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오세훈 등판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31:23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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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새 사무실, 책사만 들락날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오세훈 등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의 자유한국당 상황이 그렇다. 예상보다 빠른 위기다. 지나가는 파도일까, 모든 것을 휩쓸 쓰나미일까. <일요시사>는 한국당 내부 민심을 밀착 취재했다.
 

▲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호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판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황교안 체제는 지난 2월에 출범했다. 당시 득표율을 보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원들이 황 대표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했는지 알 수 있다(황교안 50.0%·오세훈 31.1%·김진태 18.9%). 전당대회가 있기 전 <일요시사>는 복수의 당 대표 출마 희망자를 만났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황색물결(황 대표의 기세)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당원들의 민심을 살핀 뒤 나온 말이었다.

꺼져가는
기대감

하지만 여의도 민심은 차이가 있었다.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컸다. 원외 신분의 정치 신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오랫동안 정치의 속성을 지근거리서 봐왔던 사람들은 황 대표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전당대회 직후 한국당 의원실 보좌진은 “당원들 사이에서는 황색물결이 대세다. 그런데 잘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다음과 같이 내다봤었다.


“황 대표가 총선까지 쭉 갈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벌써부터 친황(친 황교안)계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 공천 챙겨주고 전당대회 때 도와준 사람들 공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다가는 바로 역풍 맞는다. 총선 전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기회가 열릴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당원들의 민심보다는 여의도 민심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선 후 30%대까지 회복됐던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10%대로 급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19%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지지율 19%는 황 대표의 취임 직전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 같다. 즉 당선 후 황 대표에게 쏟아졌던 기대감이 지금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지지율 조사서도 당 지지율이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한국당이 겪고 있는 ‘내우외환’이다. 한국당은 최근 심각한 ‘내우’를 앓고 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당의 ‘친박 회귀’ 노선을 앞장서서 비판하고 나서면서 표면화됐다.

이는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맥을 같이한다. 황 대표는 최근 주요 당직과 상임위원장 등 한국당 몫의 국회 요직에 범친박계 인사들을 꽂아 넣었다. 앞서 당 사무총장 인선 과정서 비박계 이원복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친박계가 들고일어나면서 결국 박맹우 의원이 낙점됐다.

지난달 5일에는 비박계 황영철 의원이 맡고 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친박계 김재원 의원을 임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당 지도부가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과의 선거연대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황 대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박맹우 신임 사무총장 등이 우리공화당 홍문종 대표와 회동을 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내년 총선서 수도권 선거구 10석가량과 대구·경북(TK) 일부를 공화당에 양보하는, 이른바 ‘연합공천’ 등 선거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 지도부가 해명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박 사무총장은 관련 보도가 나온 즉시 이를 부인했으나, 4시간 만에 참석 사실을 인정했다. “모임에 잠시 참석한 적은 있지만 선거연대 등에 대해선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갈지자 행보는 수많은 의구심을 낳게 했다. 

한국당과 공화당의 선거연대설은 친박계의 당직 독식과 맞물려 비박계에 큰 위기감을 줬다. 새누리당 시절의 힘을 되찾은 친박계가 공화당과 선거연대에 관한 논의를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다.

위기감을 느낀 비박계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성향의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2016년의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 핵심부를 모두 장악하더니 급기야 공화당과 공천 나눠먹기를 논의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 적중
여의도 민심

지난달 30일에는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고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과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계로 통하는 비박계 김세연 의원 역시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인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근 친박계로부터 여의도연구소장직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왕성한 활동으로 몸값을 올리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보수)빅텐트를 만들어도 좌파 연합을 이기기 어려운 판인데,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상황이 이쯤되자 황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기자간담회서 ‘친박계가 당직을 독식한다’ ‘도로 친박당이 되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에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나는 박근혜정부서 일을 한 것이지, 그때 정치를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으로 당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까지 했다.

비박계 내부에선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비박계 인사는 <일요시사>에 “공화당과의 접촉이 기폭제”라며 “공화당과의 연대는 ‘TK자민련’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수도권 의원들 중에 비박계가 많다. 뻔히 결과가 보이는데 좌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교안 리더십 흔들, 지지율 10%대↓
‘내우’ 계파전쟁 ‘외환’ 친일논란


한 비박계 의원은 <노컷뉴스>와의 통화서 “9월까지도 계속 이렇게 간다면 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결국 한데 모이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비박계 내부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실 보좌진은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황(교안)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 전 시장이 전당대회서 2등을 차지했으니 훌륭한 대안”이라고 귀띔했다.

