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16범’ 조세형 파란만장 도벽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7 10:41:54
  • 호수 12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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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못 씻고…좀도둑 된 대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조세형이 아직 손을 못 씻고 제 버릇 남 주지 못했다. 또 도둑질을 했는데 벌써 16번째였다. 그의 나이는 올해 81세다.
 

▲ 조세형

1970~80년대 고위 관료와 부유층의 집을 털며 ‘대도’라는 별칭을 얻은 조세형씨가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1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조세형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세형은 지난 1일 오후 9시경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 1층의 방범창을 뜯고 침입해 소액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아 출신
10대 때 절도

경찰은 조세형이 훔친 금액은 몇만원에 불과했지만, 상습법인 점을 감안해 구속한 것으로 밝혔다. 조세형이 절도 혐의로 수갑을 찬 것은 16번째다.

조세형은 1938년 전북 전주서 태어났다. 고아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도둑질에 눈을 떴던 조씨는 5세 때 남의 깡통을 들고 밥을 얻어먹으러 갔다가 은수저를 훔친 것이 첫 도둑질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16살 무렵 본격적인 도둑질을 시작했고, 이후 20차례 교도소에 들락거렸다. 1970년대 조세형의 범행을 기록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조씨는 뒷담을 넘고 베란다를 통해 2층 방에 침입했다. 뒷담을 넘고 그 집 안방 쇠창살을 드라이버로 뜯어냈다’고 기술했다. 


당시 조세형은 “어릴 때 배를 채우기 위해 훔쳐 먹다보니까 절도 습관이 몸에 뱄다”고 말한 바 있다. 

법원 판결문에 나온 절도 기록도 다양하다. 36세이던 1974년 5월15일 오후 8시쯤 서울 신당동의 한 평범한 가정집에 침입해 녹음기 한 대 등 모두 5만4100원 상당을 훔쳤다. 1975년 1월31일에는 서울 중구 필동 한 가정집에 들어가 다이아몬드 반지 등 105만원의 상당을 훔치기도 했다.

같은해 2월 조세형 서울 종로구 명륜동 양모씨 집 창문을 뜯고 침입해 금고를 드라이버를 부수고 현금·수표·금·비취목걸이·다이아몬드 반지 등 2600만원어치를 훔쳐 내연녀를 통해 700만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다세대주택 방범창으로…
고작 몇 만원 훔치고 수갑

그런데 1980년대 초반 언론서 조세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대판 홍길동, 대도 등 다양한 별명이 붙으면서 단순한 잡범이 아닌, 의로운 도둑의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1982년 12월 형사들은 “그는 유명인사의 집만 골라 값비싼 귀중품을 훔치는 간 큰 도둑이었으며, 돈을 쓰는 것도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뿌렸다는 게 주변인들의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1983년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가 훔친 5.75캐럿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주인이 5공 시절 고위층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야당은 정부를 공격할 거리를 찾다가 들고 일어나자, 5공에 반감을 갖고 있던 대중은 그를 강자를 노리는 대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조세형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서 ‘권력층을 대상으로 대담한 절도 행각을 벌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왕에 범죄 하는 것 큰 집 들어가야 가지고 나올 것도 있을 것 아니냐”며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주인은 청와대 경호처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신모씨였다”고 답했다. 

조세형은 “거기서 여러 가지 수십억원어치 보석을 들고 나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물방울 다이아였다”며 부유층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이어 “솔직히 정상적인 수입으로 그렇게 했겠냐”며 “나보다 더 도둑놈들이고 부정축재로 쌓은 것이겠지”라고 덧붙였다.

