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못 내려놓는 '원로 금배지들' 천태만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7.04 10: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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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그거 얼마나 한다고 폐지하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요즘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한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특권 포기 경쟁에 불이 붙은 듯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연금제도'를 놓고 진통이 따르고 있다. 당사자인 원로의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819명의 기존 지원금 수령 대상자다. 이에 여야는 의원연금제 폐지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기존 수급자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의원연금 제도란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에서 운영하는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를 말한다. 지난 1988년부터 70세 이상의 전직 의원에게 매달 20만원씩 국회의장 판공비에서 품위유지 차원에서 지급했던 것이 시발점이다. 시간이 지나 지난 2010년 여야 합의에 따라 대상과 금액이 각각 65세 이상과 120만원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전직의원 819명이 그 대상이다. 지급에 필요한 예산은 12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국회의원 연금제도'가 아니다.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125억 예산 소요

하루만 근무해도 65세 이후 사망 시까지 매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의원연금 제도가 지나친 특권이란 논란이 계속되자 여야는 앞 다퉈 제도 손질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의원연금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6대 쇄신안'에 포함시키고 '연로회원지원금 제도개선 TF팀' 구성했다. 민주통합당도 19대 국회부터 연금제도를 전면 폐지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원로 의원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새누리당 국회 쇄신 태스크포스 연금제도 개선팀장인 이철우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는 전직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선 관련 토론회에서 국가에 헌신한 공로가 최소한의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목요상 헌정회 회장은 "연금이 아닌데 자꾸 연금인 것처럼 보도되고 하루라도 의원배지를 달면 평생 연금을 받는 것처럼 알려져 무척 유감스럽다"며 "국회의원들은 연금 가입이 원천 봉쇄돼 있는데 어떻게 연금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로지원금은 지난날 민주화와 산업화를 위해 헌신해 온 연로의원에 대한 보은적 차원의 최소한의 품위유지비"라며 "여야 간에 경쟁적으로 연로지원금을 없애는 것이 마치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양 이끌어가는 것이 심히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루만 금배지 달아도 평생 120만원 연금
혜택 받는 819명 전직 의원들 반발 극심     

토론자로 나선 이윤수 헌정회 사무총장도 "헌정회원들은 제헌국회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민주화를 위해 군사독재와 싸우며 이 나라를 지켜온 역전의 용사들"이라며 "그런데 한마디로 이런 분들이 대접은 받지 못할망정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헌정회 회원 1141명 중 90대가 37명, 80대가 201명인데 이 분들은 노동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남이 거들어 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며 "젊은 국회의원들도 얼마 안 있으면 자동으로 헌정회원이 돼 혜택을 받을 텐데 너무 비판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젊은 국회의원들이 연로지원금을 폐지하면 큰 영웅이 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표를 받을 것이란 착각을 하며 선배 의원을 매도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론회에 참석한 일부 연로의원들은 이 사무총장의 발언 도중에 "잘한다" "속 시원하다"며 박수를 치며 목청을 높였으며 한 원로의원은 "연금 그거 얼마나 한다고 폐지하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로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새누리당 지도부도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은 단상 앞에 나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세비반납' 및 '연금 폐지'는 신뢰를 되찾는 특단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연금을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이철우 TF 팀장은 "오늘 대선배님들을 뵈니까 지원금을 더 드려도 시원찮은데 이렇게 되서 죄책감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들은 변하지 않으면 표도 안준다고 하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의원연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운 방식의 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연로회원 지원제는 연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대부분 특권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연금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재직 년수를 8년으로 정해 8년 미만은 일시에 지급 하든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선택적인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의 이중지원은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목 회장은 그러면서 "소득의 여부, 재직 년수 등을 따져서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제도개선 움직임

이러한 반발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과 각종 SNS에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최종 결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며 "과도하게 누리는 국회의원의 특권도 모두 정리되거나 포기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제나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모두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제공되는 세비가 아깝지 않게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과 함께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올바른 국회의원의 모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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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