 주변 시세 대비 비율에 따라 3단계로 세분화된다. 이에 따라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70% 미만 5년, 70∼85% 미만 3년, 85% 이상은 1년으로 거주의무기간이 차등화된다.

활용은 어떻게?
1주택 보유자의 경우 달라진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 특히 일시적 2주택의 비과세 요건 완화는 집을 늘려 이사했는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종전 집이 장기간 팔리지 않아 과세 위기에 몰렸던 사람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줬다. 새집을 취득한 날부터 3년 안에 2년 이상 보유했던 종전 집을 처분하면 비과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현재 일시적 2주택자인 사람뿐만 아니라 1주택자가 미분양 주택 등을 구입해 앞으로 2주택자가 될 때도 한결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는 예비 청약자들이 잘 활용하면 유리하다. 현재 전국에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된 곳은 한군데도 없어, 당분간 전체 민영주택의 재당첨 제한이 풀리게 된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자가 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민영주택에 3순위로 신청해 아파트에 당첨되는 경우 이후에도 청약통장 1순위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만약 1∼2순위로 신청해 당첨된 때는 이후 재당첨 제한은 받지 않지만 청약통장은 자동 해지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치금과 주택규모가 정해져 있는 청약예금(주택청약종합저축)을 증액하는 경우 3개월만 지나면 증액 대상 주택규모를 청약할 수 있게 된 것은 소형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의 운신 폭을 넓혀주고 있다. 하반기에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주택을 청약하려는 수요자라면 지금 즉시 청약통장을 증액해놓는 게 유리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하는 지역의 중대형 청약을 위해 청약예금을 증액했으나 낙첨된 경우 다시 감액하려면 2년의 경과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요위축·거래부진·가격하락 등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정부도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과 같이 시장과열기 도입된 과도한 부동산규제들을 완화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제도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트렌드의 변화를 가져오고, 수요자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수시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의 도움으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높은 장벽 낮춰
거래 활성화 유도

 
▲기준금리 결정 = 금리는 경제전반 뿐 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유동자금 흐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럽존 문제의 전개상황과 최근 중국의 금리인하 단행 등 각국의 금리정책 기조나 물가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하반기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 기준금리를 12개월째 연 3.25%로 동결했으나, 올 하반기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7/12, 8/9, 9/13, 10/11, 11/8, 12/13)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다음 통화정책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재산세 부과 = 지난달 1일 현재 주택, 건축물, 토지 소유자는 7월16∼31일까지 주택분 재산세의 1/2과 주택이외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를, 9월엔 토지분 및 주택분 재산세의 1/2를 납부해야 한다.

▲동탄2신도시 분양 = 화성시 동탄2신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도시로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첫 분양이 시작되는데 연내 12개 단지에서 총 1만1309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오는 8월 롯데건설, 모아종합건설, 우남건설, 호반건설, GS건설, KCC건설 등 총 6개사가 5519가구를 합동분양할 계획이다.

향후 KTX·GTX 연결 등 교통 여건 개선이 기대되고, 동탄테크노밸리·일반산업단지·광역비즈니스 콤플렉스·워터프론트콤플렉스 등 자족기능과 문화·레저 기능까지 갖춰질 예정이다. 다만 올해가 첫 분양이므로 이러한 도시기능을 모두 갖추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수요자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축규제 완화 = 택지지구 내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 내 단독주택 건설시 사업계획 승인대상을 20세대 이상(20세대 미만 건축허가)에서 30세대 이상(30세대 미만 건축허가)으로 완화(주택법 시행령 개정)해 단독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선호에 맞게 주택건설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다세대·연립주택은 20→30세대 이상으로 기완화한 바 있으며, 7월 주택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할 예정이다.

▲정비사업 등 각종 방안 = 8월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을 통해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는 폐지되고 가로주택정비사업(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정비사업)이 도입된다. 주거환경관리사업(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의 확충을 통하여 주거환경을 보전·정비·개량하는 사업)이 보전·정비·개량이 필요한 단독·다세대 밀집지역, 정비구역 해제지역 등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지분형 주택(LH공사 등 공공이 시행하는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원주민과 공공이 주택을 지분의 형태로 함께 소유할 수 있는 제도) 공급방안도 마련됐다.

▲면적 증가범위개선 = 1:1 재건축 시 기존주택의 면적 증가범위 개선은 5·10 대책에 포함된 규제완화책이다. 1:1 재건축 시 기존주택의 면적 증가범위(주거전용면적 현행 10% 이내)를 30%까지 확대하고, 기존주택 면적의 축소도 허용키로 했다. 입법예고기간은 6월12일∼7월12일로 시행일 공포한 날부터 시행가능하다.

