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의 진실

정말 사람은 걸리지 않을까?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는 최근 국내에 유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이하 ASF)’에 대한 건강정보를 공유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ASF가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사람은 ASF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돼지독감’으로 불렸던 ‘신종플루’의 대유행을 경험했던 국민들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 가지 경로

정말 사람은 ASF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유전자(DNA 또는 RNA)와 단백질막으로 구성된다.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달리 다른 생명체(숙주)의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아무 세포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단백질막이 열쇠, 숙주 세포벽이 자물쇠라고 했을 때, 열쇠와 자물쇠가 맞는 세포에만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생존할 수 있는 숙주와 세포는 대개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RNA 바이러스는 크기가 작고 유전자 변이가 쉬워 들어갈 수 있는 숙주의 폭도 넓고 열쇠 모양을 계속 바꾸는 변종이 수시로 만들어져, 과거에는 동물만 감염시켰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도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에 DNA 바이러스는 크고 안정적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아 종간 장벽을 넘어 감염 가능한 숙주의 폭을 넓히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 사이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작은 RNA 바이러스다. 돼지나 조류 사이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있지만 사람 사이에 유행하는 바이러스와는 구조가 달라 사람을 감염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돼지의 세포벽은 돼지, 조류, 사람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열쇠 구조가 모두 들어맞는 엉성한 자물쇠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돼지 세포가 ‘혼합 용기’ 역할을 해서 돼지 세포 안에서 돼지-조류-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RNA가 모두 섞여 종간 장벽을 넘을 수 있게 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탄생했고 처음에는 돼지독감으로 알려졌던 신종플루가 사람 사이에 대유행했다. 

‘신종플루’대유행 경험 국민들
정부 발표에도 우려 여전

ASF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비교적 큰 DNA 바이러스다. 지금까지 100여년간 50개국 이상에서 ASF의 대유행이 있었지만 아직 단 한 번도 ASF가 사람에게는 발생한 적이 없으며, 종간 장벽을 넘을 수 있을 정도의 특이한 ASF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보고된 적이 없다. 
아직 현대의학의 수준이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서 인체 감염 가능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ASF의 과거력과 ASF 바이러스가 DNA 바이러스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미래에도 사람이 ASF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 내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단핵세포/대식세포를 주로 감염시키고 파괴한다. 세포가 깨지면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염증매개물질이 나오면 고열이 나고, 바이러스에 감염돼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세포들은 비장에 모여 제거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하가 걸린 비장은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ASF 초기에는 발열이 특징적이고 ASF로 죽은 돼지를 부검하면 비장종대가 관찰된다. 
ASF는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8월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주변 여러 나라로 확산 중으로 이번에 국내에도 유입되었다. 그런데 ASF의 국내 유입경로는 아직 불명확하다. 
ASF의 감염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직접전파다. 감염된 동물이 건강한 동물과 접촉할 때 발생한다. ASF의 국내 유입경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직접전파에 의해 국내 확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살처분 및 이동제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사람 바이러스 구조 달라
잘 익힌 돼지고기는 안전

두 번째, 간접전파다. ASF 바이러스는 환경 저항성이 강해 냉장육에서 수개월, 냉동육에서 수 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며, 햄과 소시지 같은 식육제품에서도 장기간 생존한다. 이렇게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매개물에 의해 전파되는 것이 간접전파다. 사람이 간접전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잔반을 열처리하지 않고 건강한 돼지에 먹인 후 ASF의 전 세계 대유행 및 전파가 시작된 경우가 많다. ASF의 국내 유입도 해외에서 국내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매개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간접전파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매개체 전파다.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새물렁진드기가 돼지를 물면 ASF에 걸린다. 새물렁진드기 내에서 ASF 바이러스는 수년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ASF 매개체가 될 수 있고 실제 과거 여러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에도 새물렁진드기가 존재한다. 홍도, 칠발도 등의 섬지역의 철새와 새 둥지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2013년부터 3년간 방역 당국에서 전국적으로 돼지와 돼지 축사 주변 환경에서 진드기를 조사했을 때 내륙에서 새물렁진드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철새는 날아다니면서 언제든 진드기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ASF가 발생한 곳이 철새가 많이 다니는 서해에 인접하고 있는데다 북한 지역에는 ASF에 감염된 진드기가 존재하고 조류 등에 의해서 진드기가 남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ASF의 국내 유입 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ASF 발생 농장 인근 및 국내 전역에서 새물렁진드기에 대한 면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신 학술위원장은 “사람이 ASF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ASF 유행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새물렁진드기?

이어 “잘 익힌 돼지고기는 ASF에서 안전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되지만, ASF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내외 여행 시 불필요한 돼지 축사 접근은 피하고 해외에서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가공품 등을 가지고 입국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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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