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족구협회-S용품사 간 이상한 계약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1:50:19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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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비싼 독점거래 알고 보니 북 치고 장구 치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족구인들이 화가 났다. 생활체육인 족구인들의 실력과 인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족구협회에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족구협회가 2014년 S용품사와 체결한 공인구 계약이 계약기간 5년, 한해 공인료만 5000만원이 든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족구 동호인들의 반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공인구 계약 내막을 파헤쳤다.
 

‘족구’는 1970년대 공군서 정착된 명칭이다. 이후 각 지역 및 직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경기 방식과 규칙이 점차 발전해왔다. 특히 공군 장병들은 주기장 및 도로변과 막사 주위, 배구장 등 여러 장소서 족구를 즐겨왔다. 

같은 공을
5년씩이나?

공군서 족구를 즐겨했던 군인들은 전역 후에도 직장이나 대학으로 돌아가 족구를 보급시켰다. 이후 족구는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용이성과 다 같이 참여하는 즐거움 때문에 급속도로 민간사회에 보급됐다. 

최초로 보급된 6인조 족구는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해 창안됐다. 하지만 족구 경기는 배구와 같이 블로킹의 난이도 및 네트 앞 중앙의 위치 때문에, 수비 방해가 문제가 되어 공군 장병들은 6인제보다 4인제 족구 경기방식을 더 선호했다. 

공군 제1비행단서 4인제 코트는 9×8m이며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무릎 이하만 사용한다는 독자적인 경기규칙을 적용해 족구경기를 했다. 1975년 이후에는 이 경기 규칙이 전 부대에 보급되면서부터 족구경기 시 머리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점차 인기를 구가하게 된 족구는 울상광역시장배 제22회 전국 초청 족구대회, 제2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대항 전국족구대회 등 올해에만 7개 대회가 열렸다. 그만큼 족구동호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지대하다. 

현재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에 경기 308팀, 경남 178팀 등 총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지부 1110팀이, 동호인이 총 1100명 등록돼있다. 

국내 족구 선수들은 족구와 비슷한 스포츠 세계대회에 참가를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2년 체코 풋넷 월드챔피언십 참가해 2인제 4위, 2013년 캐나다 사커 테니스 참가해 3인제 4위, 2014년 체코 클럽 월드컵 대회 3인제 3위 등 매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도 2017년 U21 체코 풋넷 챔피언십에 참가해 1인제 2위, 2인제 3위 성적을 내고, 지난해에는 체코 첼라코비체 세계족구대회서 4인제 우승을 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족구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간 5년, 연 5000만원…공인구 계약 공개
동호인들 “의심스러운 점 한두 가지 아냐”

국내 족구 선수들이 국제대회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족구협회는 아쉬운 행정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종목 도입이 무산되고, 2017년 동계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추가 종목으로도 지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전국체전종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족구 동호인은 “대한족구협회서 전국체전 종목에 추가되려면 10가지 조건을 맞춰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족구협회는 한 번도 서류 제출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족구협회가 종목을 발전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족구 관계자는 “협회 사람이 해당 종목인 족구를 좀 더 알리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정상인데, 행정력은 정말 미비한 상태다. 족구협회의 일 처리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족구 동호인들이 족구공과 관련해 족구협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족구협회는 그동안 S용품사의 공인구를 계속 사용해왔다. 그런데 동호인들은 S용품사의 족구공의 성능 저하를 체감할 뿐 아니라, 공지 없이 기존 사용하던 족구공과 다른 모델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족구 동호인은 2017년 말 팀에서 협회서 지정한 해당 공인구 20개를 구매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초 S용품사의 다른 모델로 바뀌었다.

