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조국의 숙제

풀 문제 많은데 난제 수두룩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조국 민정수석은 건재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 특감반 논란과 함께 입지가 흔들리는 듯했지만 청와대 2기 개편서 살아남았다. ‘검찰과 사법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야당은 연일 조 수석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조 수석이 공개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호소할 정도다. 조 수석의 어깨가 무겁다.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지난 8일,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이 단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핵심 참모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수석과 국민소통수석을 교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선 데드크로스로 한 해를 매듭지었다.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하락 국면이다. 올해는 문재인정부가 ‘3년 차 징크스’를 맞는 해이기도 하다. 험로를 걷고 있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과 함께 국정 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참모 개편
결국 생존

참모진 개편 과정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조국 민정수석이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야당은 조 수석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상황은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으로 치달았다.

조 수석은 지난달 31일 특감반 논란과 관련, 운영위에 출석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이 해당 상임위에 출석한 건 12년 만이다. 조 수석의 거취는 운영위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야당은 조 수석의 책임론을 내세우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조 수석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강경한 어조로 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를 넘길 때까지 야당은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운영위는 조 수석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자연스레 조 수석의 유임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그의 유임이 기정사실화된 때는 지난 6일이다. 조 수석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조 수석은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사인사제도의 개혁, 검찰 과거사 청산 등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개정으로 가능한 검찰개혁은 대부분 이뤄졌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공수처법 제정, 수사권 조정 등 법률제정·개정이 필요한 검찰 개혁은 행정부와 여당이 협력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국회 의석 구조를 생각할 때 행정부와 여당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조 수석의 검찰개혁 호소는 곧 문 대통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조 수석은 지난 2017년 취임 기자회견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철학과 구상,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충실히 보좌하겠다”고 밝혔다. 사법 개혁의 아이콘인 조 수석이 검찰 개혁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문 대통령의 조 수석 유임 강행으로 해석됐다.

‘문의 결정’ 국정 동력 약세 속 유임
개혁 드라이브…수사권·공수처 관건

조 수석은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에 성과를 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시행됐다. 사실상 법무부가 검찰에 의해 지휘된 점에서 비롯됐다.

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검찰국 2개 검사 과장 지위에 비검사 출신들의 보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4개 실·국장, 9개 국·과장급, 14개 평검사 등 총 27개 직위에 일반직 공무원을 임명했다.

검사인사제도 개혁도 단행됐다. ‘귀족검사’ 양성 차단이 대표적이다. 귀족검사는 검사들의 선호 근무지인 수도권서 장기 근무하는 검사를 뜻한다.


법무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3회 연속 근무 제한’을 엄격히 했다. 기존에도 수도권 근무는 3회로 제한됐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예외였다. 이런 연유로 법무부와 대검을 거쳐 수도권서 오래 머무는 귀족검사들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령과 법무부 예규, 법무부령 등 검사 인사 관계 법령의 제·개정을 통해 수도권과 법무부, 대검서 두 차례 근무한 검사는 예외 없이 지방청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된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한 문무일 검찰총장

이 외에도 부장검사 보임 요건을 강화하고, 법무부와 대검 근무 기준을 높였다. 인사 평가에는 다면평가를 법제화했다. 다면평가란 소위 ‘후배 검사의 선배 검사 평가’를 뜻한다. 일반 검사의 인사시기도 명문화했다.

검찰 과거사 청산도 진행 중이다. 문무일 검찰 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 대표적이다. 형제복지원에 이어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9일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뤘던 MBC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을 부당하게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사방이 적
산적한 과제

조 수석은 이 외에도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를 호소했다. 해당 사안은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산하 검찰·경찰개혁 소위서 논의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은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21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 수석,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날인했다. 여야도 수사권 조정의 골자인 ‘경찰의 1차 수사권 부여와 검찰의 수사 지휘권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사실상 정부안으로 여겨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부적으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검찰은 기소권과 특정사건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그리고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을 확보하게 된다. 

검경소위는 지난달 19일 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른바 ‘간담회안’이다. 간담회안은 백 의원의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이다.

수정된 사안은 검찰의 특정사건 직접 수사권이다. 본안에 따르면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중요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수정안은 ‘중요 범죄’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 종결서 ‘경찰이 불송치 사건서 사건기록 등본을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명시돼있는 문구에 ‘검사가 30일 이내에 이를 조사하고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검찰의 보완수사에도 손을 댔다. 기존의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이를 지체 없이 이행’이란 문구 중 ‘지체 없이’를 ‘정당한 이유 없는 한’으로 수정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의 자치경찰 수사지휘 유지를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로 방향을 틀었다.


