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⑤정치권 지지기반<下>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7.06 17: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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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노사모’만 있으면 대권 잡을 텐데…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정몽준)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을 살펴본데 이어 2회에 걸쳐 정치권 지지기반을 꼼꼼하게 파헤쳐봤다.

치열한 수싸움과 세력다툼이 빈번한 정치권에서 정치적 세력 외 외연확대도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권의 야망을 품고 있는 잠룡들은 씽크탱크를 운영하고 팬클럽을 활용하는 등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노사모' 열풍만으로 미루어 볼 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태풍의 눈'이기 때문이다. 대선주자 7인의 정치적 자산인 외곽 지지기반을 살펴봤다.

높은 지지율만큼이나 많은 지지세력
15개 조직, 20여만명 운집한 박근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높은 지지율만큼이나 많은 지지세력이 운집해 있다. 15개의 조직에 총 20여만 명이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에 가입, 참석하고 있어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은 활동을 이미 재개했다. 2010년 12월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은 김광두 전 서강대 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다. 김 원장과 김영세(연세대), 김인기·홍기택(중앙대), 신세돈(숙명여대), 최성재·김진현(서울대), 옥동석(인천대), 임병인(충북대), 조명현(고려대) 교수 등이 자문그룹의 핵심멤버들이다. 김영세 교수는 이혜훈 최고위원의 남편으로 국가미래연구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지난 2007년 대선 경선부터 박 전 위원장을 도왔다.

친박진영의 최대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국민희망포럼'도 최근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겨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성균관대 총장을 역임한 심윤종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친박계 전·현직 의원들을 주축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성헌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으며 강창희·홍문종·서병수·안홍준 의원과 김학원·김호연·심재엽 전 의원, 그리고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이 참여하고 있다.


5년여 전부터 비공개로 활동해오던 '포럼오래'도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박 전 위원장의 후원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청산회'도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얼마 전 알려진 친박계 원로그룹 '7인회'도 박 전 위원장에게 정책자문을 하고 있다.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김용갑 전 의원·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현경대 전 의원·강창희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명예총재로 있는 '선진한국민족연합'(총재 신현하 <아시아일보>회장)에는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이수성 전 총리·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임덕규 전 의원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87개 단체 연합조직 '국민통합연대'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한 김문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 '광교포럼'을 필두로 전직 서울시의원들의 '새미래포럼',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추구를 위한 '행복포럼' 등 자신을 지지하는 총 87개의 단체가 모여 전국조직 '국민통합연대'를 출범시켰다.

이윤영 전 서울시의원이 상임대표, 오신환씨가 사무총장을 맡으며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김 지사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강병국씨와 노용수 전 비서실장, 허숭 전 경기도시공사 감사 등 김 지사 측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지사의 핵심 인맥에는 동지적 관계를 맺은 사람이 많다. 고대 운동권 출신으로 김 지사와 목포교도소 수감 동기인 최우영 경기도지사 특보와 안병도 경기 부천 오정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유연채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박상길 전 언론특별보좌관,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 박상길 전 특보, 김완철 서울사무소장, 장원재 전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등도 김 지사의 측근들이다. 손원희 비서실장과 한오섭 전 청와대 행정관도 전략통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했던 원유철 의원, 한국노총 경기도본부장을 지낸 이화수 전 의원, 뉴라이트 운동을 한 김진홍 목사와 신지호 전 의원 등이 주요 조언자 그룹에 들어있다.


김 지사를 정책적으로 보좌할 전문가집단은 좌승희 전 경기개발연구원장과 이한준 경기도시공사 사장, 전문순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등이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복지 분야는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 언론 분야는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이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한 엄기영 전 MBC 사장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 지사의 팬클럽인 '문수사랑'과 '문수랑' '문수와 서민승리' 등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7선의 경륜과 다양한 경력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외곽조직 구축한 정몽준

정몽준 의원은 측근들의 대거 낙천으로 원내 지지세력은 미약하지만 7선이라는 경륜과 체육계 등에서의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포함해 상당한 규모의 씽크탱크와 후원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해찾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문그룹도 정 의원을 후방 지원하게 된다. 2009년 2월 문을 연 해찾소에는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 교수,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 교수, 이성량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 이원흠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김학은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박일호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준영 이화여대 정치학 명예교수 등 207명에 이른다.

또 다른 싱크탱크 '아산정책연구원'은 국내외 주요이슈의 정책 대안을 정 의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의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호를 딴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진에는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를 비롯해 자문위원에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김성한 고려대학교 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송영식 송복은 장학재단 이사장, 장명수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장 등 17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제자문단에도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직 미 국무부 차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회장, 칼 카이저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전 세계은행 총재) 등 유명 인사들이 포진해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의원의 팬클럽인 'MJ 21'은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스포츠 활동 등으로 친목을 다지고 있다.

노무현재단, 담쟁이포럼 탄탄한 조직력
전국 규모 팬클럽도 든든한 지원군 문재인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당 밖에서도 탄탄한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 고문의 핵심적인 지지세력은 친노 의원 내지는 참여정부 관료 출신들이다.

