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 “검사가 갑이고 기자가 을이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7 14:44:47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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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언론플레이’ 실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조기자와 검사는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검찰은 이미 권력집단이에요. 사실 검사가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승진 등에 큰 의미가 없어요. 자기한테 유리한 정보만 언론에 흘려줘도 된다는 거죠. 경쟁이 치열한 법조보도 시장서 검찰 관계자들이 흘려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출입처서 도태돼요. 검찰 입장서 손해볼 게 하나도 없죠. 검찰에게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지난 22일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법조기자와 검찰의 부적절한 ‘검언 카르텔’에 대해 고발했다. 그가 쓴 ‘<한겨레> 법조(기자)가 왜 검찰 편향적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라는 글은 SNS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선심 쓰듯 
한 입씩∼

지난달 24일, 서울 수서역 인근서 허 기자를 만났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겪은 검찰 편향적인 법조기자단의 내부 관행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허 기자는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칼럼 삭제를 비판한 주니어 기자들과 검찰발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SNS에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이 검찰 편향적이라고 지적받는 ‘강희철의 법조외전’ 같은 문제 많은 칼럼에 대해 지적하기는커녕, 편집국장이 삭제 조처하는 걸 되레 문제 삼은 걸 보고 놀랐어요”라고 적었다. 


그가 쓴 글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한겨레>엔 구독 해지 전화와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허 기자의 과거 마약 투여 사실이 다시금 논란이 됐다. 허 기자는 지난해 5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한겨레>서 해고됐다. 허 기자는 같은 해 9월 재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현재 그는 탐사보도 매체 <리포액트> 기자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허 기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마약 투여 사실과 언론인으로서의 내부 고발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란 것이다. 그는 <한겨레> 재직 시 항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공익에 부합한 기사들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한겨레> 기자로서 수많은 기자상을 탔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경찰의 살인진압 현장 고발(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2010년 삼성반도체공장 집단 백혈병 사건의 진실(앰네스티 보도상) ▲2012년 ‘제2의 김진숙 제3의 한진중’ 장기노동분쟁 현장 추적(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2015년 김련희 간첩사건 조작 의혹 제기(앰네스티 보도상) ▲2018년 경찰 정치댓글 조직적 작성 고발(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검찰서 슬쩍 흘린 수사 정보
기자들 덥석 물어 검발 보도

특히 허 기자는 <한겨레> 법조기자로서 검찰팀에 몸담은 ‘내부자’였다. 현 ‘조국 정국’서 문제가 되는 피의사실 공표, ‘검찰발 기사’ 생산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목격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허 기자와 일문일답. 

▲법조기자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유는?
-먼저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미안합니다. 내가 떳떳하게 <한겨레>를 나온 것도 아니고…공격하려고 쓴 글이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쓰려던 글이었어요. 나름 <한겨레>에 애정을 가지는 마음으로 썼어요.


예전부터 일간지의 법조 기사가 검찰 편향적이고, 지나치게 검찰발 정보에 의존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겨레>만 그런 게 아니에요. 법조 보도 시장 전체가 문제죠. 물론, 개인의 관찰이자 의견이지만 직접 법조팀에 있어 봤기에 그 실상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또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고 제보를 받거나 기사를 발굴해 자기 실력만으로 검증하는 기자들이 있어요. 이런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요. 
 

▲언론이 검찰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는?
-출입처 문화의 폐해죠. 언론에선 검찰수사 속보기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보통 검찰수사 기사는 검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로 쓰는 거예요. 그래서 검찰 출입기자들이 검찰발 정보에 많이 의존해요. 문제는 법조기자들이 검찰이 주는 정보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보도한다는 거죠. 그러니 검찰 관점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죠. 

▲왜 검찰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리는 가?
-검찰은 중립성을 의심받는 수사기관이에요. 한국 사회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너무 많이 갖고있다는 비판을 받죠. 검찰이 언론에 흘려주는 정보는 상당 부분 의도가 있다고 봐요. 기자가 검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보도하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가는 겁니다. 

검사들은 그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분명히 있어요. 자신들이 흘려주는 수사 정보만 세상에 알려지길 원해요. 검찰이 매장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때 그런 걸 언론에 흘려요. 반대로 자신들이 보호해주고 싶은 누군가의 사건은 조용히 덮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부실수사가 검찰의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검찰이 법조기자에게 정보를 흘리나?
-우선 검찰이 주요 언론사들을 관리해요.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할 언론사들을 취사선택해요. 사건마다 수사에 유리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언론사를 선별해 정보를 주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사건을 A신문사에 흘려주면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겠다는 등 검찰이 판단을 해요.

