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 “검사가 갑이고 기자가 을이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7 14:44:47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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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언론플레이’ 실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조기자와 검사는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검찰은 이미 권력집단이에요. 사실 검사가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승진 등에 큰 의미가 없어요. 자기한테 유리한 정보만 언론에 흘려줘도 된다는 거죠. 경쟁이 치열한 법조보도 시장서 검찰 관계자들이 흘려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출입처서 도태돼요. 검찰 입장서 손해볼 게 하나도 없죠. 검찰에게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지난 22일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법조기자와 검찰의 부적절한 ‘검언 카르텔’에 대해 고발했다. 그가 쓴 ‘<한겨레> 법조(기자)가 왜 검찰 편향적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라는 글은 SNS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선심 쓰듯 
한 입씩∼

지난달 24일, 서울 수서역 인근서 허 기자를 만났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겪은 검찰 편향적인 법조기자단의 내부 관행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허 기자는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칼럼 삭제를 비판한 주니어 기자들과 검찰발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SNS에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이 검찰 편향적이라고 지적받는 ‘강희철의 법조외전’ 같은 문제 많은 칼럼에 대해 지적하기는커녕, 편집국장이 삭제 조처하는 걸 되레 문제 삼은 걸 보고 놀랐어요”라고 적었다. 


그가 쓴 글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한겨레>엔 구독 해지 전화와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허 기자의 과거 마약 투여 사실이 다시금 논란이 됐다. 허 기자는 지난해 5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한겨레>서 해고됐다. 허 기자는 같은 해 9월 재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현재 그는 탐사보도 매체 <리포액트> 기자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허 기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마약 투여 사실과 언론인으로서의 내부 고발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란 것이다. 그는 <한겨레> 재직 시 항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공익에 부합한 기사들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한겨레> 기자로서 수많은 기자상을 탔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경찰의 살인진압 현장 고발(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2010년 삼성반도체공장 집단 백혈병 사건의 진실(앰네스티 보도상) ▲2012년 ‘제2의 김진숙 제3의 한진중’ 장기노동분쟁 현장 추적(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2015년 김련희 간첩사건 조작 의혹 제기(앰네스티 보도상) ▲2018년 경찰 정치댓글 조직적 작성 고발(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검찰서 슬쩍 흘린 수사 정보
기자들 덥석 물어 검발 보도

특히 허 기자는 <한겨레> 법조기자로서 검찰팀에 몸담은 ‘내부자’였다. 현 ‘조국 정국’서 문제가 되는 피의사실 공표, ‘검찰발 기사’ 생산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목격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허 기자와 일문일답. 

▲법조기자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유는?
-먼저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미안합니다. 내가 떳떳하게 <한겨레>를 나온 것도 아니고…공격하려고 쓴 글이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쓰려던 글이었어요. 나름 <한겨레>에 애정을 가지는 마음으로 썼어요.


예전부터 일간지의 법조 기사가 검찰 편향적이고, 지나치게 검찰발 정보에 의존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겨레>만 그런 게 아니에요. 법조 보도 시장 전체가 문제죠. 물론, 개인의 관찰이자 의견이지만 직접 법조팀에 있어 봤기에 그 실상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또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고 제보를 받거나 기사를 발굴해 자기 실력만으로 검증하는 기자들이 있어요. 이런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요. 
 

▲언론이 검찰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는?
-출입처 문화의 폐해죠. 언론에선 검찰수사 속보기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보통 검찰수사 기사는 검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로 쓰는 거예요. 그래서 검찰 출입기자들이 검찰발 정보에 많이 의존해요. 문제는 법조기자들이 검찰이 주는 정보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보도한다는 거죠. 그러니 검찰 관점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죠. 

▲왜 검찰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리는 가?
-검찰은 중립성을 의심받는 수사기관이에요. 한국 사회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너무 많이 갖고있다는 비판을 받죠. 검찰이 언론에 흘려주는 정보는 상당 부분 의도가 있다고 봐요. 기자가 검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보도하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가는 겁니다. 

검사들은 그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분명히 있어요. 자신들이 흘려주는 수사 정보만 세상에 알려지길 원해요. 검찰이 매장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때 그런 걸 언론에 흘려요. 반대로 자신들이 보호해주고 싶은 누군가의 사건은 조용히 덮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부실수사가 검찰의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검찰이 법조기자에게 정보를 흘리나?
-우선 검찰이 주요 언론사들을 관리해요.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할 언론사들을 취사선택해요. 사건마다 수사에 유리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언론사를 선별해 정보를 주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사건을 A신문사에 흘려주면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겠다는 등 검찰이 판단을 해요.

