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7>상가권리금의 세계

많이 줘도 문제…안 받아도 문제

<일요시사=장결철 르포라이터>언론매체를 보다 보면 명동·강남 상권 대로변 상가권리금만 ○억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막상 상가권리금이 뭔지 자세히 아는 일반인은 드물다. 알쏭달쏭한 상가권리금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자.

전세계서 한국·일본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관행
법적 보증금 범위보다 훨씬 비싼 경우 비일비재

상가권리금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관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형성되는 보증금과 월임대료 외에 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간에 형성되는 금액을 말한다.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내게 맞는 점포 찾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다보면 수많은 정보를 만날 수 있으나 과도한 권리금을 요구하는 점포가 대부분이다.

과도한 금액 요구
월이익 10배 적정

조금이라도 알려진 상권의 경우 어김없이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보증금 범위보다 권리금 비용이 훨씬 비싼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권리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먼저 권리금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권리금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시설권리금이 있다. 전 임차인의 경우 처음 창업 시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한 총 시설투자비용에 대해 운영기간만큼의 감가상각을 제외한 금액을 일반적으로 시설권리금으로 책정해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다음은 영업권리금이 있다. 전 임차인의 경우 지금까지 해당 매장에서 영업을 하면서 일정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월 수익률에 대한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요구하는 경우다. 통상 상권에서 거래되는 적정한 영업권리금의 범위는 월 순이익의 10∼12배 정도가 적정권리금으로 통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바닥권리금이다. 신축상가의 경우 전 임차인의 없기 때문에 권리금이 없어야 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체에서 상권특성상 향후 권리금 형성될 것을 감안해서 미리 건물주의 사전 동의하에 일정정도 권리금을 형성시키는 경우다.

상가권리금이란 상가임대차 보호법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권리금 없는 점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곤 한다.

하지만 상권에서 본다면 권리금이 없는 점포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즉 장사가 안 되는 상권에서는 권리금이 형성될 리 만무하다. 점포 자체가 민형사상의 소송에 휘말리는 등의 하자가 있는 점포에 권리금이 전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임대차계약서에는 통상적으로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을 인정치 아니 한다’라고 표기하는 게 관례다. 상거래 관행상 권리금은 임차인들끼리 거래되는 금액이기 때문에 임대인은 권리금이 거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상권에 있는 점포임에도 불구하고 권리금이 없다는 얘기는 건물주가 원천적으로 권리금을 인정치 않기 때문에 창업자가 권리금 없이 들어와서 시설투자를 얼마를 했든 간에 계약만료 후에는 다시 시설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가야 된다는 논리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창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유리한 얘기는 아닌 셈이다.

이렇듯 점포 권리금을 둘러싸고 주인과 임차인, 그리고 신규 임차인 간에는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주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주인과 무관하게 과다하게 권리금을 챙겨가는 것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전 임차인 입장에서는 권리금은 어쩌면 창업자들의 퇴직금 같은 성격도 있다. 때문에 권리금을 챙겨가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신규 창업자 입장에서는 창업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도 저렴하게 점포를 인수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다보니 상가권리금과 관련된 분쟁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금액이 상당한데다 법적으로 반환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액수산정자체에 있어 특별한 기준이 없다보니 법적으로 분쟁이 될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상가권리금거래를 하면서 자주 문제되면서 소홀히 되기 쉬운 점을 몇 가지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분당선 연장구간 라인
왕십리역 주변 뜬다

첫째, 권리금계약을 하기 이전에 건물주의 구체적인 의사를 사전에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권리금이 수수되는 영업용시설양수도계약은 건물주가 아니라 기존의 임차인으로부터 넘겨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계약이 궁극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건물주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존의 임차인과 권리양수도계약만을 체결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관행은 일단 권리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면서 권리양수도계약에 따르는 계약금을 수수한 후 건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고, 만약 건물주가 이를 동의하지 않으면 체결한 권리양수도계약을 조건 없이 무효로 하면서 계약금은 반환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이 건물주의사확인 없이 계약금이 먼저 수수되는 관행하에서는 향후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반환받는 것이 사실상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기존 임차인인 권리양도인이 건물주의 동의를 확신하고 받은 계약금을 다른 용도에 써버리기 때문이다.

