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청문위크 관전포인트

7명 중 2명은 집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문재인정부의 3·8개각으로 장관 후보에 오른 인사들은 진땀을 흘렸다. 눈길이 가는 곳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 대통령은 국회의 거부가 있더라도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1기 내각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정국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후보자들의 임명 여부와 함께 벌써부터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지난 27일을 끝으로 인사청문회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3일 동안 진행된 청문회서 여야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고, 여당은 정치공세 방지에 집중했다. 김창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는 국회의 검증을 무난히 통과했다. 본무대는 장관 후보자 7인의 청문회.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지난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청문회의 시계가 돌아갔다.

반복

최 후보자는 투기 관련 지역 내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국토부장관이 해당 분야를 총괄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사회단체의 최 후보자 임명 반대 성명도 가시적이었다.

이튿날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렸다. 김 후보자는 세 후보자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청문회 전부터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들이 비교적 선명했던 까닭이다. 김 후보자는 막말 논란과 말 바꾸기, 다운계약서 작성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자를 ‘천연 다이아몬드’라 일컬으며 옹호에 나섰다.

문 후보자는 장남 특혜 채용 의혹과 자녀 위장전입으로 비판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CJ 사외이사 재직으로 인한 이해관계 충돌과 관련된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청문회 하루 전 자녀들의 증여세인 6500만원의 세금을 늑장 납부해 비판을 받았다.


청문회 마지막 날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박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그는 과거 청문위원 시절에 ‘저격수’와 ‘낙마왕’으로 불린 바 있다. 그러나 청문회는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 부실 논란을 시작으로 고성과 막말을 거쳐 파행으로 일단락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고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진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에 분양권을 매입해 1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둔 전력이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진 후보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서도 “시세차익을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관 후보 7인, 모두 도마 위에
전원 임명은 역풍…문의 결정은?

조 후보자는 외유성 출장과 자녀의 호화 유학에 대해서 사과했다. 또 조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두고 야당을 비롯해 여당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사청문보고서의 채택 과정서도 청문회가 순탄치 않음이 드러났다. 청문보고서는 청문회 첫날부터 불발됐다. 최 후보자를 비롯해 문 후보자와 문체부 박 후보자, 진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연기됐다.

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를 요구했고, 박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조 후보자 역시 가시밭길에 놓였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일 조 후보자와 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청문회 밖에서도 분위기는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서 “인사청문회를 오로지 국정 발목잡기로 악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번 인사는 국민 무시, 국정 포기 인사”라며 “청문회를 해보니 범법자 수준의 함량 미달 후보만 내놨다”고 쏘아붙였다.
 

▲ 김연철(통일부)·조동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대통령은 10일 안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은 국회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기 내각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8명의 장관급 인사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이후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당장 ‘인사청문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장관 후보자 7인의 임명은 정국의 실타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 의원총회서 “진정으로 각종 정책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문제가 되는 인사들을 과감히 임명 철회하는 등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용론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정국경색’은 최근까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사안들이 국회서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에 맞서 드루킹 특검과 함께 무소속 손혜원 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등을 언급하는 형국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동호 치고 김연철 품는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 청문회서 조동호 후보자에게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과학계 인사가 청와대 고위층으로부터 장관직을 제안받고 고사했다고 한다”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코드에 맞는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 후보자를 희생시키려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31일 조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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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