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통' 이미지 굳어진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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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공주'가 한번 결정하면 끝?!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의원이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말하면 끝이다'라는 식인 것 같다." 보수진영의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최근 새누리당 의원 모임 특강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향해 위와 같은 뼈아픈 조언을 남겼다. 경선 룰 개정을 놓고 비박 주자 3인과 박 전 위원장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불통'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에선 굳어진 불통 이미지가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011년 6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본인이 확실하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황당한 답변에 당장 야권과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남동생이 비리의 핵심 인물과 매우 각별한 사이였는데도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니 그걸로 끝'이라며 그대로 믿으라는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불통은 오해

야당들도 "박근혜의 끝없는 특권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며 "일반국민들도 의혹이 있을 때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모두 끝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박 전 위원장이 '불통'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된 가장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당초 전하려던 뜻은 '현재 수사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니 그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는 거였다. 박 전 위원장이 뜻을 잘못 전달해 오해를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이 무색하게도 박 전 위원장의 불통정치는 그 후로도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일방적인 새누리당 당명 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친박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던 유승민 의원조차 박 전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며 "박 위원장이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 판단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당내외의 비판도 연일 이어졌다. 그동안 과오를 고작 당명 변경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당명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원초적인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박 전 위원장은 결국 당명을 변경했고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의 불통정치는 '소신'으로 미화되며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이외에도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친이계 학살 논란, 친박계 당권 독식 논란도 박 전 위원장의 불통 이미지를 가속화시켰다.

현재 새누리당의 당 안팎 요직은 '친박' 일색이다. 황우여 당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 선출직 및 지명직 당직자 17명 중 13명이 친박계란 분석이 나왔다. 또 9명의 최고위원들 중 비박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을 제외한 8명이 친박계 인사라는 점에서 친박 일색의 당 지도부를 구성한 것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 같은 친박 독식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국민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박 전 위원장의 사당으로 변질되었음을 에둘러 비판했다.

당내외 불만고조 "불통 넘어 독재" 비판
'불통정치' 대선서 발목 잡을까 노심초사

당내에서는 친박계 인사들이 당직을 독식한 것에 대해 당장은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경선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본선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친이계 이병석 의원이 친박계 정갑윤 의원을 따돌리고 여당 몫으로 주어지는 부의장에 당선된 것도 친박계 독식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비박주자 3인과의 경선 룰 변경 논란 등을 겪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불통을 넘어 '독재자'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장 박 전 위원장의 경선캠프에서는 불통 이미지 확산을 막는 데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박 위원장이 독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경선 룰 결정에 반발하는 비박주자들뿐 아니라 친박계 내부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불통 이미지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쓴소리가 잇따르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야당에서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독선과 불통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사람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 측은 불통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소신을 불통이라고 매도하는 게 안타깝다"며 "그동안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 맞는 말을 해온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번 경선 룰 논란도 경선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여서 언급을 삼간 것뿐인데 이를 불통으로 낙인찍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경선에 접어들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책 소신 및 철학을 차곡차곡 설명하고 시찰 성격의 민생탐방에서 벗어나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캠프에서는 "그동안 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토크콘서트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사무실이 전자자물쇠가 달린 철문으로 닫혀 있어 불통 이미지로 비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2개의 출입문 중 1개의 철문을 개방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소신 또는 고집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의 정치스타일은 긍정적으로 설명하면 '원칙과 소신'이고, 부정적으로 설명하면 '고집과 불통'이다. 불과 한 끗 차이의 문제로 이미지가 천지 차이로 변한다"며 "이런 스타일이 실제로 효율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이명박식 불통정치에 지쳐있는 국민들은 다소 비효율적이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는 것은 매우 불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공식 대선출정식을 가졌다. 그는 이날 대선 출마 선언 행사에서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복지의 확대를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꿈이 이뤄지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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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