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로 ‘3지대’ 주도권 싸움

이대로 가면 양쪽 다 무너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지대는 구축될 수 있을까. 지난 4·3보궐선거 이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움직임에 눈길이 간다. 한쪽은 극심한 내홍을 겪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고 있다.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양당은 정계개편의 마지막 기로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 악수 나누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치권은 지난 4·3보궐선거와 함께 출렁였다. 4월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졌던 만큼 경남 민심의 리트머스 성격이 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경쟁은 치열했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은 경남을 차기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봤다. 거대 양당은 차기 총선서 경남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계개편
기웃기웃

한편에선 정계개편을 주축으로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사이에 놓인 3지대론이다.

바미당과 평화당이 정계개편으로 묶여 언급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계개편에 첫 단초를 제공한 건 6·13지방선거였다. 양당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다. 두 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서 자유롭지 못했다. 골자는 바미당과 평화당이 각각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흡수될 것이란 관측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시나리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 패배 이후 당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정계개편론에 힘이 실렸다. 당시 바미당의 쌍두마차였던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공동대표직서 물러났다. 평화당에선 ‘호남 정당’의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당은 정계개편 가능성을 일축하고 정상궤도 안착을 시도했다. 바미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 내부 결집에 나섰다. 바미당은 지난해 9월 전당대회를 개최해 손학규 대표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평화당 역시 지난해 8월 전대서 정동영 대표를 선출하는 등 분위기를 전환했다.

다만 양당은 체제를 정비한 뒤에도 이따금씩 정계개편 논란에 휘말렸다. 바미당은 지난해 12월 이학재 의원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으로, 평화당은 지난해 9월 김경진·이용주 의원의 탈당 가능성 시사로 한 차례 시끄러웠다.

보궐선거 책임론 부상, 바미당 분열
평화-정의 공동교섭단체, 난관 봉착

잠잠했던 정계개편은 4월 보궐선거 결과와 함께 부상했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3.57%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후보는 민중당의 손석형 후보에게 뒤처지면서 4위를 기록했다. 손 대표와 유 전 공동대표 등 당의 핵심 인사들이 지원유세에 나섰던 것이 무색할 정도의 결과였다.

선거 직후 바미당 내에선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이 언급됐다. 바미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선거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아침부터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지도부가 빠른 수습에 나서기 위해 총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며 “당연히 공감하며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 최근 당내 내홍으로 고민 많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사람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손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 회의서 “지금 대표를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최고위에는 총 7명의 당 지도부 중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제외한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이 불참했다. 바른정당계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 등을 주장하며 보이콧했다.


국민의당계인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개인사유로 인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찬성한 의원들은 바미당으로 향했다. 반대 의원들은 평화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합당으로 창당한 바미당은 그간 ‘화학적 결합’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내부 반발
갈등 진화

바미당은 특정 사안을 두고 당내 노선이 갈리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바미했다’는 표현도 그 연장선서 쓰였는데 바미당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을 빗댄 신조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바른정당계 좌장격인 유 전 공동대표의 입장에 이목이 쏠렸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9일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사초청 특강서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보수 통합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0일에 열린 최고위 역시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참석하지 않는 ‘반쪽’ 회의에 그쳤다. 이날 최고위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국민의당계인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 4명만 자리를 지켰다. 결국 4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이날 손 대표는 “저나 다른 당직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손 대표는 유 전 공동대표의 전날 발언을 가리키며 “시의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바미당의 당내 갈등은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불안함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대표가 강조한 다당제의 가치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며 “당장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서 4월 보궐선거의 결과는 어땠나. 생존에 대한 불안함이 더 증폭된 측면서 분열을 매듭짓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땐 맞고
지금 틀려

평화당 역시 4월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평화당은 창원·성산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당선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한 공동교섭단체의 성사 여부와 관련해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지난해 4월 ‘평화와 정의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동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교섭단체는 국회 내 의사진행에 있어 중요한 안건 등을 협의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평화당과 정의당의 의석수는 각각 14석과 6석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비교섭단체로서 국회 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우회 경로를 통해 교섭단체 자격을 부여받았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평화와 정의의 모임은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 노 전 의원의 타계로 정의당의 의석수는 6석서 5석으로 줄었다.

이후 4월 보궐선거 창원·성산서 정의당 여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의당은 5석서 다시 1석을 회복해 6석이 됐다. 정의당은 선거 직후 평화당에게 공동 교섭단체 복원을 제안했으나 이를 두고 평화당 내에선 의견 충돌이 상당했다.

평화당은 지난 5일에 이어 9일 저녁 비공개 의원총회서 ‘끝장 토론’까지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은 실익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서 공동 교섭단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평화, 바미당과 접촉…3지대 군불
생존 걸린 총선, 눈치 볼 여유 없어?

평화당 내에서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를 두고 잡음이 일자 시선은 이내 바미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에게로 향했다. 공동 교섭단체에 반대하는 몇몇 평화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바미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지난 9일, 공동교섭단체 관련 의총 시작 전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진지한 논의가 아닌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호남 쪽 의원들의 세력 통합이 정계개편, 3지대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미당의 많은 의원들이 저희들에게 이제 다시 합치자, 함께 큰집을 지어보자, 먼저 평화당이 나서달라, 이런 이야기를 항상 한다”고도 했다.

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에 선을 긋고 3지대 구축론에 힘을 실었다.

유 의원은 지난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최근 손 대표와 막걸리 한잔을 나눴다”며 “제3의 새로운 세력을 위한 정비, 결집 등 생각이 거의 같지 않은가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3지대를 두고)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공동 교섭단체에 대해선 “안타깝지만 물 건너 간 것 같다”고 밝혔다.
 

▲ 안철수·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튿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손 대표를 향해 “물과 기름 사이에 같이 있지 말고 평화당으로 들어오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신당을 창당해 만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바미당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사이서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서로 급하니 3지대는 될 것”이라며 “안 전 공동대표는 금년 내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생존 급급
이합집산?

평화당 의원들의 연이은 러브콜에 3지대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평화당 소속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이대로 치르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있다”며 “당장 금배지가 걸려 있기 때문에 3지대 구축은 시기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