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된 79명 의원들 백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0:44:54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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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단 금뱃지 ‘달랑달랑’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고발 정국’이 따로 없다. 여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대치는 ‘역대급’ 고발 후유증을 낳았다. 극한 대치는 일단락됐지만, 여야는 서로에 대한 총부리를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요시사>는 21대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국회 고발 정국의 민낯을 파헤쳤다.
 

▲ 빠루를 들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공동취재단

 

헌정 사상 초유의 고발 정국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무려 79명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고발정국은 끝을 보기 전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을 예정이다. 서로를 고발하더라도 종국에 가서는 취하했던 이전 분위기와는 다르다. 또 고발된 혐의들 중 일부는 피해자가 고소·고발할 경우에만 처벌되는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만약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는 계속된다.

아수라장
동물국회

몸싸움·고성·욕설은 지난 한 주 동안 국회를 관통했던 키워드다. 사태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집무실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오신환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사·보임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앞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오 의원을 사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이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문 의장을 압박하러 출격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집무실을 떠나려는 문 의장을 몸으로 막아섰다. 의장 경호 인력과의 몸싸움도 불사했다. 집무실은 고성으로 시끄러웠다.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최근 수술까지 받았다.


국회 곳곳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대신해 사개특위 위원으로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을 지목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의 집무실을 찾아가 그를 6시간이나 감금했다. 이 사태는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해 채 의원을 탈출시킴으로써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한국당 간 전면전의 신호탄이었다.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의안과를 검거했다. 일부 의원들은 의안과 팩스를 부수는 추태를 벌였다. 
 

▲ 제5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에 연장이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회 경호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점거한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빠루(쇠 지렛대)와 장도리, 망치 등을 동원했다. 한국당 당직자들은 경호원으로부터 빠루를 빼앗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안과 복도서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 해당 빠루를 들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의안과 만큼이나 치열했던 전쟁터가 있다.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회의장 앞은 각 특위 위원장인 이상민·심상정 의원의 진입을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의 육탄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복도에 줄지어 눕거나 스크럼을 짰다. 복도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부르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연장 들고
욕설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문 의장의 재가를 받아 경호권을 발동했다. 지난 1986년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경호원들과 국회 곳곳서 충돌했다. 국회에서는 몸싸움과 욕설, 고성이 난무했다. 이 과정서 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작전 끝에 정개·사개특위 개회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한 특위 위원들이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함으로써 극렬했던 여야의 대치정국은 막을 내렸다. 현재 여야의 대치정국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1막 ‘대치 정국’이 끝나자 곧바로 2막 고발 정국이 무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18명을 1차로 고발하고 며칠 뒤 19명을 추가 고발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 의원 고발과 관련해 최고위원회의서 “내가 직접 카메라 휴대폰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 사진을 30장 찍어놨다”며 “내 이름으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국회선진화법(이하 선진화법)이 어렵게 만들어졌고, 지난 7년간 이번과 같은 무질서하고 불법적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만큼은 분명하게 선진화법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치→고발, 전쟁은 지금부터 
고발 인원만 금뱃지 1/3 규모

정의당도 한국당과의 전면전에 동참했다. 한국당 의원 40명을 선진화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상은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지도부와 정개특위 회의장 출입을 막은 한국당 의원, 그리고 채 의원을 감금한 한국당 의원 전원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상무위원회의서 “지난 박근혜 국정 농단을 능가하는 헌정 파괴 범죄며 전복 행위”라며 “법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런 세력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법치주의 아래서 폭력의 방식으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한국당은 법치주의에 정면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15명의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을 고발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상해) 등이 주요 혐의다. 홍 원내대표 등이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은 이들뿐 아니라 문 의장,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시킨 행위가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문 의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그를 고소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의원들을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한편 한국당이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에게 제기한 혐의는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상해다. 이 중 선진화법 위반 여부가 고발정국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화법은 2012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여야의 합의로 도입됐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를 막자는 취지다. 

의원직 상실
피선거권도?

당시 국회법 165조 ‘국회 회의 방해 금지 위반’과 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 관련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살피면 국회 회의의 방해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인근서 폭행·체포·감금·협박·주거침입·퇴거불응·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 같은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는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다.

또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폭행하거나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 서류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을 손상 및 은닉한 사람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의안과 점거가 국회 회의 방해죄에 해당하는 지가 핵심이다. 만약 벌금이라도 맞게 되는 날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 19조에 따르면, 국회 회의 방해죄가 인정돼 5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은 자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의 전체 판세가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설사 여야가 합의해 상대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이미 법률상 고발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

불리한 한국당…총선도 차질 
벌금 500이면 피선거권 박탈

검찰에 직접 고발장을 제출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을 개정해 회의 방해 자체를 처벌하도록 한 것은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다시는 국회에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과 국회의원의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뜻을 계속 살릴 수 있도록, 특히 다음 21대 국회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과 동행한 이재정 의원은 “이후에도 불법행위를 추가 확인하면 추가 고발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기존 불법행위도 이미 확보된 자료를 검토해 추가 고발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은 형법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한국당이 느끼는 위기감에 비해 덜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민주당·정의당 의원들과 보좌진, 국회 경호원이 한데 아우러진 상태서 몸싸움이 발생해 한국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렇듯 상반된 위기감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통해 잘 나타난다. 최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한국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나 원내대표는 “제1야당에 대한 고발과 협박을 멈추라. 심지어 보좌진, 당직자도 고발장으로 위협한다. 이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인가”라며 “수사를 하더라도 나를 수사하고 탄압하더라도 나를 탄압하라. 보좌진, 당직자, 의원에 대한 고발 취하를 즉각 해달라”고 요구했다.

21대 총선 
영향 받나

나 원내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발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로 배당됐다. 한국당이 제출한 문 의장과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직권남용 혐의는 대검찰청에 접수됐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건은 서울남부지검이 맡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토끼 챙긴 여야 ‘대치 정국’ 함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상승했다. 선거법·공수처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벌어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이 2주 연속 감소한 대신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나란히 상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3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포인트가 오른 39.9%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충청권과 호남, 계층별로는 60대 이상과 50대, 30대, 중도층서 상승이 뚜렷이 나타났다.

한국당은 더욱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주 대비 2.6%포인트 오른 34.1%를 기록했다. 이는 3주째 상승세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경기·인천, 계층별로는 40대와 60대 이상, 50대, 보수층서 지지율 오름세가 뚜렷했다.

사보임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역시 0.4%포인트 오른 5.7%로 나타났다. 반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모든 지역과 계층서 지지층 이탈현상이 발생해 하락했다. 정의당은 2.3%포인트 내린 5.5%, 민주평화당은 1.4%포인트 내린 1.3%로 집계됐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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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