또 주기적으로 검사들은 언론사와 술자리를 가져요. 그 자리서 해당 검사는 언론사와 관계를 맺어요. 술자리서 기자들에게 정보를 슬쩍 슬쩍 흘리는 건 흔한 일이고요. 친하게 지내면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그 언론사에 정보를 줘요.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 정보를 기자들에게 대놓고 주지는 않아요. 보통 각 언론사 법조팀장들을 통해 정보가 내려가요. “이런 정치인 문제 많으니까 취재해봐라” “여기 가서 누구 만나봐라” 등 검사들이 알려줘요. 이 정보를 가지고 법조팀장은 후배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죠. 

법조팀장들은 기사를 잘 안 써요. 검사들과 관계 유지하는 데 바쁘죠. 같이 술도 마시고, 등산도 가야 하고, 골프도 함께 치고… 이렇게 해야 후배기자들에게 아이템을 물어다 줄 수 있거든요. 그래야 조직서 능력 있는 기자로 인정받아요.   
 

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통해 수사 정보가 흘러가는 경우도 있어요. ‘법조계에 따르면 어디 어디 수사가 진행 중이다’ 등의 법조기사는 검찰과 인맥이 있는 변호사가 기자에게 제보 혹은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커요.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이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요.

▲검찰에 정보를 받는 게 안 좋은 건가?
-저널리즘 영역이 다양할 수 있고, 검찰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검찰이 주는 정보로 기사를 쓸 수도 있어요. 그런데 법조 보도 시장에서는 그것만이 전부가 됐어요. 저는 그것에만 매달리는 법조기자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검찰이 그리고 싶은 세상을 위한 기사만 쓰게 돼요. 이걸 경계해야 한다는 거죠.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보도와 관련해 검찰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건 검찰이 그리고 싶은 그림인 거죠. 언론이 사실상 검찰의 수사 도구로 활용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모든 정보 혹은 제보에는 독이 묻어 있어요. 이걸 발라내는 게 기자의 일이에요. 

소스 흘리는 방법 보니…  
법조팀장-검사 직거래?


언론사와 검찰이 ‘밀월 관계’로 보이는데? 
-사실 검사가 갑이고 기자가 을이에요. 검찰은 권력집단이에요.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큰 의미는 없어요. 자기한테 유리한 정보만 언론에 흘려줘도 된다는 거죠. 경쟁이 치열한 법조 보도 시장서 검사들이 흘려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출입처서 도태돼요. 검찰 입장서 손해볼 게 하나도 없죠. 검찰에게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차고 넘치니깐요.”

▲도태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검사와 법조기자들은 어쨌든 상부상조해요. 예를 들어 검사가 A사 법조기자에게 정보를 주면 이 기자는 이걸 보도해줘야 해요. 그래야 두 사람의 관계가 형성이 되거든요. 보도를 안 해주면 이 검사는 더이상 A사 기자에게 정보를 주지 않을 거예요. 이 기자는 검사 입장서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 검사는 밑질 게 없어요. 정보를 줄 기자들은 많으니까요. 어쨌든 아쉬운 건 기자 쪽인 거죠. 그런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독버섯 같은 거죠. 
 

▲법조기자들이 검찰 정보에 목을 매는 이유?
-결국 언론사의 구조적인 문제예요. 대부분 언론사 편집국서 타사가 보도하지 않은 수사속보와 단독을 원해요. 편집국에서는 검찰 수사속보 잘 캐오는 기자가 능력자로 대접받고, 고급 출입처를 보장받는 관행이 생겼어요. 이런 내부 분위기 때문에 법조기자들이 결국 검사 입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죠. 

검사들에게 말 한 마디 듣기 위해 법조기자들이 고생을 많이 해요. 한 법조기자는 보름간 검사장급 검사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해 결국 이 검사가 기자를 데리고 노래방에 갔어요. 그곳에서 수사 관련 서류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기삿거리를 줬죠. 그 기자는 그걸 보도했고, 결국 큰 사건이 됐어요. 

▲법조기자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언론사가 결단 내리지 않으면 쉽게 안 바뀔 거예요. 수사속보를 포기해도 좋으니 검증된 것만 쓰자고 각사 편집국서 선언을 해야 합니다. 검찰의 공식 브리핑으로 발표된 것만 쓰고. 그외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정보만 기사로 써야 해요. 또 검찰 중심이 아닌 법원 중심의 취재 관행으로 옮겨가야 해요. 

▲SNS글을 쓰고 ‘마약 기자’라는 비판도 많이 받던데. 
-받아들여요. 기자의 자질을 마약과 연관해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속상하지만 감내해야죠. 제가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니깐요. 그렇다고 제가 경험하고 보고 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제가 경험했던 법조기자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앞으로의 계획은? 
마약 관련 문제는 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이 됐어요. 마약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서 한국사회가 그간 다루지 않은 마약 제도와 마약 투약자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탐사언론 매체 <리포액트>를 설립했고, 기자로서 마약 관련 취재를 전문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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