조세형이 부유한 큰집을 노렸던 것은 허를 찌른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1980년 초반의 큰집은 의외로 문단속이 허술한 경우가 많았고, 집이 크면 한쪽 방에서 웬만한 소리를 내도 발각되는 일이 드물고, 큰 집일수록 낮에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유층 털어
사회적 이슈

당시 조세형은 부유층의 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소문이 퍼졌다. 서민들은 통쾌하다고 좋아했을지도 모르지만, 경찰과 사법당국은 긴장했다. 결국 전국 경찰에 비상령이 내려졌고 182년 11월 조세형은 경찰에게 최포된다. 체포될 당시에도 조세형은 절도 전과 11범이었다.

1982년 11월에 체포된 조세형은 1983년 4월 결심공판이 열리던 날 탈주를 결심한다. 10여차례에 걸쳐 5억여원 절도 혐의로 기소된 그는 탈주 계획을 세운다. 법정에서 구치소로 돌아가기 전 피의자들은 구치감서 대기한다. 조세형은 구치감에 머무는 동안 경비가 허술해지는 순간을 노렸다.

담당 교도관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구치감 문을 부수고 복도로 나와 한쪽 수갑과 포승줄을 푼 뒤, 복도 환풍기를 뜯고 탈출한 것이다. 조세형은 탈주한 뒤 서울역, 후암동, 장충동 등 도심 일대를 활보했다. 또 5차례나 주택에 몰래 침입해 음식과 현금, 옷가지를 훔치는 대담함도 보였다. 

1983년 4월19일 오전 10시쯤 서울 장충동 주택가 골목. 18세 청년은 수배범을 발견하고는 10여분간 미행한 후, 인근 파출소로 달려가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을 발견한 조세형이 가정집으로 뛰어들어 지붕을 타며 필사적으로 도주했지만, 이미 장충동 일대에 포위망을 쳐놓은 상태였다.
 

10여분 동안의 추격전 끝에 경찰과 조세형은 막다른 곳에서 대치했다. 조세형이 한 가정집에 침입해 집주인의 아들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인 것이다. 조세형의 손에는 드라이버와 쇠톱이 들려 있었다. 경찰은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얼마 후 조세형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쏘지 마라. 자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스총을 발사했고, 조세형이 흠칫하며 인질을 놓친 사이 권총 한 발이 발사됐다. 영화 같은 ‘대도 탈주사건’이 6일 만에 종결되는 순간이었다.

또…또…
의적 미화?

조씨는 체포 후에도 화제가 됐다. 바로 다음과 같은 절도 다섯가지 원칙 때문이었다. 첫째, 나라 망신을 주지 않기 위해서 외국인의 집은 털지 않겠다. 둘째, 다른 절도범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내가 판검사 집은 들어갔더라도 그냥 나오겠다. 셋째, 연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넷째, 가난한 사람 돈은 훔치지 않는다. 다섯 번째는 훔친 돈의 30-40%는 헐벗은 사람을 위해서 사용한다. 


조세형의 검거는 당대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조씨에게서 압수된 현금이나 수표, 귀금속 등을 도난당했다는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난당한 금품 회수보다도 ‘탐관오리’나 ‘졸부’라는 손가락질과 뒤따를 세무조사를 더 두려워서 한 탓이다.

상류층 부패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은 조세형을 의적이라며 추켜세웠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대중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여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 당시 이해구 치안본부장이 “조세형은 훔친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도와준 적은 없다. 술집 등에서 호스티스들에게 돈을 마구 뿌려 횡재한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발표했다.

조세형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나눠줬는지는 구체적으로 진술한 적이 거의 없다.

최중락 전 총경은 “나눠주길 뭘 나눠주나. 자기 먹기도 바쁜데. 내가 보기에는 없었다. 항상 붙들리면 그렇게 얘기했다. 자기 미화하려고…”라고 말했다. 그를 옹호했던 한 법조인도 “그가 일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줬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정상참작을 받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도둑질 했지만 베풀어 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70~80년 부유층 털어 유명
신앙 등 제2의 삶도 공염불


조세형의 전력도 기부 행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도둑질을 하면 여성과 함께 호화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1982년 검거 직전엔 부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파리 클럽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1997년 출소한 조세형은 보안업체서 수당을 받으면서 자문위원 일도 하고 대학 강의도 했다. 교회서 간증 요청을 받아서 신앙 활동하기도 하고 또 선교 단체 설립한 후에 사회사업도 시작하면서 개과천선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전과자들을 종교로 인도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활동도 하면서 절도와는 연을 끊는 듯 했다. 하지만 조세형은 선교활동을 떠난 일본 도쿄 시부야 주택가서 빈집 세 곳을 털다가 경찰에 붙잡힌다. 

