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재대 미대 입시 ‘수상한 실기고사’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09:32:34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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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문제 내놓고 골라보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배재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의 수상한 입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석연치 않은 실기시험의 출제 방식은 입시 미술학원과의 유착까지 의심케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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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31일 치러진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형(2016년 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 당시 학교 측이 출제한 실기고사 문제 A, B, C 유형이 사실상 모두 동일한 주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대가 실기고사 당일 시험문제가 봉인돼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출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똑같은 유형
공평한 척∼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의 실기고사 과목은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기초디자인 ▲석고소묘 ▲정물수체화 ▲인물수채화로 나뉜다.

디자인 전공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기초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해 실기고사를 치른다. 이 과목의 공통점은 소재와 주제어가 주어진다는 것. 수험생들은 주제어에 맞게 소재를 활용해 정해진 시험 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통상 복수의 미대는 입시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과목서 여러 문제(편의상 A, B, C 유형)를 출제한다. 실기고사 당일 수험생 앞에서 봉인된 문제 유형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정해 실기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공평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배재대 2016년 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 당시 미술디자인학부 디자인전공 실기고사 시험지의 견본을 분석한 결과 A, B, C 유형으로 출제된 사고의 전환과 기초디자인의 시험문제가 사실상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실기전형 시험문제 보니…
‘눈 가리고 아웅’ 사실상 같은 문제

당시 배재대 실기고사 현장에서는 사고의 전환 시험문제로 C 유형이 채택됐다. 시험은 소재(사진 혹은 실물)와 주제어가 주어지면 2절지를 2등분해서 한쪽 면은 소재를 스케치(소묘)하고, 다른 한쪽은 소재를 활용해 주제어에 맞게 표현하고 채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 유형의 소재(이미지)는 ‘비행기’였으며,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꿈과 희망을 표현하시오’였다. 

그런데 <일요시사>가 입수한 배재대 사고의 전환 시험지 견본에 따르면 A, B 유형도 사실상 C 유형과 동일한 문제였으며 A와 B유형의 소재도 비행기였다. 
 

▲ ▲▲ 배재대 2016학년도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행 당시 출제된 문제다. 사고의 전환(현대·미래·꿈)과 기초디자인(디자인 원리·구성·응용)의 문제 유형들이 단어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어도 단어만 다를 뿐 세 유형은 사실상 같은 문제라는 게 미대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A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현대와 희망을 표현하시오’, B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시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유형의 주제어에 등장하는 ‘현대’(A 유형), ‘미래’(B 유형), ‘꿈’(C 유형)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장이 일치했다.  

소재는 그대로
단어만 살짝∼


당시 치러진 배재대 기초디자인 실기고사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배재대 측은 기초디자인 실기고사 현장서 A, B, C 유형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B 유형을 선정했다. 기초디자인은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주제에 맞게 화지에 조형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는 실기시험이다. B 유형의 소재는 ‘사탕’ ‘유리화병’ ‘주사위’ ‘줄자’였으며,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구성하고 표현하시오. *주어진 소재의 컬러 변경은 안 됩니다’였다. 

기초디자인서도 세 유형은 사실상 동일한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대 실기고사의 기초디자인 시험지 견본에 따르면 A, C 유형의 소재도 사탕, 유리화병, 주사위, 줄자였다. B 유형과 마찬가지로 소재의 사진 이미지도 모두 동일했다. 

주제어도 세 유형이 사실상 비슷한 의미였으며 주의사항까지 똑같았다. A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디자인 원리를 표현하시오’, C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응용하여 표현하시오’였다. 세 유형도 ‘디자인 원리’(A 유형), ‘구성’(B 유형), ‘응용’(C 유형) 등 단어만 다를 뿐 문장과 의미는 동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주어진 소재의 컬러 변경은 안 됩니다’라는 주의사항도 완전히 일치했다. 

입시미술학원가에 따르면 배재대 사고의 전환(현대·미래·꿈)과 기초디자인(디자인 원리·구성·응용) 실기고사서 나왔던 단어들은 모두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 입시미술학원 강사는 “수험생들은 입시학원서 어떤 주제가 나와도 단순화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다”며 “배재대가 출제한 유형들이 실제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입시미술서만큼은 표현방식·해석·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는 2017년 학년도 수시 전형서도 2016년 학년도 수시와 유사한 패턴으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역시 기초디자인의 문제 유형들이 사고의 전환 문제 유형들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사진 참조). 