먼저 노무현재단은 약 4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문 고문을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달 말 발족한 '담쟁이포럼'은 선거기간에 문 고문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다.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고 이정우 교수가 연구위원장을 맡았다. 운영 위원에는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김경협 의원, 서훈 전 국가정보원 차장이 이름을 올렸다.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사무국장을 맡았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권기홍 전 노동부장관,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등도 참여하고 있다. 포럼은 정치·경제·외교·시민사회·문화예술계 인사들로 다양하게 구성돼 문 고문의 지지 세력에 대한 스펙트럼을 실감케 한다.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조흥식(서울대)·조대엽(고려대)·성경륭(한림대)·박명광(경희대)·김수현(세종대) 교수 등도 참여하고 있고 문화예술계 인사로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 누나인 유시춘 전 인권위 상임위원, 시인 김용택, 소설가 현기영·공지영, 공연연출가 탁현민씨와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도 참여했다.

전국 규모로 성장한 팬클럽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문 고문의 팬클럽은 '문사모'와 '젠틀재인' '문풍지대'가 있고 20대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문 워크(WALK)' 등으로 구성된다.

출판기념회 기점으로 드러난 지지세력
출마 촉구하는 세력 갈수록 느는 김두관 

김두관 경남도지사 지지세력은 지난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노그룹부터 재야그룹, 동교동계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속속 결집했고 김 지사의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핵심인사는 친노그룹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있다. 김 지사 측 예비캠프 사령탑에는 원혜영 의원·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외곽조직인 자치분권연구소(박재구 대변인·김세종 정책실장·강병원 홍보위원)와 생활정치포럼(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근식 전 행자부 장관)을 이끌고 있다. 자치분권연구소가 정책싱크탱크 기능을 한다면 생활정치포럼은 대선캠프 전초기지의 성격이 짙다.

김재균·정한용·전현희·유원일·권영길·조승수 전 의원 등은 지난 12일 열린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우회적으로 지지의사를 내비쳤고,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19명이 모여 만든 '머슴골' 회원으로는 민주당 주승용 의원과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있다.


또 지난달 14일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김기재 전 행자부 장관·유삼남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근식 전 행자부 장관·정해주 전 산자부 장관·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장영달 현 경남도당위원장·신명·윤원호·이규정·이철·임해홍·최봉구·허운나 전 의원 등도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

김 지사의 팬클럽인 '두드림(두짱의 꿈을 키워가는 곳)' '모다함(모두 다 함께)' '서민들의 희망' '두근두근 김두관' 등은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할 경우 움직임을 본격화해 김 지사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여겨진다.

교수, 4선의원, 장관, 도지사, 당대표 등
다양한 경력으로 폭넓은 인맥 확보한 손학규

손학규 상임고문은 서강대 교수와 4선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 당 대표 2번 등을 두루 거치며 폭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원외 인사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캠프를 총괄해온 김부겸 전 최고위원과 정장선 전 사무총장은 손 고문의 오랜 정치적 동지다. 이밖에도 차영 전 대변인·김영춘·서종표·송민순·이성남·장세환·전혜숙·정장선·홍재형 전 의원 등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손 고문을 돕는 전직 의원들이다.

손 고문의 외곽 조직으로는 2006년 출범한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있다. 이 재단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남북관계 등 정책 전반을 자문하는 공식 싱크탱크다.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과 재단이사인 장달중 서울대 교수,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중심으로 손광현 청주대 교수와 김태승 인하대 교수 등 50여명의 연구진이 주제별 정책대안을 마련하면서 손 고문의 대선과 관련한 정책개발을 돕고 있다. 자문그룹에는 후원회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진방 인하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손 고문의 팬클럽은 '손학규와 함께하는 사람들, 민심산악회(이하 민산)'와 '학규마을' '손에 손잡고' 등이 있고 이외 크고 작은 팬클럽이 여러 개 있다. 이중 '민산'은 '민심대장정'으로 전국을 순회할 당시 봉사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 졌고, 현재 약 33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손 대표의 대표적 팬클럽이다. 이들은 매달 정기산행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정책연구모임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청춘콘서트, 안철수재단 등이 핵심
박원순까지 아우르는 폭 넓은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야권의 다양한 세력을 아우르는 면모를 띠고 있다. 안 원장이 야권 전체를 기반으로 폭넓은 행보에 나설 것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 합의를 이루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 원장의 '정치적 동지'로 통한다. 박 시장 스스로도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전력을 다해 돕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안 원장은 박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시민사회단체 출신 송호창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또한 안 원장은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개인 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유 전 관장은 김근태 전 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공보·연설을 담당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안철수재단 출범을 실무적으로 지휘한 강인철 변호사가 가장 지근거리에서 안 원장을 보좌하고 있다는 평이다. 또 안철수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청춘콘서트의 공동 진행자로 안 원장의 정치 참여를 함께 고민했다는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도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때 안 원장의 멘토로 불렸던 법륜 스님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이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청춘콘서트를 주최했던 평화재단은 안 원장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상룡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원장과 특히 가깝다.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의 지지 모임이었던 회원 수 2만 명의 '길벗산악회'는 '철수산악회'로 이름을 바꾸고  안 원장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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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