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71일 만에 돌아가는’ 여의도 풍향계

열고 보니 닫는 게 낫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70일 넘게 닫혀 있던 국회의 문은 열리지 말았어야 했을까. 국회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여야 갈등은 이전보다 더 심화됐다. 본회의장은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 상대를 향한 고성과 비난은 국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올해 초 여야는 한목소리로 민생을 외쳤지만 공허하다. 국회는 언제쯤 정상화될 수 있을까.
 

▲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항의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해 말 신년을 앞둔 여야는 저마다 결기를 다졌다.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민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국회는 1∼2월 모두 개점휴업했다. 여야의 대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사이 민생·개혁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3월 개회

두 달 넘게 대립하던 여야는 3월이 돼서야 국회를 열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저희 스스로 결단을 내려서 국회를 열기로 했다”며 “오늘 안에 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3당 원내대표 회동 뒤에 한 발언이었다.

국회는 지난 7일 첫 개회식을 가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7대 국회 이후 15년 만에 가장 늦은 개회식이라는 오점을 기록했다”며 “지각 출발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지만 국회 정상화에 따른 기대도 있었다. 다만 그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선거제 개혁은 국회 정상 가동의 암초로 지적됐다. 여야 간 입장 차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협의 끝에 단일화안을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과 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안 단일화와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고 지난 10일 선거제와 관련된 당론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당론은 비례대표제 폐지였다.

선거제 개혁안은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한국당은 사실상 선거제 개혁안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두고 의원직 총사퇴와 조기총선을 언급했다.

이틀 뒤 열린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결정적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와 함께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석 단상에 올라가 즉각 항의했다.

여야 지도부 간 몸싸움도 있었다. 문 의장의 중재 아래 나 원내대표는 연설을 마무리했다.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문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의원 128명이 모두 징계안에 이름을 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개원, 여야 또 충돌
청와대까지 가세, 정국 출구 불투명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색깔론을 동원해 모독한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당은 이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의원 113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

국당 정양석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의 고언을 막말이라 치부하는 여당이 어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거대 양당 원내대표 간 국회 윤리위원회 맞제소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양당 대표들도 직접 나섰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발언의 기조를 보면 한국당 전당대회서 아주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며 “전대 때 하던 모습을 원내대표가 국회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앞길이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국회 본회의장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맞불을 놨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회의실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민주당 그리고 정권과 야합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오로지 대통령 눈에 들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야당 겁박을 즉각 중단하고, 의회 폭거를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정국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서도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대변인은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며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난국을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여야 4당 공조를 부정하고, 여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또 충돌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로 3월 국회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는 여야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했다. 당장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재차 충돌할 공산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쟁을 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며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국회가 무슨 면목으로 정쟁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과 ‘제2의 나경원’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한국당 배현진 전 대변인이 보인 반응이 화제다.

배 전 대변인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박수를 보낸다. 국민의 목소리를 참 잘 전하셨다”며 “이미 오래전 외신에 보도된 내용이다. 원래 뼈 맞으면 참 아픈 법”이라고 말했다.

배 전 대변인은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한국당에 입당해 송파을 조직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배 전 대변인은 ‘제2의 나경원’으로 불렸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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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