이른바 ‘오세훈 등판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서 31.1%의 득표율을 기록,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오 전 시장은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변호사사무실을 광진구 자양동으로 옮겼다. 인재 영입도 한창이다. 한국당 A 의원실서 근무했던 변호사 출신 보좌진이 약 4개월 전 오세훈 변호사사무실로 이직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의 보좌 업무와 변호사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다. 추 전 대표의 지역사무실은 자양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추 전 대표의 지역 사무실과 오 전 시장의 변호사사무실은 차로 1분, 도보로 5분 거리다. 
 

▲ 광진을 지역서만 내리 5선을 구가하고 있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때문에 일각에선 총선이 본격화되면 오 전 시장의 변호사 사무실이 캠프로 변신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오 전 시장은 유튜브 촬영을 위해 해당 사무실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를 3번 치러본 한 한국당 인사는 <일요시사>에 “보통 캠프는 그 지역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잡는다. 오 전 시장이 사무실을 추 전 대표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잡았다는 것은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내우외환
사면초가

또 다른 한국당 인사는 “추미애 캠프와 가까운 거리라는 점을 고려하고 사무실을 구했을 것이다. 향후 캠프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오 전 시장이 험지서 살아남는다면 완전 뜨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현 직함은 한국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현재 자양사거리서 파라솔을 편 채 직접 당원 모집에 매진하고 있다. 

추 전 대표가 현역인 서울 광진을은 한국당 입장에선 험지로 이 지역은 항상 진보 정당이 차지해왔다. 추 전 대표는 이 지역서만 5선(15·16·18·19·20대 국회)을 한 터줏대감이다. 한국당은 이 지역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다.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지만, 만약 오 전 시장이 승리한다면 일약 한국당의 ‘구세주’로 올라설 수 있다. 한국당의 새로운 간판이 됨은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주가도 폭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으로 예정된 제20대 대선서 대권을 노려봄직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다.

한국당의 외환은 일본 경제보복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친일’ 논란이다. 최근 여권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한국당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토착왜구’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한국당에 대한 친일 프레임에 대해 “지지층 결집효과는 있지만, 지지층 확대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반대로 민주당 내부결속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수의 비박 “오세훈 부상”
추미애 캠프와 단 1분 거리

친일 프레임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황 대표다. 그가 지난달 24일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이 정권의 친일 프레임이 의도하는 바가 분명하다. 아마 다음 달 광복절까지도 공세를 더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많다. 그 결과가 얼마나 위험할지는 아마 여기 계신 위원님들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신호타이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황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의 공격 신호였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황 대표 발언 이후 민주당에 대해 맞불작전을 구사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부터 친일 토착왜구라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곽 의원은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상속인들이 지난 1987년 제기한 상속세 취소 소송에 문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참여한 점을 내세워 문 대통령이 친일 인사의 소송을 대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민정수석이던 시절, 친일인명사전서 김지태씨를 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의)부친은 일제시대에 공무원을 지내며 곡물 수탈을 도왔다는 의혹이 있고, 본인은 국가를 상대로 한 골수 친일파 김지태씨의 후손이 제기한 세금취소 소송의 변호인을 맡아 거액 승소했고, 딸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극우파 현양사가 세운 일본 국사관 대학교에 유학했다는데 이쯤 되면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정말 제대로 된, 번듯한 친일파 가문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잇단 논란에 문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들과 가진 회의서 당시 승소에 따른 성공 보수를 받지 않았고, 변호사 수임료까지 더해 직원들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당 측에서 제기하는 주장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터줏대감과
정면승부

김씨 친일 논란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해명했다. 한국당 측은 문 대통령이 김씨를 친일인명사전서 제외하는 데 관여했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김씨가 친일파로 지정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과연 황 대표의 친일 맞불작전은 성공적이었을까. 한국당은 최근 ‘북풍’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친일 맞불작전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친일 프레임을 얘기할수록 지지율은 ‘뚝뚝’ 떨어졌다. 한국당 내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또 다른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고 돌아 ‘핵무장론’ 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또다시 ‘핵무장론’을 꺼내들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다.

이번에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시발점이었다. 한국당은 9·19군사합의 파기,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무기 탑재 잠수함 순항 가동, 한미일 핵무기 공동관리 등 사실상 자체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소속 국회 외통·국방·정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청와대가 ‘나토(NATO)식 핵 공유’를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당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회의에 참석해 “필요하다면 북한의 핵무장에 맞서서 한미일 삼국이 공동 관리하는 핵잠수함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로 한국당이 ‘친일 프레임’에 갇혀 있는 와중에 터진 주장이다. 구도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 친일 논쟁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북풍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국회 국방위·정보위 등을 통해 ‘안보 국회’를 추진한 일도 같은 맥락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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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