건물주의 의사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당초 예상했던 바와 달리 기존의 임대차 계약조건이 나중에 변경될 수 있는 곤란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게 된다. 시설권리양수도계약을 체결하는 새로운 임차인으로서는 당연히 기존의 임차인과 건물주 간에 종전에 체결된 임대차조건(보증금, 월세 등)을 그대로 인수받거나, 아니면 기존의 조건보다 약간만 증액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건물주로서는 임차인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임대차조건을 기존의 임대차조건 보다 훨씬 유리하게 인상하고 싶어 하면서 임차인변경에 동의하는 전제로 변경된 임대차조건을 수용해달라고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둘째, 권리금액수를 산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체 권리금 중 시설비와 순수권리금(노하우, 장소적 이익 등)이 각각 얼마인지를 구분해서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기재하지 않으면 시설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예정된 임대차기간이 부족하는 등의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얼마의 권리금을 반환받을지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셋째, 건물주에게 직접 지급하는 권리금도 법적으로 유효하고, 향후 반환받기가 곤란할 수가 있다. 건물주에게 지급되는 권리금을 통칭해 ‘바닥권리금’이라고 칭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바닥권리금은 향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건물주가 임대차보증금과 별도로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권리금수수에 따른 대가로서 약정한 임대차기간만 보장해 주게 되면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시설권리금은 법적으로 반환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거래되는 시설권리금의 액수는 상당한 실정이다 보니, 시설을 양도하는 측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임차인에게 시설을 양도하고자 시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편법과 거짓말까지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시설을 양수하는 입장에서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상가권리금으로 본 뜨는 상권은 어딜까.
지하철 2호선, 9호선과 함께 ‘골드라인’으로 불리는 분당선 연장구간 개통이 오는 10월로 다가오면서 수혜지역 상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가로수길에 빼앗긴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지하철 2·5호선, 국철 중앙선에 이어 분당선까지 4개역 역세권으로 부상하는 왕십리역 주변에 수익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몰리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그동안 몇 차례 연기됐던 분당선 연장구간은 10월께 최종 개통한다. 2004년 착공 당시에는 2008년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여러 차례 지연된 끝에 8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한다. 이 영향으로 분당선 개통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왕십리역 주변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호텔 등을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는 강남에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돌아가야 했다. 분당선이 개통되면 10여분 만에 강남에 진입할 수 있다.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겨냥한 수익형 부동산 개발 붐이 불고 있는 이유다. 이로 인해 작년 초 3.3㎡당 5000만원 이하에 거래되던 왕십리역 인근 대로변 저층 건물의 호가가 최근 7000만원까지 뛰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강남 상권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신사동 가로수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3호선 압구정역에서 로데오까지는 20분 가까이 걸어와야 해서 유동인구가 늘지 못하고 상가 임대료까지 지나치게 오르는 바람에 신사동 가로수길로 중심이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치솟고 있는 데다 분당선 개통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로변 건물은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외국 관광객 몰리는
홍대·이대 임대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점을 노리는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이 두 배 이상의 임대료를 제시하며 건물주에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면도로변의 죽은 상권도 살아날 조짐이다. 갤러리아백화점과 학동사거리 사이 이면도로변에는 주로 식음료업체와 중소 유통 브랜드들이 들어서고 있다. 올 2∼3월부터 이면도로 빈 상가에 임차인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상권도 부동산 침체속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내국인에 비해 비교적 쉽게 지갑을 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일대 상권에 온기가 돌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명동, 인사동, 이태원, 동대문, 남대문 등 전통적인 관광 명소는 물론 최근에는 신촌홍대, 이대앞 상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이 일대 입점 상가들의 임대료도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시설·영업·바닥’권리금 종류 3가지
“건물주·가게주·임차인 이해관계 얽혀 분쟁 발생”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동 및 동대문남대문 상권이 위치한 서울 중구지역 3.3㎡당 보증금은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한때 72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259만원으로 258.4%, 월세는 5만9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108.8% 치솟았다. 이 기간 인사동, 종로 상권 등이 포함된 종로구도 103만원에서 156만원으로 보증금이 51.4% 뛰었고, 월세는 6만원에서 9만원으로 50% 상승했다. 서울시 평균 보증금이 90만원에서 114만원으로 26.4%, 월세가 4만9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37.1% 오른 것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명동 J부동산 관계자는 “명동은 외국인 대상으로 장사하는 곳으로 아예 특화가 됐다”며 “상가 임대료가 배 이상 뛰었는데도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가의 영업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권리금도 상승세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붐비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일대는 최근 2∼3년 사이 권리금이 4∼5배 가량 뛰었다.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2000만∼3000만원에 머물렀던 전용 16㎡(5평)짜리의 점포 권리금은 올 들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준이다.

이대역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일대 화장품, 의류, 커피 장사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특히 화장품 가게 같은 경우는 앉아서 돈 번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들 지역 내 상가도 분양 중이거나 분양을 앞둔 상가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분양 중인 ‘유시티’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는 지하철 2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홍대입구역이 가깝다. 지하 5층∼지상 1층 총 30개의 점포로 이뤄졌으며, 2013년 5월 준공 예정이다. 명동종로권역에서는 종로구 종로3가에 위치한 ‘동영타워’가 임대 분양 중이다. 지하철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 15번 출구가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 상가다.

중구 다동구역 제7지구를 정비한 ‘YG타워’도 상가를 공급하고 있다. YGC가 투자하고 대우건설이 시공을 한 오피스빌딩으로, 지하 1층∼지상 3층까지 상가가 배치됐다. 종로, 명동, 청계천 등의 관광지가 모두 도보권 내 위치했다. 대우건설은 이대역 인근에서 ‘이대역 푸르지오 시티’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층에 위치했고, 38실 규모다.

권혁춘 상가114 팀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가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투자가 쉽지 않은 만큼, 주변 분양상가를 노려보는 게 좋다”며 “다만 투자에 앞서 상가의 입지나 외국인의 동선 확인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