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아동 출연자’ 학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29 11:00:57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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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홍어 먹이고 회당 5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방송가에는 여전히 열정페이가 존재한다. 아역 배우를 둔 학부모들은 최저임금을 지키는 표준계약서는 구경도 못했을 뿐더러, 아이들을 장시간 촬영에 방치하는 등의 열악한 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화려한 방송가 뒤에 숨겨진 민낯에 대해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S양은 “추운 밤길에 혼자 뛰어다니는 연기 등 고된 촬영을 많이 해봤지만, 가장 힘든 촬영은 모 방송국서 홍어나 광어회를 먹는 장면이었다. 또 같이 출연한 언니는 사춘기라는 이유로 편의를 봐줬지만, 나한테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나이도 어린 나에게 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일단 출연?
계약서 없이…

2017년 S양은 학원형 기획사인 D사에서 연기를 배웠다. D사는 모 방송국서 아이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S양에 관한 프로필을 모 방송국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인 L사로 전달했다. 

L사는 S양의 프로필을 확인한 후 오디션 기회를 제공했다. S양은 같은 해 3월경 OO공개홀서 열린 모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당시 8세였던 S양은 오디션에 합격해 캐스팅되는 기쁨을 누렸다.

S양 어머니는 “오디션이 일주일 이상 진행된 것으로 안다. 우리 아이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처음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프로그램 측에서 원하는 아이가 없어서 연령을 확대하다가 우리 아이가 눈에 띄어 발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S양 어머니를 불러 스케줄만 맞으면 S양과 함께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S양은 같이 출연하게 되는 출연자 A양과 함께 3번의 대본 리딩을 진행했다. 이때 S양 어머니는 제작진에게 계약서에 관해 운을 뗐다.

하지만 프로그램 관계자는 “그전에 하던 애들도 계약서 안 썼어요. 아이들이기 때문에 변수도 많이 있고, 3개월 묶어놔도 아이에 따라서 그 기간을 못 채우는 경우도 있고, 3개월 이상 촬영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S양은 어머니는 촬영 경험상 아이들과 제작사가 원해야 계속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이 출연에 관해서는 계약사항을 서로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S양 어머니는 “오디션에 참여해서 캐스팅된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모르겠지만, 엄마들은 다 알고 있다. 불공정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아이들이 힘들게 얻은 배역을 엄마가 괜히 나서서 놓치게 될까 봐 말을 못했다. 이 업계에선 성인·아이 할 것 없이 무명 배우들은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이 피해 갈까봐 항의도 못 해 
따로 쉬는 시간 없이 대본 연습

D사 관계자도 “원칙상으로는 출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간을 자꾸 미루더니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2017년 5월23일 S양은 본격적인 첫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됐지만, 오전 7시까지 도착해 촬영 준비를 마쳐야 했다. 메인 MC였던 S양은 2주에 1번씩 촬영을 진행했는데, 오전 8시부터 이르면 오후 10∼12시까지 하루에 4회분의 촬영을 해야 했다.


8세 아이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이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S양 어머니는 “촬영 시간 동안 별도의 쉬는 시간은 없었다. 필름이나 메모리 교체할 때나 촬영 환경을 바꿔야 할 경우 틈틈이 쉬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 시간마저도 대본 연습하느라 바빴다. 온전히 쉬는 시간이라 하기도 민망하다”며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하다. 촬영을 다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올 때 녹초가 된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찢어졌다. 특히 촬영이 오후 12시에 끝난 다음 날에는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촬영을 담당했던 작가는 “촬영은 8시부터 시작한 게 맞다. 하지만 아이들이 온전히 그때부터 촬영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인서트(화면이 없어도 장면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영상) 촬영을 앞에서 몰아서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휴식시간을 넉넉히 제공했다”고 항변했다.

S양 어머니에 따르면 촬영 특성상 아이들은 서서 촬영에 임해야 했고, 나이가 어려 키가 작은 아이는 같이 출연한 성인 연기자와 키를 맞추기 위해 발 받침대를 사용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S양 어머니는 “촬영 당시 프로그램 제작진은 주위 소품 중에 키를 맞출 수 있을 만한 물건을 급한대로 사용했다. 아이가 그 받침대서 떨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열악한 촬영환경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S양은 프로그램 특성상 음식을 먹고 맛을 평가해야 했다. 출연자들은 홍어, 광어회, 청양고추가 담긴 김치 등을 먹어야만 했다.