검경소위는 지난 8일 간담회 안을 중심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고자 했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간담회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해당 수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곽 의원은 이날 “일부가 모여 간담회를 진행한 것을 소위안이라고 해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여야는 간담회안과 함께 곽 의원이 발의한 ‘수사청법’을 함께 논의해야 했다. 수사청법은 검찰에게 기소권과 영장청구 집행권을 남겨두고, 검·경이 갖게 되는 수사권을 별도의 수사청에 두도록 하는 것이다.

검경소위원장인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오신환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이 낸 수사청법과 형사소송법은 논의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간단한 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합의의 진척을 묻는 질문에 “소위 위원 9명 중 7명이 합의를 했다고 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개혁 아이콘
그의 앞날은?

그나마 합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수사권 조정과 달리 공수처 설치는 요원한 모양새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를 ‘옥상옥’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감반법과 상설특검법이 제정돼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한국당은 공수처를 설치할 경우 공수처장의 임명권을 요구하고 있다.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은 “특감반은 수사권도 없고 감찰 범위는 대통령의 특수 관계로 제한돼있다”며 “청와대 산하 기구인 점도 문제가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상설 특검에 대해선 “특검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진행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할 수 없다”며 “특검은 사후약방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대안으로 상설특검이 아닌 상임특검제를 주장했다. 그는 “상설특검을 하게 되면 특검이 정치적 ‘딜용’으로 쓰인다”며 현행 특검제의 부작용도 꼬집었다.

여야 간 특검 수용에 따른 법안 및 예산안 통과와 같은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백 의원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공수처를 반대하는 한국당을 향해 “공수처 설치는 오늘날과 같은 특감반 사태 등을 객관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 직접수사의 상당 부분이 공수처로 가기 때문에 편향적 정치수사 논란이 오히려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이 언급한 사개특위 산하에는 검경소위와 함께 법원·법조개혁소위도 있다. 해당 소위는 법원행정처 개혁을 논의 중이다. 조 수석은 “법원행정처 폐지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수석의 개혁 의지는 검찰과 함께 사법부까지 미치고 있다.

검찰부터 사법부까지 임무 막중 
야당 연일 공세…과제 첩첩산중

법원행정처 개혁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 농단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재판 거래, 판사 사찰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가 쟁점이다.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행동대장’ 역할을 수행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법부 개혁을 공표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그 대신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입법의견 형태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사개특위에 제출했다.

다만 내부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사법 농단 의혹 추가조사위원회는 당시 김소영 전 법원행정 처장에게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사퇴한 임종헌 전 처장의 PC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이를 거부했고, 처장 직에서 물러났다. 임명 6개월 만의 일이었다.
 

김 전 처장 이후 임명된 안철상 전 처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안 전 처장은 건강문제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을 피하기 어려웠다.

안 전 처장은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김 대법원장과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안 전 처장은 지난해 11월 “아무리 환부를 많이 찾는다고 해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치했다.

안 전 처장은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명 11개월 만의 일이었다.  

수사권 조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공수처 설치와 법원행정처 개혁은 다소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과 유임, 그리고 SNS 호소 이후 야당의 공세는 한층 강화됐다. 

한국당은 조 수석을 연일 정조준하고 있다.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 윤곽이 드러나던 지난 7일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무소불위의 통제 불능 청와대를 만든 장본인인 조국 민정수석은 유임될 것으로 전해져 국민과 공직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다”며 “조국 민정수석 등에 대한 경질이 없다면 이 정권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조 수석을 둘러싼 청와대 특감반 논란에 대한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범진보진영 중 하나로 꼽히던 평화당이 특검을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조 수석은 운영위에 출석해 판정승을 거뒀지만 비판은 오히려 거세지는 형국이다.

향후 조 수석의 사법개혁 동력이 힘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최악의 경우 국회 차원서 사법개혁을 논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조 수석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개혁 논의는 정쟁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극복? 무산?
가시밭길

이 경우 지난해 11월 초 출범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서 “여당서 통과시켰으면 하는 아젠다는 검경수사분리법, 공수처법 등인데 한국당이 받기 어려운 여러 사정들이 있다”며 “야당에서는 김태우 특검·국정조사, 신재민 사건 청문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1월에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열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에 힘 실어준 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개혁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조 수석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생활 속 적폐 근절을 이야기하면서 “권력기관 개혁도 이제 제도화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며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도록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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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