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노심초사 기업들

나비효과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법원의 엄격한 신의칙 적용으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고 해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최근 한진중공업 역시 같은 맥락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서 판결이 잇따라 뒤집히면서 통상임금 소송을 관통하고 있는 기업들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양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단초는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기상여금이 정기성과 일률성 그리고 고정성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상임금은 시급·일급·월급 등 그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자들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금액이다.

통상임금
신의성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된다.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이 해당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기준금액의 범위가 확대, 각종 수당이 오르게 됐다. 사용자 측에선 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강조한다.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고용과 수출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골자다. 반대로 노동자 측은 노동자의 권리자 정당한 임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대법원 판결을 이구동성으로 환영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연맹(이하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회사의 경영 상황’과 ‘노사 간의 합의’ 등을 언급하며 신의칙도 덧붙였다. 신의칙은 권리의무의 양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신의’와 ‘성실’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민법 제2조 1항의 원칙이다.
 

즉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더라도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회사의 경영 상황), 기존 노사합의에 반해 통상임금의 증대를 이유로 추가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노사 간의 합의).

최근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 신의칙을 기업의 경영 상태와 비교해 사실상 배제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이후 판결들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대법원, 신의칙 배제…재계 당혹
1·2심 판결, 대법원서 파기 환송

대법원은 지난 2월14일 인천 시영운수 노동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시영운수 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3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기상여금까지 포함한 임금 차액 지급을 요구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기업 사정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 측 청구액은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로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하다는 점 ▲회사가 200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꾸준한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지난 3일 대법원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상대로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서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한진중공업 소속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회사 안정성
경영상 어려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2012년 8월 단체협약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있었던 시영운수 상황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이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 추가 부담 법정수당은 연 매출액의 0.1%에 불과한 점 ▲매년 회사가 지출하는 인건비의 0.3% 정도인 점을 들었다.

앞서 1심과 2심에선 한진중공업이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당시 1·2심은 “장기적 경영난 상태에 있는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돼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경제>에 따르면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오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한진중공업의 연 매출액을 5조∼6조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매출 4조원을 넘긴 적이 없다. 또 5조∼6조원의 0.1%를 회사의 추가 부담 법정수당으로 봤지만 수치상 0.1%가 아닌 0.01%다. 이에 대법원은 “대법관 직권으로 판결 결정을 할 것”이라며 “숫자가 달라져도 결론은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같은 날 예산교통 소속 노동자가 제기한 소송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예산교통의 통상임금소송 상고심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경영 상황
추가 수당

예산교통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퇴직금 산정기준을 통상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으로 정했다. 보통 평균임금은 통상임금보다 낮게 책정된다. 1·2심은 예산교통 노동자들이 적법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퇴직금을 받은 점을 인정, 바로 잡으라고 판시했다. 다만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이전 판결과 비슷하게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로 인한 추가 법정수당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동자 측의 추가 퇴직금 청구액이 회사의 연 매출액의 0.9%, 자본금의 6.7%에 불과하다는 점 ▲수년간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 상태였지만 손실액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온 점 ▲회사가 추가 부담 퇴직금 규모를 증명하지 못하고, 노동자의 주장이 신의칙 위반이라고만 주장하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신의칙을 배제하면서 비슷한 소송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1심서 패소(신의칙 부정)했지만 2심서 승소(신의칙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은 1·2심을 거쳐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시영운수와 한진중공업의 경우 1·2심서 모두 신의칙을 인정받은 뒤 대법원 판결로 상황이 역전됐다.


한진중공업 외 다수 기업 대기 중
사용·노동자 측, 판결 입장 극명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 중 25개 기업이 모두 패소하면, 8조3673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또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 대부분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을 꼽았다고 전했다.

경총은 지난 3월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시영운수의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였다. 경총은 이날 “기업 경영은 법률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라며 “최근 재판부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을 강조해 노사합의 파기를 용인하고, 약속에 대한 신뢰 훼손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상임금 문제는 과거 정부 지침과 관행에 의거한 노사 간의 자율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그 자체로 약속에 대한 신뢰를 인정하고 기존 노사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신뢰 훼손? 
권익 보호?

한노총은 시영운수 대법원 판결 직후 성명서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신의칙을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보다 우선시한다면 최저근로기준을 정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가 무력화돼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으로 노사 간 분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연장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변동적 성격의 임금을 제외한 고정적 성격의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법제도를 정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