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 집권 3년 차 징크스 해부

추락의 신호탄? 허무한 불발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일까. 지난해 말부터 정부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집권 3년 차 징크스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두터워지고 있는 까닭이다. 5년 단임제 이후 모든 정권은 이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현 정부서도 징크스가 시작될 만한 대목이 하나둘 손꼽히고 있다.
 

▲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

대통령 임기는 집권 3년 차에 꺾인다. 역대 모든 정권은 임기의 반환점을 돌 때 추락하기 시작했다. 통상 여권 내 권력다툼, 인사와 정책의 실패서 비롯되곤 했다. 대형 참사와 권력형 게이트도 그 뒤를 잇는다. 이후 정부는 야권의 비판과 여론의 역풍을 받게 됐고, 집권 여당은 선거서 패했다. 최근 정부를 둘러싼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는 형국이다.

시작은 어디서?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촉발할 만한 사건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그리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이다.

세 건의 키워드는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의혹, 댓글조작이다. 이들은 ‘정권의 정당성’을 공통분모로 둔다. 수사와 재판의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정당성은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말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말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문건과 함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환경부는 당초 문건 작성을 부인했지만 수사과정서 김 전 수사관의 요청으로 작성됐다며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와 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소환했다. 지난달에는 환경부의 표적감사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환경부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산하기관 임직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한국당은 ‘내로남불’ ‘신적폐’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혹에 대해 “블랙리스트가 아닌 합법적 체크리스트”라며 맞섰다. 청와대 역시 “먹칠을 삼가해달라”며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개입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의 상임감사 선임이 무산된 과정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발견했다. 검찰은 지난 1일 김 전 장관의 보좌관을, 지난 18일 청와대 행정관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서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부터 의혹-수사 반복, 징크스 서막?
매듭지어진 사안 없어…확대 해석 경계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전 수사관은 폭로 초기 ‘비위 수사관이 개인 비리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과 ‘공익 제보자’라는 주장을 동시에 받았다.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2월에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반장을 상대로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과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혹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김 전 수사관의 요청으로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고, 김 전 수사관은 이 전 반장에게 블랙스트를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 전 수사관은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달 10일, 드루킹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반장은 드루킹이 특검 수사팀에 제출한 USB 내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의 해명에 “증거가 있다”며 대응했다.
 

▲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김 전 수사관은 드루킹 관련 사건에 대해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혐의로 이 전 반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전 반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 외에도 민정수석실의 환경부장관 감찰,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근 직원의 출장비 횡령과 민정수석실의 휴대전화 감찰 등을 폭로했다.

김 지사의 재판 결과는 정국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드루킹 김동원씨는 지난 1월30일 댓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지사는 같은 날 1심서 댓글조작 가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은 지난 19일 시작됐다.

김 지사가 2심서도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파문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구속으로 정치권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김 지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 ‘김경수 판결문 분석 설명회’를 개최했다. 한국당은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문재인정부 출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지난 19일 정치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서 “여론 조작의 최대 수혜자는 대통령이 분명하다”며 “당당하게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 모드

정부와 여당은 논란과 의혹을 일축하고, 야권은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다만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건의 규모와 분위기만으로 3년 차 징크스가 시작될 것이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부와 여당은 의혹에 대해 소상히 해명해야 하고, 야당은 합리적으로 볼 만한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번에는 손혜원, 곳곳서 터지는 논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 20일 국가보훈처와 보훈심사위원회, 서울지방보훈처에 수사관을 보내 자료 확보에 나섰다.

손 의원의 부친(손용우 선생)은 보훈심사에서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손 의원이 7번째 신청을 앞두고 의원실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는 한국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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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