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표류’ 광주 신가동 재개발 무슨 일이…

조합장 맘대로 수십억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일대 주민들은 지난 2014년 주택재개발을 목적으로 신가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하고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1716필지의 주택과 총 면적 28만7000㎡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해당 대지 위에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것. 그런데 재개발사업조합 사무실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최근 새로운 사무실이 하나 생겼다. 새로 생긴 올바른신가동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 입구에는 기존의 조합장을 규탄하는 각종 문구가 걸려 있다.
 

광주광역시 신가동 올바른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올신위)에 따르면 신가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잘못된 계약으로 약 1700여명의 조합원들이 총 12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그동안 낭비된 금액은 약 80억원에 달한다. 신가동 올신위는 “깨끗한 조합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용역 계약이 너무 많다. 불합리한 계약을 바로잡을 때 개인당 7000만원 상당의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며 개선안을 발표했다. 

한 지붕 
두 가족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2014년 설립된 신가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의 각종 행위가 조합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합장은 법무사계약, 기반시설공사와 지장물공사계약, 범죄예방 이주관리용역과 석면감리용역계약서 터무니없는 고액으로 계약하거나 하지 않아도 될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신위에서는 조합장이 임원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첫 번째로 법무사 업무 계약을 들었다. 법무사 업무 용역계약은 현재 불필요하고 또 금액도 특정할 수가 없다. 또 이주비 지급과 설정 또는 사업 완료 시 등기 이전 등은 조합원 개개인이 그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고지하고 계약서 등을 조합원에게 사전 우송해 조합원들이 법무사 및 등기사항을 스스로 분석해 선택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차나 정보 제공 없이 183억원 상당의 법무사 업무 계약을 체결, 이 비용은 280억으로 증가됐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올신위 관계자는 “어이없는 계약 중의 하나”라며 “2017년 임시총회 사업계획 책자의 계약 내용을 보면 법무사 비용이 있는데 종전 2017년 23억3000만원이었던 예산이 2019년 갑작스럽게 184억원으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그는 “184억원이란 금액은 대한민국서 법무사가 체결한 단일계약으로는 가장 큰 비용이 아닌가 싶다. 있을 수 없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계약으로…1200억 추가 부담 위기
올신위 “총회결의 없는 과도한 계약” 주장

두 번째로 문제 삼은 것은 정비기반시설 공사계약이다. 정비기반시설은 앞으로 5∼6년 뒤 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 시 상하수도나 도로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되고 관할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획득해야 확정이 될 뿐만 아니라, 입주 약 1년 전에 총회결의를 받은 다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합에선 2018년 2월8일 총회결의 없이 정비기반시설(건웅토건)에 관한 계약을 153억원에 체결했다. 이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올신위 관계자는 “아파트가 지어지고 보도블럭과 통행로를 만드는 공사라고 알고 있다. 공사계약은 최소한 3년 이후에 총회를 통해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 153억원으로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문제는 범죄예방 이주관리 용역계약이다. 범죄예방은 재개발 구역 철거 이후 공사 중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을 돌거나 구역 내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주관리는 철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범죄예방은 재개발 구역이 아무리 방대해도 5억원 이내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관례이고, 이주관리는 철거에 해당해 시공사의 공사계약 내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따로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합은 총회결의 없이 60억원 상당의 이주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즉시 계약금의 10%인 6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조합에서는 총회 추인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4조 제1항 제5호의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은 사전에 해야 하며, 사후 추인을 받았다고 해서 죄가 면제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올신위 관계자는 “범죄예방 이주관리 계약 자체가 도정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도정법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 지구가 정해지면 범죄예방을 위해서 해당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서에서 범죄예방에 관한 시설이라든지 순찰 강화를 요청하게 돼있다. 때문에 이는 순찰, 방범초소 설치 등을 무상으로 하는 경찰서 업무다. 이를 별도로 용역계약 약 6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비용 자체도 과다하게 계산됐다. 최소한 30억원 이상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수백억 계약 
위법 사례는?

네 번째는 지장물 조사 및 공사다. 지장물 조사는 말 그대로 철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사업무일 뿐이며 공사는 철거를 의미한다. 그 때문에 조사업무는 아무리 방대하다고 해도 5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철거는 도시정비법에 의거 시공사에서 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시공사의 공사비에 포함된다.

조합은 56억원에 지장물 조사 및 공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계약금 6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부분도 조합 측은 사후 추인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해 조합원들을 혼란하게 했을 뿐 사전 또는 사후 추인을 받은 바가 없다.

