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상임대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0: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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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공룡들 덤빌 테면 덤벼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기름값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주유하고자 알뜰주유소 앞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려보기도 하고 고작 몇 십원 할인받는 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누가 주유쿠폰이라도 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하지만 조금 싸게 넣는 다고해서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섰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보다 20% 싼 기름값을 목표로 하는 국민석유회사 설립 및 출범 소식을 알린 것.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측은 이미 국민석유회사 홈페이지(http://www.n-oil.co.kr)를 마련해 차량 소유자 등 유류 소비자를 대상으로 1인 1주(1주 1만원) 갖기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준비위가 목표로 하는 초기 설립자금은 1000억원이며 이중 국민약정 목표액은 500억원이다.

국민석유회사 출범
20% 싼 기름 나오나?

국민석유회사의 목표는 현재보다 20% 싼 기름이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상임대표는 국내 차량소유자가 16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차량 소유자들이 1인 1주 갖기 운동에 동참만 해준다면 초기 설립자금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산하에 경영위원회 및 기술위원회를 둬 경영전략과 원칙, 향후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고 석유는 물론 대체에너지, 환경문제 등에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구들은 기존 정유사들 방해를 우려해 비공개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실 이 대표의 인생은 석유나 에너지와는 전혀 무관한 삶이었다. 1950년 전쟁 중에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서 태어난 그는 굴속으로 피난을 가서 1년 가까이 설사병에 시달리는 등 인생을 시련으로 시작했다. 천북초등학교를 거쳐 예산중학교에 진학한 이 대표는 서울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 국민대 법과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시절 대학생 아카데미활동, 고등학생 아카데미 지도위원, 흥사단 대학생 아카데미 전국연합회 총무부장과 대학생 서울 아카데미 회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대통령선거 부정선거 감시단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후 1971년 학원병영화 반대 시위와 함께 교련지지 여론을 조작한 총학생회 사퇴요구 교내시위를 조직해 학생운동을 벌이다가 제적 처리 돼 군에 강제 입대했다.
논산훈련소로 강제 입영된 이 대표는 강원도 인제군 최북방 동부전선으로 보내졌다. 이 대표는 강제 입대 후에도 독재정권의 횡포에 맞서겠다는 기개를 잃지 않았는데 '유신정신함양 웅변대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다가 삽자루로 머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참을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
캐나다·시베리아산 이용 기름값 20% 내린다

1974년 만기제대로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이 대표는 학생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배후인물로 지목되어 강제연행과 귀향조치가 반복됐다.
1977년 2월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는 학생운동과 강제입영, 강제연행과 귀향조치 등을 겪으면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의 토대가 취약함을 느끼고 그해 '광민사(현재 동녘출판사)'라는 사회과학출판사를 설립했다. 광민사에서 출간한 20여 권의 책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권의 필독서가 되었으며 민주화운동의 사상적 토대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이유로 광민사는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판매금지 등 출판탄압을 수차례 겪었다.

광민사 설립 이후 이 대표는 노동운동의 전국적 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1979년 극악무도한 탄압을 자행하던 유신정권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10·26 사건으로 무너지게 됐지만 그 혼란을 틈타 전두환 정권이 등장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새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은 계속됐다. 전두환 정권은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그 배후로 이 대표를 지목했고, 1981년 6월 수사요원들에게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분실로 끌려갔다.

학생운동 배후 지목
고문 끝에 사형 구형

이 대표는 당시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과 수사요원들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고 계엄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재판절차 후 사형이 구형되기에 이른다. 당시 그의 나이 32세로, 지난달 15일 31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이른바 '학림사건'이다.

국내외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탄원운동이 벌어졌고 그 노력으로 후에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표적인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는 1986년 이 대표를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석방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한국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윤보선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박형규 목사, 명진 스님 등 각계 인사들이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각계의 노력 덕택에 이 대표는 1988년 10월, 8년 만에 석방되기에 이른다.

출소한 이 대표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편집실장을 맡다가 어렵고 소외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문의 필요성을 느껴 1989년 10월 <전국주간노동자신문>을 창간, 격주간으로 발행했고 1999년 일간지로 전환해 <노동일보>를 탄생시켰다.