징역 3년6개월형 선고를 받는다. 조세형은 수형 생활을 모범적으로 해 감형을 받았고, 2004년 3월에 다시 출소했다. 2005년 서울에 있는 한 치과의사 집에 들어가서 금품을 훔쳐 징역 3년 선고받았다. 2008년 출소하고 2년이 지난 2010년에도 장물 사건과 관련해 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에는 70대의 나이에 노루발못뽑이 등을 이용해 강남 고급 빌라를 털다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출소 5개월 만인 2015년 용산의 고급 빌라서 재차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했다.

진짜 여든까지
다시 도둑질

손수호 변호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조세형 본인이 의적이었다면서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경찰이나 법원이 공식적으로 대도나 의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며 “대도, 소도 둘 다 없으며 오로지 절도만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자발찌 무용론 “길게 채우면 효과 없다”

재범 우려가 있는 범죄자 신체에 5년 넘게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경우 재범률이 오히려 올라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무부가 전자감독제도 시행으로 성폭력 범죄 재범률을 약 90% 떨어뜨렸다고 발표한 내용과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장기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으로 파악되면서 보다 정교한 정부의 감독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형사정책학회의 학술지 ‘형사정책’에 실린 ‘전자장치 부착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재검토’ 논문에 따르면 5년 이상의 전자발찌 중장기 부착기간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선고기간이 1년 이상 5년 미만인 경우 2531명 중 123명(4.9%)이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5년 이상 10년 미만 부착을 선고받은 경우는 1682명 중 183명(10.9%)이 재범을 저질러, 재범률이 1∼5년 부착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10년 이상 부착을 선고받은 경우도 1028명 중 71명(6.9%)이 재범을 저질렀다.

5년 이상 부착자들의 경우, 분석 대상인 전체 8430명 중 378명(4.48%)인 재범률 전체 평균을 앞지른 만큼 논문은 5년 이상의 전자발찌 중장기 부착이 오히려 재범률을 높이는 역효과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착 선고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재범률은 3189명 중 1명(0.03%)에 불과했다.

논문은 1년 미만 전자장치 부착기간 선고가 주로 재범 위험성이 약한 가석방(가출소, 가종료 포함) 범죄자에 집중됐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5년 이상 채우면 재범률 증가
1~5년 부착에 비해 2배 이상

따라서 해당 논문은 전자발찌 제도에 대해 “‘단기 충격요법’으로 전자장치 부착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논문은 “법무부가 전자감독제도 시행 전인 2004∼2008년 14.1%에 달한 성폭력 범죄 재범률이 제도 시행 후 2009∼2017년 1.9%까지 떨어졌다며 내세운 운영 성과 발표에 실증적 오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문은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성폭력·살인·강도 등 범죄자 8430명의 전자장치 부착 선고 기간에 따른 재범률을 분석한 결과다.

전자감독제도 도입 당시 최대 5년이었던 전자장치 부착 선고 기간은 지금까지 4차례 개정을 거쳐 가중처벌을 적용할 시 45년 상한으로 늘었다. 

강민구 변호사는 논문서 “전자감독제도 제정법대로 5년 범위에서 재범 위험성에 따른 전자장치 부착기간을 선고해야 한다”며 “전자장치를 단기 충격요법으로 사용해 줄어든 관리인력으로 1대1 전담 보호 관찰관제도를 확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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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