올신위 관계자는 “지장물에 대한 철거는 시공사가 하는 것이 원칙인데 별도로 다른 건설사에 계약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총액이 56억7000만원으로 돼 있는데 타 사업장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타 사업장의 경우를 감안해보면 20억∼40억 정도 필요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는 석면감리용역계약이다. 석면감리는 철거 시 석면 제거와 그 방법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 감독을 하는 것이다. 그 금액은 일반적으로 4억원 이하이며, 신가동개발구역의 경우 석면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합은 총면적 28만6964.71㎡에 대해 6950㎡당 총 2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신위 관계자는 “석면감리에 대한 원가는 실제로 업무 진행 인건비”라며 “추정컨대 약 3억 내외로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 또한 과다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석면감리 용역은 석면조사 면적 및 석면제거 일수 의거 감리금액으로 선정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금액이 19억9000만원으로 돼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는 15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되는 부분”이라며 분노했다.

올신위의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신위 관계자는 “현재 도급공사비 단가가 445만원으로 돼있고 조건은 일반토사 100%로 돼 있다. 도급계약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착공 시 암반이 있을 것을 대비해 토목공사 부분에 100% 일반 토사가 아니라 조합지질조사 결과에 따른 조건으로 공사금액을 결정한다’고 재수정해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급단가 물가상승률 적용에 대해서는 “2년 후에 착공이 된다고 봤을 때 471만원으로, 단가상 26만원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이라며 “비용 전체로 보았을때는 약 6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런 부담이라면 조합원 총회서 의결을 받고 난 다음에 시행이 돼야 하며, 마땅히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변경은 관리계획총회 인가 이후 실차공일까지의 물가변동률(주택소비자물가지수)을 적용해 재정산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은행 대출 이자의 문제도 있다. 관계자는 “당초 조합에서는 5%를 이야기했다가 조합 변경으로 계약서가 변경돼 현재 4%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타 사업 지역을 보면 평균 이자율은 2.5% 내외다. 조합원들이 이자 4%를 부담하면 편차가 1.5% 정도 나는데 전체 금액을 감안해보면, 75억 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2018년 2월9일 도정법 제29조 및 국토부고시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 변경 직전 5건에 대한 465억 계약 체결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고소장 제출
조합의 반박

올신위의 위 주장에 따르면 조합은 총 5건의 계약, 금액으로는 474억4600만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총회결의 없이 체결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조합원들은 광주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2000여 선량한 신가동 재개발사업 조합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의구현을 위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길 학수고대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원 2009도14296, 2010. 6. 24. 선고)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벌칙 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점, 총회의 사전 의결 없이 계약이 체결돼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이러한 상황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위 법 제85조 제5호의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어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로써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위반한 범행이 성립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그 범행 성립시기가 추후에 이뤄지는 총회서 추인 의결이 부결된 때라거나 추후 총회서 추인 의결이 이뤄진다고 해서 그 범행이 소급적으로 불성립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합장 “법적 문제없다” 반박
해임 결과 언제?…총회가 관건

아울러 “주택재개발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 법 규정 취지에 비춰보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총회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조합 측은 즉각 반박했다.

조합 관계자는 “2015년 10월31일 시공자 선정총회 책자에는 ‘철거공사 및 철거잔재처리비 포함이며 지장물(통신시설·전기시설·급수시설·도시가스시설 등 공급 일체시설)과 이주·공가 관리비는 별도’라고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광산경찰서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및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됐지만 광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지난 4월30일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범죄예방 및 이주관리에 대해서는 “관할경찰서는 정비구역 외곽순찰을 강화할 뿐 정비구역 내의 순찰과 방범, 범죄예방을 포함해서 조합서 별도로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분야”라며 “이주관리는 이주기간 9개월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면관리 용역에 대해서는 “용역계약서 제4조(용역비의 지급) 2항에는 ‘용역비는 석면해제 제거 공정작업에 따라 분할해 지급하며 석면조사업체의 추산면적에 따라 용역비를 확정 정산한다’고 규정돼있다”며 “현재 2016년 석면조사업체의 샘플조사 면적만 산출돼있는 상태며 관리처분 후 이주가 개시되면서 정확한 면적이 산출될 예정이므로 올신위에선 어떠한 근거로 용역금액을 계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장 바뀌나? 
총회에서 결정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투명한 조합이 운영되려면 조합원들이 신뢰하는 전문가, 경험자 등이 참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조합원 스스로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임시총회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이번 임시총회는 ‘조합장 및 임원 해임 총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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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