▲임차인 지원 확대 = 국토부는 오는 10월부터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가 매월 일정금액을 납입하면 그 금액을 보증금으로 전환해 임대료 인하 및 퇴거 시 목돈마련을 지원할 예정이다.

▲뉴타운 실태조사 = 서울시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265개 구역 실태조사를 통해 해당구역의 사업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인 사업비 및 추정분담금 등 객관적인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한 후 주민의견을 들어 사업 추진여부를 조기에 결정할 예정이다. 실태조사는 전수조사를 원칙으로, 구청장과 협의를 통해 우선 실시를 요구한 163곳을 선정해 6월부터 1차로 시행하고, 102곳은 10월 이후에 2차로 실시한다.

▲세종시 이전 = 세종시 현장에서는 올 연말 1단계 정부부처 이전을 앞두고 세종시 1단계 청사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이전하는 중앙행정기관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 및 그 소속기관(6개)이다. 11월 말부터 이전에 착수하되, 부처별로 2∼3주에 걸쳐 이전해 연내에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 및 농림수산식품부가 먼저 이전에 착수한다. 이어 기획재정부·환경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이전하게 된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지난달 1일 현재 인별로 소유한 주택 또는 토지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자이다. 납부기간은 12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다. 미납부 시 납부기한 다음 날 3%의 가산금이 부과되고, 체납된 종합부동산세액 또는 농어촌특별세액이 100만원 이상인 때에는 매월 1.2%씩(60개월 한도) 중가산금이 부과된다.

국고지원 늘리고
임차인 지원 확대

▲건물 기준시가 고시 = 국세청은 오피스텔·상업용 건물의 양도·상속·증여세 과세 시 활용하는 기준시가를 정기 고시한다. 이번 고시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지방광역시(대전·광주·대구·부산·울산)에 소재하고, 동·호별 별도로 구분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한 오피스텔 전체와 건물 연면적이 3000㎡ 이상이거나 100호 이상의 상업용 건물의 호별 ㎡당 기준시가를 고시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


▲국민주택기금 저리지원 종료 =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건수는 지난해 8만4000호, 올 1분기에만 2만3000호 정도다. 공급확대 기저에는 2% 수준인 국민주택기금 저리대출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7 대책을 통해 다세대·연립·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저리(연 2%) 건설자금 지원이 1년 연장된 바 있으나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기금의 추가지원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 2007년 9월 민간택지까지 전면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를 공공택지·민간택지를 막론하고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다만 주택가격·거래·청약경쟁률 등 시장상황을 고려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지정하는 공동주택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하도록 주택법 개정 예정이다.

“트렌드 변화 가져오고, 수요자 행동 유도한다”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중지 = 2014년 12월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사업에 한해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을 면제하되, 개정안 시행일 당시 부과종료시점(준공일) 이후 4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로서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사업부터 면제혜택을 적용하도록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인센티브제도 확대 = 뉴타운지구 내에서 재개발사업에만 적용되던 용적률 인센티브제도(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까지 허용하되, 증가된 용적률의 20∼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를 재건축사업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도촉법을 개정 중이다.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도 현재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도촉법상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지구)와 도정법상 과밀억제권역외 정비구역에서 시행되는 재건축사업에 대해 용적률 인센티브제를 적용하여 모든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동 제도를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뉴타운 국고지원 확대 = 5·10 대책에 언급됐던 뉴타운 기반시설 설치비에 대한 국고지원(금년 850억원) 확대가 연내 추진될 예정이나 시행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린벨트 해제 = 그린벨트 해제 보금자리지구는 지난해 11월 서울신정4, 서울오금지구 등 2개 후보지 발표 이후 올 들어 처음 하반기 추가로 1∼2개 지구가 신규 지정될 계획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첫 입주가 개시된다.

▲토지임대부 제도개선 = 현재는 택지소유권 확보가 의무화돼 있으나 택지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지 임대부 임대주택 방식을 임대주택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기로 했다. 주택법 개정을 추진해 전문 임대관리회사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도 진행할 예정이다.

▲18대 대통령선거 = 제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연말을 앞두고 이미 차기대권주자들의 출마선언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을부터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일정부분 유동자금의 흐름과 갖가지 공약이슈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권교체시기엔 차기주자를 대유할 만한 주택공급프로그램의 변화가 기대된다. MB정부가 신혼부부 반값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그린벨트를 해제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던 것처럼, 무주택 실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해줄 수 있는 묘안이 속출될 것으로 판단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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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