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핵기지 분강의 실체

보여주질 않으니 느는 건 의심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비밀 핵시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은 영변 외에 한 가지를 끝까지 주장했다”고 말했다. 북미회담이 ‘북한의 숨겨진 핵시설’을 이유로 결렬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북한의 비밀 핵시설로 ‘분강’이 부상했다. 분강은 실재하는 핵시설일까.
 

▲ 악수 나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2차 북미정상회담은 만찬이 예정보다 늦춰지기 전까지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의 결과를 공개적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만찬과 서명식은 취소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앞당겨 진행했다. 결국 이번 북미회담은 빈손 회담으로 마무리됐다. 동시에 북미가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여러 관측들이 쏟아져나왔다.

무슨 시설?

설득력을 얻게 된 건 북한의 ‘숨겨진 핵시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며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리 외무상의 발언으로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주목을 받은 곳은 ‘강선’이었다. 강선은 북한의 비밀 핵시설로 평양 외곽의 천리마 구역에 위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선은 미국 언론에서도 소개됐다. 미 언론은 강선을 2010년부터 운영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고 밝혔다. 우라늄 농축은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심 단계다.


미 정보당국은 강선에 대해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강선 쪽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 지금 영변에는 한 4000개 있지만 그게 1만2000개가 넘는다는 얘기는 미국의 국방정보국 DIA 쪽에서 이미 작년 6월에 흘러나왔던 얘기”라고 설명했다. 

강선 외에도 이미 알려진 북한의 핵시설은 꽤 된다. 평안북도 박천과 태천, 그리고 천마산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곳으로 꼽힌다. 황해북도 평산과 자강도 하갑, 양강도 영저리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 지난 5일 분강이라는 곳이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 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외에 발견한 것은 분강 지구 지하에 있는 고농축 우라늄 시설이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분강 지구는 기존 영변 핵단지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고, 북한은 외부서 탐지하는 것을 우려해 이곳 지하에 고농축 우라늄 공장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서 “분강은 시설이 아니고 영변 내에 있는 일부 지역의 지명”이라고 설명했다. 노재천 국방부 공보담당관은 분강 내 영변 핵시설 포함 여부에 대해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담 결렬 요인 숨겨진 핵시설 주목
영변 공개 없이 ‘제2의 분강’ 불가피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했다. 국정원은 이 자리서 “분강은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 행정지구의 이름”이라며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분강 안에 영변 핵시설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분강 지구는 영변 내에 있는 지역의 이름으로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 곳이라는 것이다. 분강 지구가 기존의 영변 핵시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영변 핵시설은 과거 ‘분강리 소재’로 분류되기도 했다. 분강리는 분강 지구의 옛 이름이다.

분강 지구 내 핵시설은 과거에도 조명을 받았다. ‘최주활 청문회’가 그 예다. 북한군 상좌였던 최주활씨는 1995년 탈북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최씨는 탈북자 중 최초로 1997년 미국 상원 청문회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등에 대해 증언했다.

당시 최씨는 분강 지구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분강이 영변 내 지역이름이고, 과거에 여러 차례 언급됐다고 해서 북한의 비밀 핵시설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기는 어렵다.
 

▲ ⓒ노동신문

강선과 분강 등 영변 외 비밀 핵시설이 꾸준히 언급되는 까닭은 영변 핵시설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변에는 연간 5~7㎏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5㎿e 흑연로와 2000대 정도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돼있다고 알려져 있다. 핵무기 1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고농축 우라늄 25kg이 필요하다. 이를 생산해내려면 원심분리기 750∼1000대를 1년 동안 가동해야 한다.

영변서만 매년 2개의 핵무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핵에 대한 영변 핵시설의 비중을 일각에선 절반 이상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절반 이하로 판단한다.

영변 폐기는 비핵화의 출발선으로 여겨진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서 비핵화 조치로 영변 폐기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추가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영변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영변 이외 지역서 비밀 핵시설로 의심되는 곳이 하나둘 발견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영변과 함께 플러스알파를 내세운 까닭이다. 영변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의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검증 핵심

핵심은 영변의 검증이다. 영변에 대한 검증과 폐기 이후 북미는 본격적인 비핵화의 출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영변 이외 핵시설은 그 이후 단계적 검증과 폐기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영변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없는 한 제2의 강선, 제2의 분강은 지금과 같이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실망한 트럼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각) “매우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동창리 발사장 해체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너무 이르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일각에선 해당 보도를 두고 북한이 2차 북미회담 이후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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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