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교안-나경원 ‘패스트트랙 변호인단’ 늑장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15 10:14:31
  • 호수 1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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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라 할 땐 언제고 ‘나몰라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토사구팽’의 전조일까. 패스트트랙 폭력사태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보좌진을 위한 변호인단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당 지도부는 해당 보좌진에게 변호인단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부진한 변호인단 구성의 실상을 추적했다. 
 

▲ 몸싸움 중인 여야 국회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패스트트랙(이하 패트) 폭력사태는 대대적인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여야는 국회서 선거제·개혁법안 패트 지정을 놓고 한바탕 몸싸움을 펼쳤다. 이는 상대 당 의원과 보좌진 등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혐의는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현재 패트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58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6명, 정의당 3명과 문희상 국회의장 등 총 108명이다.

고소·고발전
불안한 마음

패트 때 전면서 몸싸움을 벌였던 한국당 보좌진도 고발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당 보좌진 중 6명이 현재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국회사무처 직원과 보좌관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고발된 6명의 보좌진에게 당의 책임 있는 자세와 변호인단 구성 등을 약속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시사>를 통해 “당 대표가 비공개로(고발된 보좌진과) 식사를 같이하면서 당에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원내대표도 공식적으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패트 사태가 있고 두 달이 지난 현 시점에도 변호인단은 구성되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 측은 같은 날 “우리 실무진 측에서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답변 드릴만한 부분이 없다”며 “말씀하신 것처럼(변호인단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논의 중인 단계다. 확실하게 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당 법률지원단 측에 문의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 측은 지난 5일 “아직 논의 중에 있다”며 “(변호인단 구성을 마칠)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로 넘어간 뒤 변호인단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된 보좌진의 심정은 어떨까. 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이하 한보협) 측은 고발당한 보좌진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당 지도부를 믿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고발된 보좌진 6명 조사받아
묵묵부답 지도부 “논의 중”

지난 1일 한보협 측은 “(고발된 보좌진이)걱정은 하지만 당을 믿고 있다”며 “아직 참고인 조사단계고 검찰로 가기 전까지는 변호인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보협은)당 지도부에 (변호인단 구성을)계속 건의 중이다. (나 원내대표가)합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기소유예가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보좌진과 당직자까지도 고발장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인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민주당의 전향적인 사과와 관련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법 165·166조(국회선진화법)는 고소·고발을 취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해 소를 취하해도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발된 사람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동료 보좌진이 고발당한 상태에 한국당 보좌진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보좌진은 지난 10일 “보좌진이 하나둘씩 경찰서에 불려가는데 한국당 지도부는 변호사 한 명 붙여주지 않았다. (고발당한 보좌진)혼자 가서 조사받고 왔다”며 “경찰 조사를 받고 그 조서를 근거로 검찰에 기소될 것인데, 변호사를 붙여줘서 말실수라도 덜할 수 있게 조치했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한국당 보좌진은 같은 날 “변호인단을 꾸려 보좌진을 보호한다 말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며 “고발당한 보좌진의 의원도 문제다. 의원이라도 변호사를 붙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약속은…
지지부진

피해사례를 취합하는 과정도 한국당 지도부가 아닌 보좌진이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사건이 남부지검으로 넘어갔다가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관된 사실도 보좌진이 먼저 확인했다. 한국당 보좌진 사이서 “당 지도부가 미리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피해 보좌진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불안감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비단 보좌진뿐만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그들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 4월25일 패트 처리 과정서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패트 지정 과정서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처음으로 패트 지정을 시도한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섰고, 채 의원은 약 6시간 동안 감금됐다가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의원님도
덜덜덜∼

한국당이 패트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27일, 패트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수사 계획과 함께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의 명단 등 세부 사항까지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이들이 경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날은 공교롭게도 영등포경찰서가 같은 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 등 4명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낸 그날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다.


50명이 넘는 한국당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상황서 경찰 업무를 소관하는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 해당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수사 외압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자료를 요구한 이채익·이종배 의원 역시 패트 사태와 관련해 정의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수사 대상인 의원이 경찰에 수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 셈이다. 

“약속했는데…” 불안감↑
‘부글부글’ 보좌진 성토

그러나 이채익 의원은 ‘통상적인 의정 활동’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채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며 “경찰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것은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당의 생각은 달랐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을 넘어 수사에 대한 압박”이라며 “한국당은 경찰에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는 ‘갑질’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반박했다.
 

▲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 대한 소환은 결국 버티기로 끝났다. 이들은 경찰의 소환 통보를 거부했다. 당시 경찰은 “수사 대상이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혜를 줄 수는 없다”며 “통상의 수사 절차대로 다시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최근 이들에 대한 재소환과 함께 소환 범위를 확대했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는 한국당 의원 9명에게 추가로 출석을 통보했으며, 지난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던 4명에게도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또한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 충돌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 4명, 정의당 의원 1명에게도 새로 출석을 요구했다.

출석 요구에
버티기 일관

민주당 의원들은 출석에 적극 임할 뜻을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 10일 영등포경찰서로부터 받은 피고발인 출석 요구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표 의원은 “패트 처리 과정서 발생한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피고발인 출석 요구에 응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국회의원이 경찰 조사에 불응하고, 비협조하고,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경찰을) 압박하거나(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의 효력 발휘를 위해) ‘방탄국회’를 소집해선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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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