또 주기적으로 검사들은 언론사와 술자리를 가져요. 그 자리서 해당 검사는 언론사와 관계를 맺어요. 술자리서 기자들에게 정보를 슬쩍 슬쩍 흘리는 건 흔한 일이고요. 친하게 지내면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그 언론사에 정보를 줘요.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 정보를 기자들에게 대놓고 주지는 않아요. 보통 각 언론사 법조팀장들을 통해 정보가 내려가요. “이런 정치인 문제 많으니까 취재해봐라” “여기 가서 누구 만나봐라” 등 검사들이 알려줘요. 이 정보를 가지고 법조팀장은 후배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죠. 

법조팀장들은 기사를 잘 안 써요. 검사들과 관계 유지하는 데 바쁘죠. 같이 술도 마시고, 등산도 가야 하고, 골프도 함께 치고… 이렇게 해야 후배기자들에게 아이템을 물어다 줄 수 있거든요. 그래야 조직서 능력 있는 기자로 인정받아요.   
 

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통해 수사 정보가 흘러가는 경우도 있어요. ‘법조계에 따르면 어디 어디 수사가 진행 중이다’ 등의 법조기사는 검찰과 인맥이 있는 변호사가 기자에게 제보 혹은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커요.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이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요.

▲검찰에 정보를 받는 게 안 좋은 건가?
-저널리즘 영역이 다양할 수 있고, 검찰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검찰이 주는 정보로 기사를 쓸 수도 있어요. 그런데 법조 보도 시장에서는 그것만이 전부가 됐어요. 저는 그것에만 매달리는 법조기자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검찰이 그리고 싶은 세상을 위한 기사만 쓰게 돼요. 이걸 경계해야 한다는 거죠.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보도와 관련해 검찰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건 검찰이 그리고 싶은 그림인 거죠. 언론이 사실상 검찰의 수사 도구로 활용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모든 정보 혹은 제보에는 독이 묻어 있어요. 이걸 발라내는 게 기자의 일이에요. 

소스 흘리는 방법 보니…  
법조팀장-검사 직거래?


언론사와 검찰이 ‘밀월 관계’로 보이는데? 
-사실 검사가 갑이고 기자가 을이에요. 검찰은 권력집단이에요.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큰 의미는 없어요. 자기한테 유리한 정보만 언론에 흘려줘도 된다는 거죠. 경쟁이 치열한 법조 보도 시장서 검사들이 흘려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출입처서 도태돼요. 검찰 입장서 손해볼 게 하나도 없죠. 검찰에게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차고 넘치니깐요.”

▲도태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검사와 법조기자들은 어쨌든 상부상조해요. 예를 들어 검사가 A사 법조기자에게 정보를 주면 이 기자는 이걸 보도해줘야 해요. 그래야 두 사람의 관계가 형성이 되거든요. 보도를 안 해주면 이 검사는 더이상 A사 기자에게 정보를 주지 않을 거예요. 이 기자는 검사 입장서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 검사는 밑질 게 없어요. 정보를 줄 기자들은 많으니까요. 어쨌든 아쉬운 건 기자 쪽인 거죠. 그런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독버섯 같은 거죠. 
 

▲법조기자들이 검찰 정보에 목을 매는 이유?
-결국 언론사의 구조적인 문제예요. 대부분 언론사 편집국서 타사가 보도하지 않은 수사속보와 단독을 원해요. 편집국에서는 검찰 수사속보 잘 캐오는 기자가 능력자로 대접받고, 고급 출입처를 보장받는 관행이 생겼어요. 이런 내부 분위기 때문에 법조기자들이 결국 검사 입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죠. 

검사들에게 말 한 마디 듣기 위해 법조기자들이 고생을 많이 해요. 한 법조기자는 보름간 검사장급 검사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해 결국 이 검사가 기자를 데리고 노래방에 갔어요. 그곳에서 수사 관련 서류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기삿거리를 줬죠. 그 기자는 그걸 보도했고, 결국 큰 사건이 됐어요. 

▲법조기자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언론사가 결단 내리지 않으면 쉽게 안 바뀔 거예요. 수사속보를 포기해도 좋으니 검증된 것만 쓰자고 각사 편집국서 선언을 해야 합니다. 검찰의 공식 브리핑으로 발표된 것만 쓰고. 그외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정보만 기사로 써야 해요. 또 검찰 중심이 아닌 법원 중심의 취재 관행으로 옮겨가야 해요. 

▲SNS글을 쓰고 ‘마약 기자’라는 비판도 많이 받던데. 
-받아들여요. 기자의 자질을 마약과 연관해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속상하지만 감내해야죠. 제가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니깐요. 그렇다고 제가 경험하고 보고 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제가 경험했던 법조기자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앞으로의 계획은? 
마약 관련 문제는 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이 됐어요. 마약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서 한국사회가 그간 다루지 않은 마약 제도와 마약 투약자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탐사언론 매체 <리포액트>를 설립했고, 기자로서 마약 관련 취재를 전문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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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