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통' 이미지 굳어진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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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공주'가 한번 결정하면 끝?!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의원이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말하면 끝이다'라는 식인 것 같다." 보수진영의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최근 새누리당 의원 모임 특강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향해 위와 같은 뼈아픈 조언을 남겼다. 경선 룰 개정을 놓고 비박 주자 3인과 박 전 위원장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불통'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에선 굳어진 불통 이미지가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011년 6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본인이 확실하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황당한 답변에 당장 야권과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남동생이 비리의 핵심 인물과 매우 각별한 사이였는데도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니 그걸로 끝'이라며 그대로 믿으라는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불통은 오해

야당들도 "박근혜의 끝없는 특권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며 "일반국민들도 의혹이 있을 때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모두 끝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박 전 위원장이 '불통'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된 가장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당초 전하려던 뜻은 '현재 수사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니 그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는 거였다. 박 전 위원장이 뜻을 잘못 전달해 오해를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이 무색하게도 박 전 위원장의 불통정치는 그 후로도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일방적인 새누리당 당명 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친박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던 유승민 의원조차 박 전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며 "박 위원장이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 판단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당내외의 비판도 연일 이어졌다. 그동안 과오를 고작 당명 변경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당명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원초적인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박 전 위원장은 결국 당명을 변경했고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의 불통정치는 '소신'으로 미화되며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이외에도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친이계 학살 논란, 친박계 당권 독식 논란도 박 전 위원장의 불통 이미지를 가속화시켰다.

현재 새누리당의 당 안팎 요직은 '친박' 일색이다. 황우여 당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 선출직 및 지명직 당직자 17명 중 13명이 친박계란 분석이 나왔다. 또 9명의 최고위원들 중 비박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을 제외한 8명이 친박계 인사라는 점에서 친박 일색의 당 지도부를 구성한 것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 같은 친박 독식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국민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박 전 위원장의 사당으로 변질되었음을 에둘러 비판했다.

당내외 불만고조 "불통 넘어 독재" 비판
'불통정치' 대선서 발목 잡을까 노심초사

당내에서는 친박계 인사들이 당직을 독식한 것에 대해 당장은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경선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본선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친이계 이병석 의원이 친박계 정갑윤 의원을 따돌리고 여당 몫으로 주어지는 부의장에 당선된 것도 친박계 독식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비박주자 3인과의 경선 룰 변경 논란 등을 겪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불통을 넘어 '독재자'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장 박 전 위원장의 경선캠프에서는 불통 이미지 확산을 막는 데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박 위원장이 독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경선 룰 결정에 반발하는 비박주자들뿐 아니라 친박계 내부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불통 이미지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쓴소리가 잇따르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야당에서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독선과 불통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사람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 측은 불통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소신을 불통이라고 매도하는 게 안타깝다"며 "그동안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 맞는 말을 해온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번 경선 룰 논란도 경선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여서 언급을 삼간 것뿐인데 이를 불통으로 낙인찍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경선에 접어들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책 소신 및 철학을 차곡차곡 설명하고 시찰 성격의 민생탐방에서 벗어나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캠프에서는 "그동안 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토크콘서트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사무실이 전자자물쇠가 달린 철문으로 닫혀 있어 불통 이미지로 비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2개의 출입문 중 1개의 철문을 개방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소신 또는 고집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의 정치스타일은 긍정적으로 설명하면 '원칙과 소신'이고, 부정적으로 설명하면 '고집과 불통'이다. 불과 한 끗 차이의 문제로 이미지가 천지 차이로 변한다"며 "이런 스타일이 실제로 효율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이명박식 불통정치에 지쳐있는 국민들은 다소 비효율적이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는 것은 매우 불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공식 대선출정식을 가졌다. 그는 이날 대선 출마 선언 행사에서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복지의 확대를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꿈이 이뤄지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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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