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의원-도의원-군의원 수상한 협동조합 추적

못 말리는 의원님들의 한우사랑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한 일반협동조합서 군의원 및 도의원에 국회의원의 이름까지 확인됐다. 협동조합의 임직원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다. 이들은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협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운영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관계부처에선 사업 여부와 관계없이 법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 (사진 왼쪽부터)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임미애 경북도의원, 김우정 경북 의성군의원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임직원의 겸직금지) 5항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임직원은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착한한우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이하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이사장이자 이사다. 김 의원의 부인 임미애 경상북도 도의원은 이사를, 김우정 경북 의성군 군의원은 감사를 맡고 있다. 현재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법인 등기부등본은 살아있다.

의원 3인
현행법 위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법인성립연월일은 지난 2013년 8월20일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4·13총선서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임 의원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경북도의원으로 경북 의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군의원 역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 비례대표로 의성군의원에 당선됐다.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을 근간으로 한다. 세 명의 의원들은 의원직을 수락한 이후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 5항에 따라 임직원 자리서 내려와야 했다. 결국 국회의원과 도의원 및 군의원 모두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이다. 비영리를 법인격으로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과 달리 해당 협동조합의 법인격은 영리다. 김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다. 김 의원이 축산 관련 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것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에 대한 정보는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홈페이지서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내 협동조합 설립현황에 따르면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수리(인가)일은 지난 2013년 8월16일이다.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업종은 도매 및 소매업이고, 품목은 의성마늘소다. 주요사업은 ‘농자재 및 물품 공동구매 및 생산’이다.

김 군의원은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에 대해 “들어는 봤는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당 협동조합의 감사직에 대해 묻자 김 군의원은 “예전 일이다. 지금도 (감사로) 올라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임직원 겸직금지 위반, 당선 이후 정리 안 해
영리목적 협동조합…당사자들 “기억 못 했다”

김 군의원은 “예전에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내용을 잊고 있었다. 죄송하다”면서도 “회의가 있어도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납입 출자 총액’은 2억2000만원이다. 출자 여부에 대해 그는 “이름만 올렸다”며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은 마늘소를 키우는 농가 위주로 세워졌다. 사람 수가 모자랐거나 투자 등이 필요해 사람을 모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한우를 키우는 김 의원과 임 의원 외에도 한우농가 몇 집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저 같은 경우와 내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이후 겸직 금지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받았는지에 대해 “당에서 가이드라인을 준 것 같은데 감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당이나 선거관리위원회서 ‘겸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알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같은 날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그 법인은 실제로 활동하지 않는다. 사업자등록증도 안 냈고 실제로 그 법인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등기가 유효하다고 하자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이) 운영되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고 답했다.

임 의원은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은 소를 판매할 경로가 없어 유통을 해보고자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라며 당선 이후 가이드라인에 대해선 “겸직금지에 대한 것은 받았지만 해당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답했다.

출자 여부에 대해 “자신들의 소를 출자하기 위해 만든 조합이다 보니 현금이 아닌 소가 들어가 있다”며 “실제로 남편이 시작을 했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 누군가 붙어서 (업무를)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도 했다.

임 의원은 “해산 절차를 밟으라면 밟겠지만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누가 팔아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팔아야 한다”며 “그렇다 보니 자발적으로 설립했다. 현금 출자도 아니고 본인의 소를 출자해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건데 생각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짜 몰라
…유감이다”

임 의원은 ‘임직원으로 겸직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설명에 “사업자등록증을 내서 소를 출하하는 등 영업행위를 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이름이)빠져야 하지만 그것도 아니고 농사짓는 사람들이 한번 해보고자 준비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자등록 여부와 사업 여부는 무관하다”며 “겸직 자체만으로 법에 저촉된다. 임직원서 물러나거나 해산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에도 지방의회의원의 겸직금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35조(겸직 등 금지) 1항 9호에 따르면 ‘그 밖에 다른 법률서 겸임할 수 없도록 정하는 직’이라고 명시돼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44조 5항은 그 밖에 다른 법률에 해당한다.
 

