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십년감수한 여영국 창원성산 당선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09 09:05:37
  • 호수 12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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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대역전’ 극적으로 여의도 입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개표 마감을 불과 0.02% 남겨둔 상황서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결과가 뒤집혔다. 끈질긴 추격 끝에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결국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정의당이 극적으로 고 노회찬 의원의 자리를 지킨 것이다. 
 

▲ 여영국 당선인 ⓒ정의당 캠프

지난 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서 정의당이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 탈환에 성공했다. 노회찬 재단의 이사인 여영국 후보는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따르면 여 당선인은 개표가 완료된 오후 11시30분 기준 4만2663표를 얻어 득표율 45.75%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4만2159표를 얻어 득표율 45.21%로 2위로 내려앉았다. 

4만2663표
4만2159표

4·3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시 성산구 결과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3일 저녁 8시30분께 개표가 시작된 이후 밤 11시24분까지는 줄곧 강 후보가 앞섰다. 최대 2000표 이상 앞서기도 했다.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밤 11시24분 개표율 99.98%를 기록하는 순간 순위가 뒤집혔다. 계속 2위를 달리던 여 당선인이 강 후보를 역전해 1위로 올라섰다. 결국 여 당선인이 4만2663표를 얻어 4만2159표를 얻은 강 후보를 504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투표율은 0.5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굳은 표정으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여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쏟았다. 함께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여영국”을 소리쳐 부르며 환호했다. 


앞서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오후 10시가 넘어도 역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리의 힘이 부족해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패배를 인정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여영국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이 승리는 위대한 창원 시민의 승리이다. 권영길, 노회찬으로 이어온 진보정치의 자부심에 여영국을 넣어줘서 감사하다. 총선을 1년 앞둔 이번 선거를 통해 제1 야당으로 교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는 반칙 정치, 편가르기 정치에 대해 창원 시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국회서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를 개혁하겠다.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 오로지 국민과 민생만 바라보고 전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줄곧 한국당 후보에 뒤지다
개표 0.02% 남겨두고 역전승

이번 보궐선거서 창원시 성산구의 유권자는 18만393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9만4101명이 투표해 투표율 51.2%를 기록했다. 민중당 손석형 후보(3540표·3.79%),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3334표·3.57%),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838표·0.89%), 무소속 김종서 후보(706표·0.75%) 순이었다. 

경남 통영고성 지역구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개표율 80%을 넘은 오후 11시45분 기준 3만7711표(59.19%)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2만3306표(36.58%)로 2위를 차지했다. 정 후보와 양 후보는 개표 시작부터 끝까지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날 함께 치러진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북 나·라 선거구는 한국당이, 전북 전주 라 선거구는 민주평화당이 승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현황에 따르면 오후 10시30분 기준 전북 전주시 라 선거구서 민주평화당 최명철 당선인은 총 투표수 7157표 중 3104표(43.65%)를 획득하며 전주시의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2위인 민주당 김영우 후보자(2143표·30.14%)를 961표 차로 따돌렸다. 

경북 문경 나 선거구에서는 한국당 서정식 당선인이 총 투표수 8900표 중  5069표(57.25%)를 얻어 당선됐다. 이어 무소속 신성호 후보(2258표·25.50%), 민주당 김경숙 후보(1057표·11.93%)가 뒤따랐다. 

문경 라 선거구에서는 한국당 이정걸 후보가 당선됐다. 총 투표수 6723표 가운데 62.03%(4137표)를 얻었다. 무소속 장봉춘 후보는 2532표(37.96%)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4·3보궐선거는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경남 창원성산에선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경남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승리했다. 보수와 민주진보 진영이 나란히 1석씩 나눠 가졌다. 득표수와 정국 등을 고려하면 정당별 셈법이 복잡하다는 분석이다. 

