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산부인과의사회 입장은?

“아예 그럴 일을 만들지 말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지난달 11일 발표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 형법은 예외 사유 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해왔으며,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은 여성의 건강권을 침범하는 것은 물론,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여성을 도운 의사에게도 과중한 처벌을 해왔다. 

후속 입법 추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가 인공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법령을 폐기하고, 여성의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합리적인 후속 입법도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관련 규정이 형법에 제정된 후 66년 만에 7대 2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일정 기간 유예를 둬 관련 법 조항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따라서 연말까지는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이 유효하지만 12월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그런데 이번 헌재 결정과 관련해 여성의 건강권과 동시에 태아의 생명권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피임이다. 태아와 산모가 위험한 질병에 걸렸다면 인공임신중절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계획하지 않았던 아기가 생기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임신중절 관련 가장 최근 실태조사인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1000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2017년 한 해 약 5만건의 인공임신중절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05년 조사에 비해 85% 줄어든 수치지만, 성 경험이 있는 여성 약 10명 중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셈이다. 

여성 건강권과 태아 생명권도 보호
아기 생기지 않게 노력 기울여야

피임 실천의 방법으로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 년 74.2%로 2배가량 증가했고, 경구피임약 복용은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그러나 인공임신중절 경험자는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콘돔·자궁 내 장치 등의 피임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고,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처럼 불완전한 피임 방법이 47.1%, 응급피임약 복용을 포함해 아예 피임하지 않은 비율이 40.2%로 나타났다. 
피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절반가량이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했으며,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 18.9%, ‘파트너가 피임을 원치 않아서’ 16.7%, ‘피임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12% 순으로 나타났다. 
변재광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위원은 “아직도 피임 관련 교육이나 피임 실천 의지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결과”라고 말했다. 
남성의 피임 방법은 콘돔이 유일하지만, 여성이 선택 가능한 피임 방법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경구용 피임약, 산부인과에서 처방받는 전문의약품 피임약, 3~5년간 피임이 유지되는 자궁 내 피임장치, 피하 삽입 피임장치, 주사용 피임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임신 여성 5명 중 1명 임신중절 경험
콘돔 등 피임 실천 어느 때보다 중요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동시에 보호하려면 성생활이 시작되기 전인 청소년 시기에 건전한 성 의식과 피임 방법 등에 대해 연령대에 맞게 구체적으로 교육하고, 성인 여성도 연령과 결혼, 임신 등 생애주기에 적합한 피임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전문의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 위원은 “산부인과 방문이 어렵다면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3세대 일반 피임약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임약을 처음 복용하는 여성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복용 방법도 생리 시작 첫날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알씩 먹으면 되므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 생리 자궁경부암 예방 공익캠페인으로 네이버 지식인에서 10만여건의 산부인과의사 무료 상담을 해오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10년째 진행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가 학교로 찾아가는 성교육’의 일환으로 정호진 전 부회장이 지난 4월 성남시 늘푸른고등학교에서 1~2학년 대상으로 강의했으며, 5월에는 성남시 숭신여고 1~3학년 84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할 예정이다. 

성교육 강화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는 여고를 중심으로 성교육 요청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학교 성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성교육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들의 신청을 연중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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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