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시동 걸리는’ 4·15 총선

불안한 정치권 “새 얼굴을 찾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으로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에선 ‘물갈이론’과 ‘일하는 국회’를 앞세워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은 ‘조국 퇴진’과 ‘민부론’을 앞세워 여당에 대항 중이다. <일요시사>가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거대 양당의 모습과 총선 변수를 조명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분들 아닌가 싶다” “국회 신뢰도가 2.4%로 거의 꼴지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9일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서 한 말이다. 당의 실세인 중진들을 직접 겨냥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 인재 수혈
참신한 정책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진의원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당내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장관 모두 출마 의사가 강한 인물로 연말엔 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 출마를 대비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을 깬 셈이다. 김 장관과 유 부총리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두 장관이 중책을 맡아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당내 핵심 인물의 불출마가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판단이 불출마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은 이 같은 총선 불출마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유 부총리는 당정청 협의회 직후 이날 보도에 대해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이 보도된 것”이라며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측에서도 “불출마 선언을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의 불출마 여부에 “맞는 것 같다. 유 장관의 불출마 여부는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기자들에게 “유은혜·김현미 총선 불출마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는 문자를 돌려 입장을 번복했다. 여권서 거취 조율이 되지 않은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을 내세워 물갈이론에 군불을 땐 것으로 해석된다.

물갈이 폭이 커야 승리
매스 든 이해찬-황교안

실제 17대 총선 이래로 선거에 승리한 당은 초선 비율이 높아, 물갈이론은 매번 총선 정국 때마다 나오는 카드다. 하지만 총선 7개월이 남은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다. 보통 물갈이 카드는 총선 구도서 불리한 쪽이 앞세우는 게 일반적인데, 조 장관 임명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민주당이 이를 급하게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여권서 불출마가 확정된 인물은 15명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포함,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 부원장 등 여권 핵심 인사의 불출마가 공식화됐다.

현역 의원 중에는 이해찬 대표(7선), 문희상 국회의장(6선), 원혜영 의원(5선)이 불출마 대상으로 꼽힌다.

아울러 김성수·이수혁·제윤경·최운열 비례대표 의원과 초선인 서형수 의원(경남 양산을)이 자진 용퇴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 2020경제대전환회의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도부

당 핵심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물갈이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공천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시작되는 ‘현역 의원 최종평가’서 추려질 하위 평가자 20%를 합하면 본선 전 당내 경선서 최대 40명이 교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권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중진 물갈이론이 계속될 경우 공천 전까지 당내 눈치 싸움으로 인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먼저 물갈이론을 선점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역시 의원 물갈이 압박을 느끼게 됐다. 최근 보수 언론마저도 민주당의 총선 물갈이를 경계, 한국당에 인물 쇄신을 종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이 물갈이론을 내세운 상황서 한국당이 물갈이를 주저하면 총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 영남·중진 중심으로 물갈이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치 싸움
진통 시작

경쟁력을 지닌 인재 수혈을 위해 당의 강세지역 현역의원들이 물러나는 것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하지만 TK(대구·경북)와 PKU(부산·경남·울산)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물갈이 작업의 1순위는 강세지역인 TK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이완영 전 의원의 지역구인 고령성주칠곡과 최경환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경산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의원 모두 친박(친 박근혜)계 인물로 이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최 전 의원은 뇌물죄로 의원직을 잃었다. 친박계가 아닌 인물로 전략공천해 당을 쇄신하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한국당 내에선 황교안 대표가 공천 물갈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황 대표는 당무감사위원 전원을 비공개 교체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위원 상당수는 황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 공천서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칼을 빼든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무감사위원회는 당 대표 직속기구로,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 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위원장 교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이기에 내년 총선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전원 교체에는 서울 등 수도권 원외 당협에 당선 경력을 갖지 못하고 방치된 인물들이 많다는 당 내 목소리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가 당무위원 교체를 통해 원외위원장을 시작으로 현역의원까지 점차적으로 공천 물갈이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무감사에 만전을 기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준비하는 좋은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갈이론 외에도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추가 의혹이 계속 나오자, 내년 총선 주요 의제인 ‘국회개혁’을 정기국회 입법과제로 내세웠다.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연석회의를 열어 ‘일하는 국회법’을 구체화했다.


국회 개혁
정책 대결

민주당 박주민 특위장은 이날 중진의원들에게 지금까지 특위 회의 과정서 논의됐던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한 페널티 징계 신설 ▲국민참여 제도 신설 ▲상시국회화와 상임위원회 의사일정 결정 및 안건 처리 시스템화 ▲국민소환제 도입 ▲윤리특위 상설화와 강화를 비롯한 국회의원 윤리의무 강화 등에 대해 보고했다.

한국당은 이에 질세라, 지난 22일 ‘민부론’을 제시하며 총선 정책 대결에 돌입했다. 조 장관 임명으로 한국당의 지지층이 결집하자 황 대표가 장외투쟁과 삭발식에 더해 기세를 몰아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해 국민이 부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당은 민부론의 3대 목표로 ▲가구당 연간소득 1억원 달성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중산층 비율 70% 달성을 내걸었다.

당내에서는 민부론이 한국당의 내년 총선 경제부문 공약으로, 장기적으론 황 대표 대선공약의 기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부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 현실성에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거 보수정부서 실패한 정책인 친기업-반노조의 정책을 내세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하는 국회 vs 민부론
패스트트랙·선거제 변수


한국당은 민부론을 내놓으며 정책 분야에선 ‘총선 모드’에 돌입했지만 갈길이 멀다. 먼저 최대 난제인 보수통합을 통한 외연확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조국연대를 시작으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한국당의 보수통합이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최근 계속되는 바미당의 내분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당과 바미당 비당권파의 보수통합 여부가 내년 총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 역시 총선 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피고발된 국회의원 109명 중 59명이 한국당 소속이다. 출석 요구에 협조해온 다른 당과 달리 한국당은 전 의원이 수환불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수사 대상인 한국당 의원들의 공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물갈이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친박계 의원들에겐 검찰 수가가 공천 배제의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도 내년 총선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거룰이 바뀌고 거대양당의 의석 수는 줄어들게 된다. 이를 두고 한국당 내에서 느슨한 선거연대 후 총선 뒤에 합치는 방식으로 가자, 한국당 2중대 정당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할 시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역시나?

역대 선거사를 보면, 여야 모두 4번 연속 선거서 승리한 역사가 없다. 2010년도 지방선거 민주당 승, 2016년 총선 민주당 승, 2017년도 문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8년도를 작년 지방선거 역시 민주당이 승리했다. 만약 21대 총선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4번 연속 민주당의 승리로 진보집권 20년이 열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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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