사전 유출 의혹 
혹시 입시비리?

현직 미대 교수와 입시미술을 경험한 미대생들은 “배재대가 수험생을 기망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실기고사 현장서 시험문제를 무작위로 선정하기 때문에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밀봉된 세 문제가 각기 다른 유형이라고 여길 터. 배재대가 이런 허점을 이용해 2015년 수시 실기고사서 수험생들을 사실상 속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재대 미대가 입시미술학원과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배재대 입학처는 수시 실기고사를 치른 뒤 일주일도 안 돼 한 미술학원으로부터 시험문제와 관련된 항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 배재대 2017학년도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형 당시 출제된 문제다. 사고의 전환 문제 유형들이 기초디자인의 문제 유형들과 겹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

배재대 내부 관계자는 “한 미술학원 관계자가 학교 측에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 같다’며 항의 전화를 했다. 입학처서 시험을 출제한 교수를 불렀는데, 그 이후 그냥 조용히 끝났다”고 말했다. 

미대 실기고사 직전 학원에 시험문제를 교묘히 흘리는 방식의 비리는 수년간 반복돼왔다. 2009년에는 미술학원들이 홍익대 미대 입시 실기고사서 출제된 것과 동일한 석고상을 시험 전날 수험생들에게 그리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여러 유형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입시 미술학원과의 유착까지 의심

이 사건은 미술학원가서 ‘시험 전날 일부 학원서 출제될 석고상과 정물이 어떤 것인지 미리 알고, 수험생들에게 연습시켰다’는 의혹이 돌아 수사에 착수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홍대는 실기전형을 폐지했으며, 모든 미술 계열 신입생을 비실기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현재 미대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은 “시험문제 유출은 그동안 흔했고,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이를 ‘적중률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미대 입시에서는 실기전형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대와 입시미술학원의 유착은 끊이질 않는다. 2016년 학년도 배재대 수시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르면 미술디자인학부의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및 배점은 8(실기전형):2(학생부 성적)였다. 전형 총점 1000점서 실기전형 80%, 학생부 교과 성적 20%를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대 실기전형은 수험생들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한 입시미술 전문가는 “시험 당일 주제를 발표하는 건 이런 절대성에서 공평성을 담보할 자구책인 셈이다. 이런 공평성이 무너졌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실무근…
 문제 없다”

배재대 측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2016, 2017 학년도 실기고사 출제 문제들을 검토한 결과 이상이 없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시험 당일 입학전형위원장이 입학처장 입회하에 밀봉된 시험문제 중 하나를 선정해 당일 수험생들 앞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시험 출제자의 성향일 뿐 사고의 전환과 기초디자인의 문제는 각기 다른 문제다. 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입시 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재대 디자인학부 없어지게 생겼다

배재대가 학사구조 개편 과정서 미술디자인학부의 명칭을 바꾸기로 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재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최근 미술디자인학부를 아트앤웹툰학과로 변경하기로 하고 2020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사회 변화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추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순수미술과 디자인뿐 아니라 웹툰 분야까지 다루는 ‘아트앤웹툰학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트앤웹툰학과로 변경하면 취업에도 유리하고 사회에 나가 보다 다양한 분야서 활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술디자인학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런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하루아침에 미술디자인학부가 아트앤웹툰과로 변경되면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갑자기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며 “시각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입시를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은 폭력적인 커리큘럼에 의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과 명칭을 변경하면 취업 등 사회 진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라 웹툰 전공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기성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학생회장은 “재학생들은 학과 명칭이 바뀌더라도 기존 커리큘럼대로 공부한다고 하지만, 학과 명칭이 바뀐 상황서 기존 커리큘럼대로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미술디자인학부가 사라져 취업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부모들도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자신의 딸을 입학시킨 한 학부모는 “고등학교 내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입학했는데,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학과가 없어진다고 하니 마치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디자인 전공자가 1학년 시작부터 웹툰학과를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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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