1996년 사회복지단체인 '인간의 대지'를 설립한 이 대표는 사회복지제도의 대안을 연구하기 위해 뒤늦게 고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학교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면서 70세 이상의 무의탁노인을 돌보는 집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1년 3월 청와대에 들어가 복지노동수석을 맡게 됐고, 2002년 1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됐다. 이 대표는 장관 재임 중 국민을 위한 보건복지행정 구현을 위해 애썼다. 특히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값 인하정책을 추진하다가 국내외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반개혁세력에 밀려 2002년 7월 개각에서 장관직을 물러나게 됐다.

이후 이 대표는 점핑코리아연구소를 만들어 국가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인간의 대지 이사장을 맡아 복지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특히 사회의 빈곤층과 정직한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5대 거품 빼기 운동'을 추진 중이다. 5대 운동은 경제회생과 일자리, 행정개혁, 복지정비와 국민생활 안정, 보건 의료 구축, 교육 혁신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5대 핵심과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약값·기름값·휴대폰·카드수수료·은행금리 등 5개 항목은 정부의 감독 부실로 거품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적정한 이윤은 보장하되 거품은 걷어내야지 그대로 두면 국민생활 불안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할 성과는 없었고 이 대표는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부터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유4사 대응 심할 것
대책마련 이미 끝났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국민석유회사 설립추진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할 정도로 기름값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유사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힘없는 유통업체만 건드리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그간 5대 거품빼기 운동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TF까지 만들어 가면서 기름값 안정 정책을 폈지만 TF가 친정유사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현재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알뜰주유소 등으로 국민을 우롱했다"며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기다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기름값이 비싼 또 다른 이유는 비산 중질원유와 정제비 때문이다. 정유사마다 세팅되어 있는 고비용의 정제시설이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
국민석유회사는 값싼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저유황원유를 도입해 원가, 정제비, 운송비 절감으로 값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유4사의 강력한 대응까지 예상하고 있다. 정유4사가 한국시장의 포화상태를 이유로 들어 신규회사 진입을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정유4사의 속내는 폭리를 항구적으로 보장받자는 의도"라며 "1년에 150만대 이상 차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재벌특혜가 아닌 독과점 폭리를 뺀 국민석유회사가 출범하면 시장상황은 바람직하게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석유회사의 설립요구를 정치권력이 마냥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천600만 차량소유자 1만원씩 출자로 1천억 설립자금 목표
인터넷 약정운동 전개…각계인사 참여해 추진위원회 구성

천문학적인 자금조달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SK의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애초 SK도 3만5000배럴의 정제시설을 수백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으며 정부의 정책자금을 얻어 오늘의 거대석유회사로 컸다"면서 "국민을 위한,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국민석유회사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회사이니만큼 당연히 저리의 정책자금을 요구해야 되고, 필요하면 국민연금의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국민석유회사도 추후에는 초심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국민의 회사인 만큼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창립 후 경영 전문가를 공개 오디션 등의 방식으로 뽑겠다 ▲기술 정보 공개는 어렵지만 경영에 대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공개하겠다 ▲대주주의 지배를 배제하기 위해 1인 소유 지분 한도를 3% 이내로 제한하고 1주의 가격을 1만원 이하로 해 광범위한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 ▲각종 사업자조합, 신용조합, 법인 등의 참여를 적극 넓히되 지배주주화를 방지한다 등의 대책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반박했다.


500억원을 목표로 한 인터넷 약정은 지난달 21일 출범이후 일주일 만에 235억5000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국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준비위는 올해 말까지 인터넷 약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창립 절차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창립시기가 꽤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이 대표 행보 기대 집중

아직까지는 "되냐, 안되냐”를 놓고 말이 많지만 기름값 인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진 셈이다.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자본금 1000억원을 만들어야 하고 각계 인사들의 촉구도 끌어내야 한다. 결정적으로는 아직 정부의 설립허가가 나지 않았다.
한 평생 노동운동과 국민복지에 힘써온 이 대표가 산적해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이태복 상임대표 프로필>

▲성동고등학교 졸
▲국민대 법과 졸,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 졸, 순천향대 명예박사
▲1986년 흥사단 대학생 서울아카데미 회장
▲1977년 도서출판 광민사 설립
▲1989년 <주간노동자신문> 창간
▲2001년 그리스도신학대학교 객원교수
▲2001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2002년 보건복지부 장관
▲2003년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 한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사)인간의 대지 이사장, 5대운동본부&5대거품빼기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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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