족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S용품사의 공인구가 바뀌긴 했어도 2018년에 바뀐 모델은 전혀 다른 형태의 족구공이었다. 족구 플레이를 하다 보면 체감이란 게 있는데 바운드, 터치감 등이 완전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의 표피가 꿰매는 방식서 접촉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였다. 황당해서 대한족구협회 기술위원장에 연락해 공인구 바뀐 것에 관해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며 “협회에 다른 부서에 전화해도 아무도 공인구 교체에 관해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족구협회와 계약한 S용품사의 신규 제품을 재구매하라는 의도가 섞인 선택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테니스 1000만원
축구 600만원

족구 동호회 최다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족구100만인클럽’에서는 조직 사유화 관련해 투표가 한참 진행 중이다. ‘족구 공인구 사용 관련 조직 사유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찬반 투표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4일 기준 587명 중 574명(97%)가 찬성, 13명(2%)가 반대했다. 

글쓴이인 박모씨는 “대한민국족구협회(이하 족구협회) 공인제도 운영규정 제12조(심의기준)에 의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족구공에 대해서는 모두 공인구로 받아주게 명시돼있으며, 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대회 사용구 및 공식 스폰서 계약을 통해 족구협회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밀리에 협회 이사님들에게 서면결의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 통과시켜 17개 시·도시 경유해 각 시·군·구 족구협회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S용품사 공인구를 계속해서 사용하라고 문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 한 족구인은 “21세기에 참 한심하네요. 족구화를 생각해보세요. 자유경쟁 없이 S사가 독점할 땐, 좋은 디자인 안 나오다가 다른 메이커 생기니 서로 좋은 디자인 내며 같이 발전하듯, 공인구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족구협회는 2016년 4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이전에는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이하 족구연합회)였다가 2016년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통합되면서 이름도 바뀌고 회장도 새롭게 취임을 하는 등 새 단장을 했다. 

족구연합회는 2015년 5월31일부터 2019년 5월31일가지 S용품사에 연 5000만원을 지급하고 공인구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족구연합회 J 전 회장은 S용품사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과 비싼 공인료는 족구 동호인들의 의심을 샀다. 타 종목을 살펴보면 테니스 공인료 1000만원, 축구공 공인료 600만원에 불과하다. 
 

족구공 시장은 그 규모가 크다. 족구공 생산 1년간 약 20만개 추정해 개당 3만4000원으로 계산하면 68억에 달한다. 족구협회 공인료 수입은 5년간 독점 계약기간으로 2억5000만원이 나온다. S용품사는 족구협회에 약 2억5000만원만 내면 340억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한 족구 동호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 신고센터에 5년간 유지되고 있는 공인구 계약 유지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신고했지만,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이하 클린스포츠센터)로 이첩됐다.

공인 규정
살짝 바꿔서…

이외에도 공인제도운여위원회 구성 비율 등 적법성, 공인료 기준표 및 산출내역 공개, 공인료 수입 회계 공개 및 공인규정 개정 요청, 공인규 평가비 발생에 대한 해당 평가기관 및 평가비 확인 요청, 현 공인구 평가 근거 제시 및 재평가 해당여부 확인 요청, 민원으로 인한 공인구 선정 지연 등을 신고한 바 있다. 


당시 클린스포츠센터는 공인구 계약 유지에 대해 “2014년 5월31일 족구연합회와 S용품사와 5년간 공인구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민원인은 갑과 을이 같은 계약으로 보고 있으나, J 전 회장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단체장과 회사 대표의 자격으로 체결한 계약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 단체 공인제도 운영규정 부칙 제2의 경과 조치에 따라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2019년 대한체육회 대회운영부서 답변한 사항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클린스포츠 관계자는 “당시에는 종목단체가 열악했을 것 아니냐. 자본금이 있는 S용품사가 후원금 비슷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계약을 맺었을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 공인제도 운영규정은 대한체육회 산하 전 종목에 해당된다. 그 해당 종목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종목 특성상 수정·보완 후 다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2016년 6월16일 제정한 대한체육회 회워종목단체 공인제도 운영 규정 제2조를 살펴보면 ‘특정 업체의 제품 사용을 강요하거나 공인료를 필요 이상으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제12조(심의기준)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공인 대상에 대해서는 공인 대상 수의 제한 등 별도의 추가 조건을 두지 않고 공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18조(공인기한)에 대해서는 ‘용품에 대한 공인기한은 1년 단위로 갱신하되 회원종목단체 사정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쩐지 조건이 좋다 했더니…
전 회장이 용품사 대표 겸임

족구 동호인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받아 족구협회는 그대로 승인을 받으면 되는데 제5조(위원회구성)에 공인위원장 선출을 위원회 내부가 아닌 회장이 호선 회장이 외부서 선출할 수 있다고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S용품사 관계자는 “공인구 관련한 것은 족구협회에 문의해라. 계약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답변했다. 

