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대권도전 선언'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2 12:02:42
  • 댓글 0개

'무패의 사나이' 대권경쟁에서도 기적 이뤄낼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책위의장 2번, 원내대표 1번, 당 대표 3번'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당직을 두루 거치며 일명 '당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바 있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6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정 고문은 대선출마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4년 반 만에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감 속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고통과 무력감 속에서 하루를 마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출마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는 정 고문의 목소리에선 팍팍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서민에 대한 연민과 정권교체에 대한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6일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광장시장에서 민주당 의원 40여 명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든든한 경제대통령"을 구호로 제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대결에서 친박계의 좌장격인 홍사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바 있다.

낮은 존재감
저평가 우량주?
 

서울 종로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기에 정 고문의 기쁨은 더욱 컸다. 정 고문 스스로도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번 승리를 통해 정 고문은 '무패의 사나이'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이어가게 됐다. 정 고문은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해본 적이 없는 무패의 사나이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인생을 살아온 그다.

지난 1978년 쌍용그룹의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 고문은 쌍용에서 상무이사의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지난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엔 내리 5선을 했다. 민주당의 사지라고 불렸던 종로에서도 살아 돌아온 그다. 이 과정에서 정 고문은 정책위의장을 2번, 원내대표를 1번, 당대표를 3번 맡으며 '당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무척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 고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낮은 존재감'이다. 

일각에선 관리형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정 고문은 자신을 '저평가 우량주'라고 자평한다.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많은 성과를 얻어냈는데도 전혀 부각이 안 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당대표를 3번이나 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항변이었다.


당직 트리플크라운 달성했지만 낮은 존재감 '굴욕'
"든든한 경제대통령 될 것" 경제전문가 이미지 부각

정 고문은 대선출마선언을 통해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분수경제'라는 특이한 용어를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정 고문은 "분수경제는 경제성장 동력을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서 찾겠다는 의미로 대기업의 수익이 사회로 돌아간다는 '낙수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분수경제'는 정 고문이 직접 만들어 낸 개념으로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경제의 하층부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그 효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경제 전체로 퍼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인 정 고문이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대기업을 제대로 알면 중소기업도 잘 아는 법이다. 2차방정식을 잘 풀면 1차방정식은 쉽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허리가 튼튼한 '항아리형' 산업구조로 바꿔 내수진작의 힘으로 투자와 생산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종로 광장시장을 대권선언 장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4.11 총선에서 승리를 이룬 지역구로서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광장'이라는 이름은 소통과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말이며, 시장이라는 장소는 분수경제의 서민경제를 대변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분수경제론 주장
서민 살리기 주력

한편 정세균 고문은 지난 1950년 전북 진안에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가족으로는 배우자 최혜경씨와 1남 1녀가 있다. 가난한 가정환경과 오지의 환경에서 자란 그는 검정고시를 치르고서야 중학교 졸업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전주공고에 입학했던 그는 대학진학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전주 신흥고로 전학하게 된다. 그는 신흥고에서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 후 <동아일보>에 입사지원 했지만 유신정권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에 충격을 받고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쌍용그룹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쌍용그룹의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 주재원 시절 뉴욕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LA주재원 시절엔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MBA까지 취득하게 된다. 이후 그는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 자리에까지 오르며 1995년까지 수출입 업무를 맡았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오랫동안 기업인으로 활동한 경험은 유독 그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이렇듯 기업인으로도 승승장구의 행보를 가고 있던 정 고문은 지난 1995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제안을 받고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정고문은 정치 입문 후 불과 1년 만인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정 고문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내리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종로에서 홍사덕 의원을 꺾었다. 야당 의원이 종로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4년만의 일이었다.

미스터 스마일맨
허허실실 '외유내강'

그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기업에서의 경영 경험을 살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 간사와 상무위원장직을 수행하며 현대자동차 노사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내는 등 경제통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앙선대위 국가비전 21위원회 본부장과 경제특보를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책위의장을 거쳐 2005년 당의장직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여파로 분열된 당을 통합하는 데 기여했으며 2007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의장으로 선출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이 됐다. 2006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며 글로벌 경제 감각을 단련했고, 2008년에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돼 세 번째로 당을 이끌었다. 이후 2010년에도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밀려 최고위원에 머물렀다.

정 고문은 당내에서 '미스터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허허실실' 웃으면서도 성과를 내고 실적을 착실히 쌓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뜻이다. 정 고문을 지지하는 세력은 강기정, 문희상, 원혜영, 유인태, 이미경, 전병헌, 최재성 의원 등 현역의원만 45명이나 된다.

정 고문의 씽크탱크 격인 '국민시대'에는 장하진 전 여성부장관과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포진하고 있고 김근식(경남대), 박찬표(목포대) 교수 등 260여 명의 정책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후원회장은 <은교>로 유명한 소설가 박범신씨가 맡고 있다.

'야당필패' 종로서 24년만의 승리 일궈낸 저력
민주 대권, 다자구도 형성…대권경쟁 '흥미진진'

정 고문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도덕적 결함이나 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 고문에 대해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현재 당내 대권주자들 간의 순위경쟁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빅3’에 밀려있다. 그들과 비교해서 소위 '꿀릴 것'이 없는 경력과 능력을 자랑하지만 막상 지지율에선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 고문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은 지지도가 낮지만 저의 진정성과 경험, 전문성을 알리고 후보들을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면 국민들에게 신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 고문의 이번 대권도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이제는 정치적으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 고문이기 때문에 대권은 그가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봐야 할 숙명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 등의 3강 체제가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이번 대선에서 과연 정 고문이 얼마만큼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종로구에서의 값진 승리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 고문의 정치적 행보에 찬물만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 고문은 경제 전문가라는 강점을 살려 당내 경쟁자들과 최대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전문가 부각
경쟁자와 차별화

정 고문은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와 수출도 줄고,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특히 농어업은 이미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가계부채 해결 및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통한 빚 없는 사회, 남녀와 세대, 지역, 학력의 구분 없이 국민이 편안한 사회, IT융합산업과 의료·바이오산업,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첨단, 선도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2의 IT신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제18대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무려 17년간의 정치생활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주위의 평가에 굴욕을 당해왔던 그가 이번 대권도전으로 확실히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 다가오는 대선은 그의 도전으로 점점 더 흥미로워 지고 있다.

 

<정세균 고문 프로필>

▲ 1969년 전주 신흥고 졸업
▲ 1973년 고려대학교 총학생 회장
▲ 1974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1978년 쌍용그룹 입사
▲ 1995년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전북도지부 회장
▲ 제15~19대 국회의원
▲ 산업자원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민주당 대표
▲ 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