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는’ 김연철 통일부장관 데뷔전

몸 풀 시간도 없이 등판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재자 역할을 다시 맡게 됐다. 한편에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주목한다. 그는 숱한 논란과 비판을 관통한 끝에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장관은 임명 직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굵직한 이벤트와 함께 첫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김 장관이 이번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은 빠른 시일 내에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고도 언급했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궤도에 오른 것이다.

준비 시작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면서 정부 부처는 바쁘게 돌아갔다. 통일부는 이튿날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준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철저히 이행되고, 북미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표 날 이산가족 화상상봉 개보수 현장을 찾았다. 김 장관이 첫 대외행보로 이곳을 찾으면서 통일부장관으로서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남북교류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착수된 배경을 보면 상황은 이전보다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주요인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이 꼽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서 회담 막판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양국 정상이 모두 대화 의지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북측이 2차 북미정상회담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차기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다소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만큼 정상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서 차질을 빚거나 회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그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추진
김, 장관 취임하자마자 첫 과제


김 장관은 취임 전후로 야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받았다. 청문회와 야당의 장외투쟁이 결정적이었다. 김 장관은 청문회 과정서 과거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치인을 거친 표현으로 비판하고, 박왕자씨 피살 사건을 부적절하게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야당 측 인사청문위원들은 김 장관을 향해 ‘천박한 언사’ ‘반체제·반국가 인사’ 등을 언급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불발됐지만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을 적임자로 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통해 “김 장관은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했고, 과거 남북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며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인사를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지도부는 면담 자체마저 거부하며 그의 임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9일엔 청와대 앞에서 장외투쟁을 벌였는데 김태흠 의원은 “미국 언론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불리는 문 대통령이 자신을 도와줄 ‘김정은 부대변인’을 임명한 것”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첫 출근길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북미대화의 중재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 기본 방향에 대해 원칙적인 얘기라서 현안은 충분히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북한 매체가 통일부의 남북관계 계획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북한은 이날 김 장관의 임기에 맞춰 통일부가 발표한 ‘2019년도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을 두고 “아무런 현실성도 없는 말 공부질”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탓에 현안 파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임명 이후에도 야당의 비판을 간과하기 어려운 만큼 재차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나 행보는 삼간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장관직 취임 이후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지난 16일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했고, 이튿날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는 등 주변국들과 협조에 나섰다.

이목 집중

한편 남북 정상은 4차 남북정상회담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주요하게 다룰 것으로 예측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모두발언서 4차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북미 대화의 동력’과 ‘빠른 시일 내 북미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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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