임 의원은 “해산 절차는 임직원들과 논의해서 밟도록 하겠다”면서도 “위법사항이라는 것만 가지고 확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들이 모여 있거나 회의과정도 없었던 협동조합에 대해서 ‘너가 임원이니까 위법이다’라고 지적한다면 타당하기 때문에 해산 절차를 밟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기자들이 좋아하듯 엄청나게 뭔가 비리가 있는 것처럼 확대해서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워낙 저희처럼 신분이 다 노출되는 사람은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처럼 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 그런 경험이 많다 보니 우려가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제 기억에 한우협회 사무실을 빌려 공고도 냈고, 절차는 정식으로 다 밟았다”고 밝혔다. 이사로 등기한 시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군의원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서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소속으로 의성군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잊어버렸다”
확대해석 우려

같은 날 김 의원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등기에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이)올라와 있는 건 맞다”면서도 “협동조합이 한 번도 활동을 한 적 없다. 활동을 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을 내야 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소를 키울 때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소고기를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의 주소가 의성군이어서 의성군에 지점을 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결국 협동조합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지 않느냐. 사업자등록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해산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고 비용이 꽤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업자등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등기상 직이 있는데(사실은) 직이 없고 협동조합이 없는 것이다. 활동을 못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 측은 “국회 운영지원과 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애매한 사안이라 심사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며 “사무처서 심사를 받으면 3개월 정도 걸린다. 3개월 뒤 윤리심사자문위원회서 판단했을 때 겸직금지 원칙의 부합 여부가 판단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은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을 통해 영리적인 목적으로 활동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행정 미비로 인해 그냥 그대로 놔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등록 및 사업 여부와 관계없이 법에 저촉된다는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서는 “기재부는 정부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은 국회사무처가 있기 때문에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협동조합은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조직”이라며 “일반협동조합의 법인격이 영리인 만큼 공무와 거리를 둬야 한다”며 “사업자등록 여부나 사업 여부는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등록증 없다 vs 활동 여부와 관계없다
김 의원 측 “겨냥하는 취재 협조할 수 없다”

앞서 임 의원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언급한 한우협회 사무실은 ‘한우협회 의성군지부 영농조합법인’(이하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이다. 의성마늘소 협동조합과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의 주사무소는 같은 주소며 사용하고 있는 전화번호도 같다.

해당 전화번호로 문의한 결과 한우협회 의성군지부 관계자는 “예전에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의 지부장을 맡은 바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2009년 9월4일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지난 2014년 12월16일 퇴임했다.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시기를 미뤄봤을 때 김 의원은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장 재직 당시 의성마늘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장으로 근무할 때 한우 출하용 무진동 차량을 도입하는 과정서 의성군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불투명하게 집행하는 데 관여한 혐의(사기 등)로 지난 2017년 12월15일 검찰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한우협회 의성군지부가 무진동 차량 운행 사업을 제대로 할 계획 없이 보조금을 타내는 데 김 의원이 관여했을 것이라 봤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무진동 차량을 운영해서 돈을 벌었거나 수수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김 의원과는 전혀 상관 없다. 당시 김 의원이 지부장이었다는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회계도 회계사를 통해 처리했고, 조사가 다 끝난 뒤 추가 조사가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재조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 측은 지난 4일 검찰 수사와 관련된 문의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지만 기사를 쓰겠다고 하니 줄거리는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죄송하지만 더 도와드릴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고 답했다.

‘해당 협동조합의 설립 시기가 김 의원의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장 재임 시기이기 때문에 문의했다’는 기자의 말에 김 의원 측은 “전수 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딱 김 의원만 겨냥해서 하는 취재 같은데 더 도와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이후 취재 결과 <한국유통신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 의원이 약식기소로 벌금 500만원을 처분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 구미을 지역위원장 출마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서 김 의원은 스스로 “지난 2017년에 지방재정법 및 사기혐의 약식기소로 벌금 500만원을 처분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사기 혐의로
벌금 500만원

김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장을 6년간 했다”며 “그 과정서 축산차량의 보조금 집행 과정에 관련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이 되고 나서 약 1년 반 정도 조사를 받고 약식기소로 벌금을 냈다. 정식재판을 받고 저의 주장을 법원서 피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축산차량 보조금 집행 과정서 모든 것을 법에 맞게 엄격하게 한다고 했다”며 “회계자료는 회계사 사무실에 전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업무 수행 내용이 실정법에 위배된 요소가 있어 약식기소를 당한 것”이라며 “제가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횡령하거나 유용한 금액은 10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