S양은 가장 힘들었던 음식으로 홍어를 꼽았다. S양은 82회 때 같이 출연했던 출연자 A양과 함께 홍어를 시식했다. S양은 고기, 김치와 함께 홍어를 먹어야 했다. S양은 “언니(A양)도 홍어를 먹고 콜라를 계속 마시면서 힘들어했다. 홍어를 맛있게 먹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고 밝혔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서도 S양은 고등어회를 시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S양은 “고등어회가 너무 비려서 토할 뻔했어요. 다른 회를 먹어도 고등어회 맛이 계속 나서 ‘아, 이게 비린내구나’ 했어요. 물도 계속 마셔봤지만, PD님과 대표님이 계속 맛있다고 하라 하시니까…. 솔직히 먹기도 싫었고 맛있다고 하라는데 맛있다고 하기도 좀 그렇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같이 출연한 언니는 사춘기라는 이유로 다독여주는데 저한테는 계속 ‘언니 대사인데 네가 좀 해봐라’ ‘이렇게 맛있다고 해줘’ 이런 식으로 언니보다는 나한테 자꾸 요구했다. 그 상황서 안 한다고 할 수 없으니까 일단 ‘예’ 하고, NG가 나면 계속 ‘이렇게 해야지’라고 하는데 좀 힘들었다. 저를 좀 거칠게 대한 거 같은(느낌이 들었다)…. 작가님들이 얘기하실 때는 친하니까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저를 좋다고 얘기하시는데, (L사 대표와 작가를) 못믿겠다”고 덧붙였다. 

S양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먹인 음식들은 제작진들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당시 촬영현장에 있던 작가는 “아이들에 중간에 맵다고 한 건 안 먹이고 넘어갔다. 억지로 먹인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모 방송국 외주제작사서 촬영한 이 프로그램은 촬영 기준이 아니라, 방송 기준으로 출연료를 지급한다고 했다. S양이 처음 출연한 방송날짜는 2017년 7월10일이었다. 7월 6회, 8월 8회, 9월 6회, 10월 7회, 11월 8회, 12월 7회분이 방송됐다. 이후에도 2018년 1월 5회, 2월 3회, 3월 6회, 4월 9회, 5월 7회, 6월 7회, 7월 9회, 8월 5회, 9월 5회분에 출연했다. 

교통비도… 
1회당 5만원

마지막 촬영은 2018년 7월31일이었다. S양 어머니는 “촬영을 며칠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이는 잘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에선 아이가 오래 일하기도 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가 촬영은 힘들어했지만, 막상 끝난다고 하니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S양 출연을 두고 처음부터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게 화근이 되었다. 2018년 7월31일 마지막 촬영을 끝냈을 때도 S양 어머니는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회당 출연료는 5만원으로 책정됐는데,한참이 지나서야 일부분만 지급됐다.

S양의 새 소속사 B사 대표는 “7월 6회 차에 관해서 L사는 D사로 출연료를 입금했다고 말했고, D사는 L사로부터 입금된 돈이 없다고 하며 말이 서로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료 5만원으로 책정해서 6회 차는 30만원이다. L사는 D사로 송금했다고 하나 우리는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8월부터 11월까지 총 29회 차에 대한 출연료는 1년도 지난 2018년 12월3일 L사로부터 받았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48회 차에 대한 출연료는 같은 해 8월13일 B사가 L사로부터 받아 S양 어머니에게 지급했다. 


B사 대표는 “지난해 8월 S양이 프로그램서 퇴출당하고 난 후 출연료가 급하게 지급됐다. 그 이유는 타인이 항의하자 프로그램에 손상이 갈까 봐 지급한 것”이라며 “출연료 5만원은 근로 기준 시간을 초과한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양 어머니는 2017년 7월 6회분인 출연료 3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호소하고 있다.