족구협회는 “몇 달 전 퇴직한 사무처장이 그 사실에 대해 잘 알고 나머지 직원들은 잘 모른다. 현재는 공인료 관련해서는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한족구협회 관계자였던 L씨는 “2014년 당시에는 연합회 시절이기 때문에 재정확보가 너무나 어려웠다. 사무처를 운영하려면 재정확보가 필수인데 각 시·도 연합회서 대외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하니 공인료를 비싸게 책정해 계약기간도 길게 계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L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3000만원이었으나 각 시도협회 지원비 명목으로 계약한 것”이라며 “S용품사의 경우는 족구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8~90년대에는 N사, K사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생활체육에만 머물렀던 족구가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해 연합회와 계약이 무산됐다. 하지만 S용품사는 지속적으로 뛰어들며 족구발전에 기여했다. 최근에도 타사서 족구공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의 질은 S용품사에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 종목 선정에 대해서는 “족구협회가 전국체전 종목에 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족구협회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족구동호인들이 큰 착각”이라며 “전국체전 관계자들도 종목을 제외했으면 제외했지, 새로운 종목을 추가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앞에서는 추가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족구 종목을 무시한다. 정치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족구협회장을 맡지 않는 이상은 전국체전 종목으로 추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1인 2역
회장님

기존 계약대로라면 2019년 5월31일 족구협회와 S용품사의 공인구 계약은 기간이 만료돼야 한다. 족구협회는 5월27일 대한체육회 공인료에 대한 민원접수로 인해 처리 결과가 지연됨에 따라 현재 사용 중인 공인구를 적용하기로 서면결의한 상태다. 

한 족구동호인은 지난 2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답변에 의거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공인료 수입 2억5000만원에 대한 세부 수입 지출 회계 자료, 공인구 평가 기관 및 평가비 발생 적용 내용, 공인구 평가 자료 등에 대해 정보공개 신청을 요구한 상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야구공 vs 일본 야구공

KBO는 지난 24일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 2차 수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몇 몇 공인구에 한해 반발계수 수치가 초과한 공이 나오긴 했지만, 1차 검사 때보다 안정적인 반발계수 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KBO은 이번 수시 검사서 일본 공인구 검사 기관에 의뢰해 검사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검사는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KBO리그 단일 경기 사용구인 스카이라인 AAK-100의 샘플 8타를 무작위로 수거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에 의뢰해 진행됐다.

그 결과 1차(7일)로 검사한 3타 중 2타의 반발계수가 올해 낮춰진 기준치서 벗어났으나, 2차(13일)로 검사한 5타는 평균 반발계수 0.4189로 합격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둘레, 중량, 실밥의 폭, 실밥수 등 기타 제조 기준에도 모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특히 이번 2차 검사 진행 과정서 별도로 일본 NPB 경기 사용구와의 반발계수 비교 분석을 위해 동일 제품의 샘플 3타를 일본 NPB의 경기사용구 검사 기관인 ‘일본차량검사협회’에도 검사 의뢰했다. 검사 결과 샘플 3타의 평균 반발계수는 0.4132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서 사용 중인 경기 사용구 평균 반발계수와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KBO는 이번 2차 검사서 일부 경기사용구가 반발계수 허용치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제조사인 스카이라인에 KBO 경기사용구 규정에 따라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하고 향후 경기 사용구 품질 균일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조사를 더욱 엄격히 관리 감독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KBO 경기사용구 품질의 균일도가 전반적으로 안정돼가고 있으며, 국제 기준에도 근접하게 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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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