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소주동 지독한 악취 정체

“30년 고통 끝내주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남 양산시 웅상지역 주민들이 수년째 지독한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서 의기투합, 동네 아파트별로 악취 지도까지 만들어 양산시와 웅상출장소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 악취의 원인은 무엇일까?

▲ 악취로 시달리다 최근 시위 갖는 경남 양산시 소유동 주민들

경남 양산서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폐기물 처리난이 생기자 한 공장 임차인이 폐기물 수천톤을 공장에 쌓아둔 채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장 건물주가 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지만 수억원인 비용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천톤 폐기물

주민들에 따르면 한 공장에는 폐기물이 담긴 포대가 공장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포대 안에는 폐전선과 폐고무, 플라스틱과 유리 조각, 폐건축 자재가 가득 차 있다. 폐기물이 담긴 포대는 공장 내부와 마당은 물론 인근 도로와 논밭에도 쌓여있다.

이 포대 하나의 무게가 500㎏이 넘어서 고려하면 폐기물 전체 양은 수천톤에 달한다.

폐기물이 오래 방치된 탓에 상당수 포대가 찢겨 폐기물이 유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악취가 풍기고, 비가 오면 폐기물이 인근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다. 이 공장과 가까운 곳에 대규모 아파트와 상가도 있다. 


이 폐기물은 공장을 창고로 쓰겠다며 임차한 사업자가 야적하고 방치해 둔 것으로 파악됐다.  

웅상출장소는 허가 없이 폐기물을 보관한 이 사업자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사업자는 잠적했고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한국발 재활용품 수입을 금지해 사업자들이 제때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자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소각, 매립해야 하는데 사업자들이 소각이나 매립 비용에 부담을 느껴 이런 일을 벌인다는 설명이다.

폐기물 처리난이 심화되면서 이 같은 폐기물 무단 야적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을과 맞닿아 있는 의료기관 세탁물 처리공장이 확장·이전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지난 6월12일 소주동 주민들은 의료기관 세탁물 처리공장 확장을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공장 입구 앞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병원 환자복과 시트 등 병균이나 혈액·오물이 묻은 의료 세탁물을 처리하는 공장이 바로 인근에 2배가량 큰 규모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동안 악취와 먼지, 소독 과정서 나오는 오염된 증기 등을 참으며 공생해왔지만 마을 바로 옆에 새로운 공장을 운영하는 일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인 한두개 아냐” 공장마다 문제
직접 발품 팔아 ‘악취 지도’ 제작


논란이 된 업체는 2006년부터 하루 57t 규모의 의료기관 세탁물을 처리해왔다. 최근 이 업체는 인근 부도난 공장을 사들여 하루 100t 처리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운영할 계획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주민들은 “30년 전부터 마을 옆에 소주공단이 조성되면서 주거환경이 나빠졌는데 현재 조성 중인 마을 어린이공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의료기관 세탁물 처리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양산시에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공업지역이고 의료기관 세탁물 처리는 허가가 아닌 신고 사안이어서 관련 기준을 충족하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신고가 들어오면 관계부서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악취 문제는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수년 전 온라인 카페 ‘웅상이야기’는 지역 악취 지도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이 지도를 제작할때 회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들었다.
 

▲ 소유동 악취 지도

공지를 통해 회원들의 악취 관련 제보도 받았다. 순식간에 1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다양한 내용의 악취 민원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악취 지도를 보면 웅상전역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는 평산동(21명)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소주동(14명) 삼호동(6명) 명동(5명) 덕계동(4명) 순이었다.

평산동은 타는 냄새와 가스, 약품 냄새가, 소주동도 역시 타는 냄새와 약품 냄새, 분뇨가 혼재해 풍기는 것으로 나왔다. 삼호동은 타는 냄새와 약품 냄새, 덕계동은 타는 냄새와 분뇨, 약품 냄새가 지역별로 나타나는 것으로 취합됐다.

지역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냄새 유형은 비슷했다. 새벽부터 저녁 때까지 시간대도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악취 민원은 이 지역에 각종 공장이 밀집한 지리적 특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소주공단과 서창산단, 덕계산단과 웅상과 울산 울주군의 경계인 울주군 웅촌면에도 공장이 산재해있다. 소각장을 가동하는 업체도 있고, 덕계동 등 일부 지역은 주거지와 공장이 섞여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물증이 없다

문제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데다 뾰쪽한 해결 방안도 찾기 어려워 수년째 민원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단속반이 현장에 나가도 대부분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나와 양산시도 답답함을 토로한다. 웅상출장소 관계자는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시도 답답하다.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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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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