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이후…’ 출근길 대리운전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0:58:03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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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게 값 비싼 숙취 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늦은 밤이나 새벽에만 있을법한 대리기사들이 출근길서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숙취가 남아있는 손님들이 찾는 출근길 대리기사의 실태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지난 6월부터 ‘제2의 윤창호법’(이하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숙취운전이란 말이 생겼다. 숙취운전이란 전날 음주를 하고 나서 몇 시간 동안 잠을 자고 난 뒤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불편

윤창호법이 시행된다는 대대적인 홍보에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줄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전국 하루 평균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5월 하루 음주운전 단속 건수 334건과 비교하면 19.2% 줄어든 수치다. 

다만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단속건수는 개정법 시행 전보다 20% 증가했다. 

지난달 28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하는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T대리’서 오전 시간의 이용률이 윤창호법 시행 후에 한 달 동안 57.48% 늘었다. 이 수치는 시행 전인 5월28일부터 6월24일까지 이용률 통계와 시행 후인 6월25일부터 7월22일까지 통계를 비교한 결과다. 


그동안 대리운전 시장서 오전 시간 호출 비중은 전체의 1.5%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다. 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 오전 시간 호출 비중은 한때 3%까지 늘었다. 오전 10시∼오후 4시 호출 비중을 합쳐 5%를 기록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라도 단정하기 어렵다. 숙취운전 염려로 아침에도 대리운전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길 대리기사 콜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출근길 대리운전을 부르는 A씨는 “전날 회식하고 나서 차를 가지고 출근해야 할 경우 대리기사를 부른다. 심야에 비해 잘 잡히지도 않고 같은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심야보다 가격이 더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대리운전은 한국 특유의 24시간 문화로 인해 생긴 직종 중 하나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차와 고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킬 기사가 필요했고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대신 운전하는 전문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리기사들은 출근 시간대에 근무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대리기사는 주업과 부업으로 나뉜다. 주업인 사람의 경우 늦은 심야시간까지 근무하고 난 뒤, 출근 시간대에 낮잠은 필수적이다. 부업인 경우에는 출근 시간대의 주업을 하기 위해 출근하는 경우도 많아 시간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 

아무리 불러도…대답 없는 기사
낮엔 명확한 요금체계 없어 혼란

심야 대리운전과 가장 큰 차이는 일의 연속성이다. 심야 시간의 경우에는 서울 한복판서 성남, 수원 등 경기도로 이동하고 난 뒤 가까운 거리의 손님 유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출근길 대리기사의 경우에는 경기도서 강남, 여의도 등 회사가 많은 지역으로 옮기고 나서는 일이 끊길 확률이 굉장히 높다.
 


이뿐 아니라 출근길 정체 구간도 고스란히 기사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근길 정체로 인해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스트레스다. 심야 시간의 경우 20∼30분 걸리는 거리가 출근길에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기사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심야시간에 대리운전을 부르면 출발지 강남서 도착지를 성남으로 할 경우 2만5000원서 3만원 수준이다. 반대로 낮 시간대에 출발지 성남서 도착지를 강남으로 할 경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을 더 세게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게 대리업계의 주장이다. 

김종용 전국대리운전기사연합회장은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은 같은 거리인데 왜 가격이 다르냐고 항의할 때는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대리기사들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대리기사 B씨는 “출근길에는 대리기사가 없다보니 가격이 올라 갈 수밖에 없다. 덕소서 강남으로 가는 데 5만원에도 잡히지가 않아 5만5000원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기사의 요금체계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요금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회장은 “대리운전 기사를 위한 법과 제도가 없다보니 굉장히 허술한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는 건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표준요금제나 표준 약관제 등을 제도화를 시켜서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안은?

예전부터 낮에 대리운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병원 진료 후 귀가하기 위한 환자, 골프장 방문 고객, 회사 임원이나 거래처 VIP 수행기사 대행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낮에 대리 기사를 호출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리기사 월수입?

대리기사는 밤의 근무를 해야할 뿐 아니라 술에 취한 진상 고객도 상대해야 한다. 일이 힘들고 고된 직업인만큼 몇 명이 이용하고 얼마나 버는지 알아봤다. 

카카오 리포트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6년 6월∼2018년 9월까지 약 2년3개월동안 총 대리운행 건수는 1993만건, 총 이용승객은 24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 평균 9만명의 사람이 월 평균 738만건의 대리운전을 이용한 셈이다. 하루 평균 3000명의 대리기사를 부르고 있어 출근길까지 더해지면 점점 더 대리운전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잘 벌면 534만원

카카오T 대리기사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업을 승인 받아 운행하는 대리기사는 지난해 9월 기준 약 12만4000명에 달하며, 전체 대리기사는 약 2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리기사의 소득수준은 전업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평균 소득을 추산하는 건 무리가 있다. 

카카오리포트에 따르면 전업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대리기사의 최고 정산액은 534만원으로 측정됐다. 이는 대기업 직장인 월급 수준이다. 전업으로 일하는 대리기사의 비중이 49.4%로 전체 대리기사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리기사의 수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부업’이 아닌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는 전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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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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