S양 어머니는 “이러한 일들이 여기만 그런 게 아니고 비일비재하다. 이전 방송활동서도 출연료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이전 프로그램 작가한테 입금됐는지 물어보니 입금명세서까지 보여주며 확인시켜줬다. 당시 D사 대표에게 물어보니 출연료에 대해서 별말은 없고, ‘출연시켜줬는데 그 까짓 돈 얼마나 되느냐고 난리냐’ 이런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트라우마…못 먹는 음식은 ‘홍어’
출연료도…항의하자 뒤늦게 지급

D사 대표는 “우리도 억울하다. 우리가 2017년 S양을 케어 하는데 인건비, 교통비, 식사비, 헤어 메이크업 등 들어가는 돈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가 받아야 하는 돈을 새로운 소속사가 받아갔다. L사는 계약서를 우리랑 안 쓰고 B사와 쓴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 우리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L사 대표는 “출연료 지급은 다 했다”며 전화를 끊었다. 

근로기준법상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하루에 7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 다만 사용자와 근로 청소년이 합의한 경우에는 하루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해 일할 수 있다.
 

해당법에 따르면 S양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 현재 B사는 L사에게 S양을 비롯해 소속 아역 배우들의 미지급된 출연료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PD는 B사 대표에게 S양의 촬영본을 보내 S양의 시선과 표현에 대해서 지적을 하기도 했다. PD는 S양이 방송본만 확인하다 보니 (문제점을)잘 모를 수 있다면서 촬영본을 전송했다. 

2017년 5월부터 S양과 함께 출연한 A양도 홍어에 관한 기억이 좋지 않다고 했다. 1년 후 A양이 SNS를 통해 “싫어하면서 못 먹는 음식이 홍어”라고 말한 것. 텐**는 S양과 A양이 홍어를 먹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애가 못 먹겠다고 먹기 싫다는 거 굳이 저렇게 먹이는 건 아동학대 아니냐?? 성인들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불호가 더 많은 음식인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성인도 못먹는
음식을 강요?

권상집 동국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방송업계서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그렇게 출연료와 처우에 대해 요구할 거면 하지 마’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이들, 솔직히 많다. 드라마가 생방송처럼 촬영되다 보니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스태프는 방송업계서 이른바 매장되기 쉽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기학원의 사기

아역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이용해 금품을 가로채는 일이 기획사뿐 아니라 일부 연기학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드라마 제작 감독까지 있다. 아역 배우 지망생 부모들에 따르면 ‘꿈팔이’는 연기학원서 상습적으로 일어난다. 연기학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학원이 폐업을 하면, 수업료를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한 웹드라마 제작사 A 감독이 꿈 팔이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아이가 오디션에 합격하려면 연기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며 아역 배우 부모들에게 25회에 300만원짜리 연기 수업을 제안했다. 수업은 5차례가량만 이뤄졌고 이후 그와의 연락은 끊겼다. 

“돈 주면 데뷔”

고소하겠다고 항의해 돈을 일부 돌려받은 부모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아이 앞가림에 방해가 될까봐 쉬쉬했다. 전국출연자노조에 따르면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피해 부모들에 따르면 A 감독은 출연료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인당 3만∼4만원의 출연료를 지급한 사실도 있다. 일반적인 1회 보조출연료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A 감독은 지난 23일 출연자노조 측에 사실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구>
 

<기사 속 기사> 보람튜브 아동학대 논란

최근 건물을 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보람튜브’가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보람튜브는 전기 모기채로 아이를 협박해 춤을 추게 하는 연출, 임신과 출산을 흉내 내게 한 연출, 아빠 지갑서 돈을 훔치는 상황 연출 등으로 그해 9월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몇몇 아동 채널 운영자와 함께 고발당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당시 “해당 유아뿐만 아니라 영상의 주 시청자인 유아와 어린이들에게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람튜브는 과거 다소 과한 설정 때문에 일부 맘카페서 논란이 되거나 유튜브로부터 몇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주는 아이가 돈은 부모가?

논란이 불거진 후 보람튜브는 사과했고 논란이 된 영상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보람튜브 측은 “초창기 업로드 영상을 포함 일부 비판을 받았던 영상에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후 1년 이상 큰 논란이 될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는 제작되지 않았다. 현재 일부 부모들은 보람튜브가 대다수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에 비해 유해한 것은 아니라고 평한다.  

과거 논란에 대해서 오히려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부모도 있다.

보람튜브를 향한 비난이 뜨거워지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비난이 ‘질투’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이번 비난이 일반인은 열심히 노력해도 평생 못 벌 돈을 한 달 만에 번 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는 이유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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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