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불매운동> 덕 본 기업들 어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무역 갈등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 브랜드가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한국 브랜드는 애국 마케팅, 할인 행사 등으로 ‘반일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이다.
 

온라인과 SNS를 타고 일본 불매운동 기업 목록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목록에는 자동차·전자·의류·맥주·편의점 등 일상생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이 총망라됐다. 누리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노’(NO)라는 로고를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NO’라는 영문의 ‘O’는 일장기를 형상화했으며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전 품목에 해당
반사이익 최고

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여파로 맥주를 비롯해 패션, 식음료 등 다양한 일본산 제품들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애국 마케팅을 펼친 업체들은 반사이익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선 아사히·기린 등 일본 맥주들의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고, 불매운동 대표 브랜드로 지목된 ‘유니클로’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본사 지분율이 99.96%인 신발 편집숍 ABC마트코리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 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미니스톱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점주들의 매출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토종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애국 마케팅’에 불을 지피고 있다.
 

▲ 모나미와 탑텐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이 대표적이다. 탑텐은 올해 2월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 티셔츠를 기획·제작해 완판한 데 이어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달 5일 출시돼 현재까지 1만장이 판매됐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 제품보다 2배 정도 빠른 판매 속도로 판매율은 현재까지 75%다.

탑텐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될 무렵부터 애국 마케팅을 강조한 홍보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2012년 탑텐 론칭 당시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SPA 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그에 못지않은 소재 개발과 아이템으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적극 홍보하며, 소비자들에게 국내 대표 SPA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 불매운동…전 품목 매출 감소
애국 마케팅으로 반사이익…횡재한 기업들

신성통상 관계자는 “탑텐은 역사와 사회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매년 삼일절, 광복절, 독도의날, 군함도 관련 프로모션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올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프로젝트 티셔츠 출시 때도 SNS를 통해 역사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소통하며 2030세대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도 최근 SPA 브랜드인 ‘스파오’가 토종 브랜드라는 점을 앞세워 토종 캐릭터인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로보트 태권브이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뉴트로’ 감성으로 재해석한 반팔 티셔츠, 에코백 등으로 제작됐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서 토종 콘텐츠로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가대표 브랜드”라며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상징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스파오는 2009년 국내 토종 SPA 브랜드로 일본과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SPA 시장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맞이하는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마련한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3040세대에게는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고, 1020세대에게는 한국판 로봇캐릭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대체는?
속옷까지 국산

BYC는 공식 자료를 통해 여름철 인기 제품인 ‘보디드라이’의 판매량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림과 동시에 자사가 토종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BYC 관계자는 “BYC는 1946년 광복 이듬해에 설립돼 73년간 한국 내 산업의 역사와 함께 달려온 국내 토종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볼펜 생산기업인 모나미도 일본산 문구류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 모나미는 1000원 이상의 국내 필기용품 시장서 일본 제품에 밀렸으나, 최근 불매운동 여파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주류 업체들도 ‘맥주 마케팅’에 더욱더 힘을 쏟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맥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번지며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31일까지 대표 제품인 ‘카스’와 발포주 신제품 ‘필굿’을 대상으로 한시적 판촉행사를 실시한다. 카스 맥주의 경우 이 기간 출고가를 약 4∼16% 인하해 공급한다. 카스 병맥주 500㎖를 기준으로 보면 출고가가 현행 1203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같은 기간 발포주 필굿의 가격도 355㎖캔은 10%, 500㎖캔은 41%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인하된 출고가가 적용되면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9000원’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업체 동참
마케팅 전쟁

하이트진로는 ‘청정라거-테라’의 여름 광고를 최근 공개하고 시장 공략을 위한 활동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새 광고는 지난달 초부터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무더운 여름철에 청량감을 더할 청정라거-테라의 특장점을 알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 초기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테라는 지난 3월21일 출시 이후 101일 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한 발포주 라인업도 강화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5일 국내 최초로 밀을 원료로 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을 선보였다. 필라이트 바이젠은 기존 필라이트, 필라이트 후레쉬를 즐기는 소비자층은 물론 밀 맥주를 선호하는 음용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와 입맛을 반영한 라인업을 구성, 발포주 소비층을 더욱 확대하며 시장 내 경쟁우위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국내 첫 발포주 필라이트는 뛰어난 가성비와 우수한 품질력으로 초기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롯데주류 역시 피츠·클라우드 등 자사 제품들을 앞세워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열리는 ‘한강몽땅 여름축제’에 참여해 차별화된 문화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지난달 20∼21일 서울시 송파구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서 열린 ‘2019 워터밤 서울’ 페스티벌에 공식 후원 맥주브랜드로 참여하기도 했다. 

밉보인 유니클로…토종 브랜드 도약
수혜 보고 있지만…매출 상승이 관건

롯데주류는 또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맥주 쿨러백(Cooler Bag) 패키지를 출시했다. 쿨러백 패키지는 맥주를 시원한 상태로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패키지로 무더운 여름 휴가철, 야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롯데주류는 캔맥주 6개로 구성된 ‘미니 패키지’를 준비하는가 하면, 가방처럼 멜 수 있는 ‘피츠 백팩 쿨러백’ 등을 소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에선 유통가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번지며, 올여름 국산 업체 간 ‘맥주 전쟁’이 유난히 뜨겁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수입맥주 카테고리서 1위를 달리던 일본 아사히 맥주의 경우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크게 줄며 고전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본산 제품의 판매가 50% 이상 줄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오비맥주가 ‘성수기에 가격 할인’이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기도 하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카스·카프리 등 맥주 제품들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으나, 4개월여 만에 가격정책을 바꿨다. 최근 일본맥주의 점유율 하락을 ‘큰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비맥주 측은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번 특별할인 행사가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촉진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시장서 특히 일본산 제품의 하락세가 돋보이는 것은 국산맥주나 다른 국가의 맥주 등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며 “‘4캔에 1만원’ 공세에 한동안 주춤했던 국산맥주 브랜드 입장에선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수혜 어디까지?
아직 키져봐야…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맞물려 의미가 큰 해인 데다 최근 한일 간 갈등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면서 업체들이 애국 마케팅을 펼치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라며 “국내 토종기업들이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연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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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