노회찬 정신
이어받는다

4·3보궐선거 결과는 범여권과 야권이 각각 1대 1로 마무리됐지만 여권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비토(Veto: 거부권)  표심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한 경남 창원성산의 경우 진보 진영 후보가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승을 거뒀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 통영고성에서는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한국당은 이번 보궐선거를 일찌감치 ‘문재인정권 심판’으로 규정하고 선거 기간 내내 정부·여당의 실정을 파고드는 데 전력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통영고성 지원 유세서 거듭 ‘경제 폭망론’을 꺼내며 “정점식 후보를 뽑아 망가진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구에만 국회의원 후보를 낸 민주당은 양문석 후보 지원을 위해 ‘예산 폭탄’ 공약 등 집권당 메리트로 승부했지만 끝내 표심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에서는 정의당과 민주당이 ‘정치공학적 단일화’라는 비판 속에서도 여 당선인을 단일 후보로 내세워 합동 작전을 펼쳤다.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숨을 죽이며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개표 중반까지 밀리던 여 후보는 개표 막판에서야 극적인 역전을 이뤘다.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서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했음에도 고전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실정이 지역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한국당의 심판론 공세가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로선 선전한 선거”라고 자평했다. 

사실 이 선거구는 한국당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었다.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당은 막판에 ‘축구장 선거유세’ 논란에 휩사이며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첫 번째 무대이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패배하면 황교안 책임론 나올 것(4월3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란 예측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서 한국당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면서 황 대표는 체면을 세우게 됐다. 

여당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민주당에겐 민생 법안 처리와 청와대의 인사검증 논란 등 야당을 넘어야 풀 수 있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선거 결과와 관련해 민심을 잘 살피겠다”고 했다. 


옐로카드를 받은 여권은 국정운영 기조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서 전국적인 압승을 거둔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민심의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경제 정책에 대한 일부 전환 또는 대대적인 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당내서 나온다. 앞으로의 현안을 두고 당내 여러 계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공개적으로 쏟아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진보 정당서 
한 우물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야,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서 총선까지 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당장 한국당은 인사 참사의 책임을 물으며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의 교체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진보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창원성산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여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정의당은 다시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원내교섭단체(20석)의 지위를 잃었던 정의당은 다시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으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졌다. 향후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다시 부활해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함께 4당 교섭단체 체계로 국정 전반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6년 노회찬 전 의원이 창원성산 국회의원 후보일 때 상임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한 여 당선인는 “노회찬 정신을 이어받아 책임지고 노 전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며 “민주평화당(14석)과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면 20대 국회의 가장 개혁적인 교섭단체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 당선인은 정의당 소속 정치인. 민선 5·6기 경상남도의원을 지냈으며, 제20대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1965년 1월28일(양력) 경상남도 사천군(현 경상남도 사천시) 축동면서 태어난 그는 구호국민학교, 축동중학교,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창원대학교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노회찬 지역구 정의당이 지켰다 
여야 무승부…총선까지 힘겨루기

여 당선인은 1983년에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에 입사했으나 일상적으로 많은 문제를 겪었다. 동료들이 겪는 부당함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던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 당선인은 노조 활동으로 구속 및 해고됐다. 

여 당선인은 당시 노동운동을 하면서 고 노회찬 의원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87년 8월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만나 금속연맹, 금속노조에서 함께 활동하며 노동문제를 해결해왔다. 1989년 금성사(현 LG전자)와 효성중공업 노조 투쟁지원으로 다시 구속됐다. 

여 당선인은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하다 수배된 후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투쟁으로 또 다시 구속됐다. 하지만 1986년 통일중공업과 1990년 금성사, 효성중공업 노조 투쟁 지원으로 구속된 사건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조직국장을 맡아 노조활동을 펼쳤던 그는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여 당선인은 2000년대 초 경남지역 ‘노동자 정치 실천단’으로 진보정치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2010년 제9대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소속으로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후 2014년 제10대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와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 제10대 경남도의회에서는 유일한 진보정당 소속 도의원이었다. 단 한 명에 불과한 진보정당 정치인이었지만 기득권 정치인과 타협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여 당선인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지, 무상급식 폐지, 교육감 소환 허위 서명 사건에 맞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무상급식 중단을 막아내고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주춧돌을 놓기도 했다. 청년발전기본조례를 제정해 경남 청년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고, 장애인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경남의 도시가스 요금 인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부 비토 표심
범여권 빨간불

도의원 시절에는 홍준표 전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교육감의 지위를 박탈하기 위해 홍준표 전 지사가 임명한 경남도의 고위 공직자, 산하기관장 등 공무원이 개입된 불법 서명 사건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당시 단식농성을 하던 여 의원에게 홍 전 지사는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말을 내뱉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그는 홍 전 지사와 무상급식 폐지 철회 요구 등 사사건건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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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