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위기의 안국약품 막전막후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안국약품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대표이사는 불법 리베이트와 불법 임상시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일각에선 회사 전체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

안국약품은 눈 영양제 ‘토피콤에스’로 유명한 중견 제약사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800억원대다. 창업주는 어준선 회장이다. 어 회장은 장남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어 회장이 80세가 넘는 고령인 점을 미뤄봤을 때, 실질적 회사 경영은 장남이 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00억대
중견 제약

안국약품은 올해 창업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9월3일 기념식이 있었지만 이날은 어 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이 구속된 날이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는 이날 어 부회장을 구속했다. 어 부회장은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한 혐의를 받았다.

안국약품은 관련 사안을 공시했다.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은 약사법 등 위반 혐의로 현재 구속돼 수사 중”이라며 “회사는 현재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정상적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19일 어 부회장은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이튿날 검찰은 어 부회장을 비롯해 안국약품 관계자와 안국약품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미승인 임상시험을 하고, 비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어 부회장 등은 2016년 1월7일과 21일,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게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약품은 개발 중이었던 것으로, 실험은 투약 뒤 시간 경과에 따라 이뤄졌다.

이들은 연구소 직원 한 명당 20회씩 총 320회에 걸쳐 채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하 식약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어 부회장 등은 직원들의 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창업 60주년, 잇단 악재 속 찜찜 
직원 임상시험 이어 리베이트 재판

이들은 같은 해 6월22일과 29일에도 연구소 직원 12명에게 항혈전응고제를 투약했다. 어 부회장 등은 직원 한 명당 22회씩 모두 264회 체혈했다.

어 부회장 등은 시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동물을 상대로 한 비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7년 5월 항혈전응고제 개발 중 비임상시험서 결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비임상시험은 임상시험 전 단계다.

이들은 데이터를 조작, 비임상시험의 기존 시료 일부를 바꿔치기하고 재분석해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안국약품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어 부회장과 안국약품 관계자들은 의사들에게 80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 출석했다.

첫 공판은 지난 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서 열렸는데 어 부회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어 부회장과 공모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관계자 A씨는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어 부회장과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는 “어 부회장은 공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전부 부인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 현금 리베이트 금액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어 부회장이 A씨, B씨 등과 공모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봤지만 금액이 다르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리베이트

공소장서 어 부회장의 현금 리베이트 금액은 56억원이다. 이 중 A씨와의 공모액은 7억원, B씨와의 공모액은 32억원이었다. 결국 모두 39억원으로 어 부회장의 리베이트 금액이 17억원 더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체와 공모 부분을 대체로 인정한다는 취지”라면서도 “공소사실 특정 문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공모 부분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은 차후 증거 등을 통해 입증하고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어 부회장 등은 의약품 판촉을 목적으로 불법 리베이트 지급을 공모했다. 이들은 의사들에게 8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의료인 68명에게 56억원 상당, 보건소 의사 17명에게 8억원 상당, 그 외 의뢰인에게 25억원 상당의 현금 리베이트와 경제적 이익,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였다.
 

▲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재판은 30분가량 진행됐다. 재판을 마친 어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법원을 빠져나왔다. 2차 공판 기일은 다음 달 서울서부지법서 열린다.

앞서 검찰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지난해 11월 안국약품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확보 자료를 분석하고, 안국약품 전·현직 관계자들과 수수 의혹을 받은 의사들을 조사했다.

첫 공판서
전면 부인

검찰은 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달 25일 어 부회장 등 4명을 약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85명 역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한 명은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국약품은 이전에도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 2014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식약처는 이듬해인 2015년 안국약품에 대해 일부 의약품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어 안국약품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당하는 불명예를 겪었다.

안국약품을 둘러싼 악재가 서서히 부상하는 모양새다. 어 부회장이 구속에 이어 재판까지 받게 되면서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안국약품은 지난달 19일 불법 임상시험과 관련, 공시를 통해 ‘구속적부심사 인용에 따른 기재정정’을 언급했다.

안국약품은 “지난 9월3일 어 부회장에 대해 약사법 등 위반의 혐의로 현재 구속 수사 중임을 공시한 바 있다”며 “9월19일자로 어 부회장의 구속적부심사가 인용돼 불구속으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이 구속될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당사는 현재 각자대표이사 체제로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에 재판까지…좁아지는 입지
안국건강, 차남에게로 쏠리는 눈

일각에선 어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 부회장은 불법 리베이트와 불법 임상시험 혐의를 정면으로 받고 있다. 반면 어 부회장의 동생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큰 잡음 없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최대주주는 장남인 어 부회장(22.68%)으로 어 회장이 20.5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어 대표는 2.74%에 불과하다.

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안국약품 사장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지분율을 오늘날의 22.68%까지 끌어올렸다. 어 부회장이 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안국약품을 손에 쥔 것과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3여년 뒤 어 부회장은 악재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어 부회장과 어 대표는 함께 언급되곤 했다. 일례로 장남과 차남의 경영 실적이 대표적이다. 어 부회장은 안국약품 경영을 시작한 첫 해에 기대와 달리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안국약품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2016년 안국약품 매출액은 연결 기준 1740억원이었다. 반면 전년도 매출액은 1980억원이었다. 공교롭게도 안국약품은 2010~2015년까지 꾸준히 성장세였다.

안국약품의 2017, 2018년 매출액은 다시 상승세를 탔지만 성장폭이 작았다. 2017년 매출액은 1835억원, 2018년 매출액은 1857억원이었다. 또 매출액만 따져봤을 때, 두 해년도의 매출은 2015년에 비하면 규모가 적은 편이다.

상승세
하락세

반면 안국건강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어 대표는 애초 안국약품서 근무하다가 2003년부터 안국건강의 대표를 맡았다. 안국약품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국건강의 성장세는 뚜렷한 편이다. 안국건강의 최근 5년간 매출을 보면 2014년 125억원, 2015년 182억원, 2016년 159억원, 2017년 255억원, 2018년 290억원이다. 지난 5년간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안국약품의 오너 2세 승계는 이미 이뤄졌지만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