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닉 검은돈 사정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29:14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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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친 비밀계좌 탈탈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기업과 유명인사의 해외 은닉재산 의혹에 사정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국세청·경찰이 3기 문재인정부서 역외탈세·해외 불법재산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사정권에 있는 대기업과 유명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검찰·국세청의 수장이 새롭게 교체되면서 역외탈세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로 도피·은닉해 탈세하는 행위는 반칙과 부패의 대표적 행위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3기 문정부
관전포인트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를 도주한지 21년 만에 검거한 성과를 올린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을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에 임명했다. 합동조사단은 역외탈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산 은닉 등을 조사하는 범정부 조직으로 지난해 6월21일 출범했다.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대기업·대자산가의 지능적 역외탈세 등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 청장은 취임 이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대기업 및 사주 일가의 차명재산 운용, 기업자금 불법유출, 제3자 우회거래를 이용한 신주인수권 증여 등 변칙 자본거래 탈루혐의를 정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3기 문정부에선 역외탈세·해외 불법재산에 관한 수사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양현석 YG 전 대표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최순실 등이 해외 비자금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해외불법재산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오른 만큼 사정기관서 대기업 등을 포함한 역외 탈세 부분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유명 인사 해외불법재산 의혹
검찰·국세청 역외탈세·비자금 추적 중

다음은 현재 사정권에 오른 대기업과 유명 인사들이다.

▲YG = 국세청이 YG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서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피조사 기관의 탈세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검찰 고발 등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

국세청은 클럽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소속사 YG에 대해 지난 3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왔다. YG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해외공연 수익을 축소 신고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역외 탈세를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울지방국세청은 국제거래조사국을 통해 YG가 지난 5년간 진행한 해외공연 내역 등을 확보했다. 현재는 수집된 공연 정보와 추정수입 등을 근거로 지난달 20일 확보한 재무 자료가 정확한지를 대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빅뱅, 싸이, 투애니원 등 현재 YG에 소속돼있거나 과거 소속됐던 아티스트 등이 해외서 올린 수익의 모든 내역을 국내 세법에 맞게 신고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또 양 전 대표와 YG가 해외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관련 시장이나 자산에 이른바 ‘파킹(고의 은폐)’한 것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해외의 숨은 별장이나 미술품 등 고액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강력한 세풍


▲한보 = 최근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 결과 역외탈세, 유령법인 재산은닉을 조사하는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새 단장은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으로 결정됐다. 21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송환된 고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를 수사하던 주무 부장이 요직에 발탁된 것이다. 외환위기를 부른 장본인으로 꼽히는 한보그룹의 해외 재산은닉 파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회장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2703억원으로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 가운데 가장 높다. 3남 보근씨와 4남 한근씨까지 합치면 이 액수는 3600억원대로 불어난다.  

예 부장은 최근까지도 한근씨와 해외 도피 및 유전 사업을 함께 했던 중·고교 동창과 사업 관계자들을 꾸준히 소환 조사하며 정 전 회장 일가의 행적을 재구성해 왔다. 한근씨는 한보그룹의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322억원가량을 해외 도피 전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에콰도르서 한근씨와 함께 머물던 동창 이모씨가 검찰에 의미 있는 진술을 했고, 검찰은 한근씨의 횡령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현준 국세청장

한근씨의 송환이 제대로 결실을 맺으려면 이 같은 은닉 자금의 향방이 좀 더 뚜렷해져야 한다. 예 부장의 발탁은 국제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염두에 둔 조치로도 풀이된다. 예 부장은 국제외교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서 한국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일했다. 국제기구가 밀집한 곳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각국의 수사 노하우를 접했다는 평가다.

▲효성 =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외국에 생산 법인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대의 소득을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최근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에서 운영하는 생산 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술사용료 등을 적게 계상해, 국내 본사로 이전해야 할 소득을 축소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효성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축소한 소득은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수백억
일단 찾는다

보통 대기업이나 외국 현지 공장을 둔 기업은 기술 개발은 국내서 하고 생산은 외국 공장서 도맡는다. 외국 공장에선 국내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국내 기술 인력들이 현지에 파견 나가 생산 공정을 관할한다. 이 때문에 생산 공장은 기술사용료나 인건비 등 대가를 국내 본사에 지불해야 한다. 국세청은 효성그룹이 이런 비용을 실제보다 매우 낮게 잡아 국내로 들어와야 할 소득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국내 본사가 세금을 적게 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리온 = 오리온그룹이 해외 법인을 통한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의혹은 내부고발로 불거진 데다 오리온이 2011년 비자금을 조성한 수법과 비슷해 주목된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 5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으로부터 역외탈세와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 등에 해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시사저널> 등 국내외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제과업체 오리온의 중국 현지 법인인 오리온푸드가 직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중국현지 매체들이 지난해까지 오리온푸드서 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A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제기했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한근씨

오리온푸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A팀장이 2016년 1월 중국 세무국에 신고된 급여 내역을 확인하면서 확산됐다. 중국 세무국에 신고 내역이 실제 A씨 계좌로 입금된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중국은행(Bank of China)에 자신 명의의 계좌가 개설됐다. 해당 계좌로 지난 2014년 142만위안(2억4100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146만5000위안(2억4900만원), 2016년 109만9000위안(1억8700만원), 2017년 22만6500위안(3800만원) 등 거액의 돈이 들어왔다가 출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 검찰은 국정농단 핵심인사로 꼽히는 최순실씨의 해외 불법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이다. 최근 최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현금 수십억원을 넘기려 했던 옥중편지가 공개되는 등 불법 재산은닉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환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환수 강조
사정기관 수장들 속전속결  


편지에는 ‘건물이 곧 팔리면 추징금 70억원을 공탁하고, 남는 돈 중 30억 정도를 줄 테니 나중에 조용해지면 건물을 사라’ ‘생활비 등은 계속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 최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에 갖고 있던 빌딩을 126억원에 팔아 78억원을 법원에 공탁금으로 냈고, 정씨는 2월에 경기도 남양주의 80평대 아파트를 9억여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 때문에 2심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최씨가 거액의 벌금이 확정될 것을 대비해 증여 형태로 재산을 은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씨의 해외 재산은닉 의혹은 검찰 수사 대상이다. 윤 총장도 최씨 재산 은닉 의혹과 관련해 “많은 재산이 숨겨진 것 같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서 ‘최근 불거진 최순실 재산 의혹은 어떻게 조사할 것이냐’고 묻는 조배숙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최씨의 해외 재산 도피 등 범죄 관련 은닉자산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주요 추적 대상이기도 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이학수 = 국세청이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외 재산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 3월부터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이 전 부회장 일가 공동소유 LNB타워가 설립된지 얼마 안 된 미국의 한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한 것이 변식증여가 아닌지를 의심하고 그 경위를 면말하게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부회장의 해외재산의 역외탈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LN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8월 설립된 미국의 한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19층 건물 엘앤비타워의 실소유주인 L&B는 지난해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에 112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에 112억7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는 미국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델라웨어주에 있는 회사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숨겨둔 돈 
어디 있나?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심’으로 15년간 삼성전자 미래전략기획실장, 재무실장 등을 거치며 삼성의 실제적 재무 전반을 총괄 관리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매각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을 기획, 총괄했으며 삼성의 2인자로 불려왔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정부 “해외 도피 부정 축재자 끝까지 잡는다”

정부가 구본현 범LG가 3세 등 부정축재 수사 중에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 40여명을 특별관리, 인터폴과 공조로 국내 소환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관리 대상 국외도피 기소중지자 중 부정축재 사범’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횡령·배임·사기 등 부정축재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25명을 특별관리, 국내 검거·송환을 추진 중이다.

이들의 총 범죄 혐의액은 780억원으로 횡령과 배임, 사기, 뇌물 등의 경제사범에 연루, 해외 도피 중이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 이어 인터폴에게 적색수배를 요청, 범죄인 인도를 청구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해외도피 중인 범죄 혐의자 12명을 특별 관리, 추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혐의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채 의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사기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해외도피로 기소중지된 경제사범은 2018년 644명으로 지난 2014년 말 330명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사법부가 형을 확정했으나 몰래 해외로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도 같은 기간 379명서 686명으로 늘었다.

채 의원은 “해외도피 경제사범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재산을 몰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불법재산환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가동 중인 합동조사단을 상시화하거나 조직화, 막대한 해외불법 도피자산을 환수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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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