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말 3초’ 한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꼬리에 꼬리,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기해년을 맞아 정치권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정계개편’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혁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을 관통할 전망이다. 야권 외에도 자유한국당 역시 순위에 들어서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차여차 치열한 정치셈법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다.’‘ 새판을 짜겠다’는 야당의 신년사는 결연했다. 정계개편을 목전에 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이구동성으로 ‘생존’을 강조했다. 양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앞에서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단초를 제공한 건 지난 6·13지방선거였다. 바미당과 평화당으로선 국민에게 받는 첫 번째 평가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6월 지선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양당의 존립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양당 존립
회의적 시각

지난해 6월 지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은 전당대회를 실시, 재정비에 나섰다. 전대 결과에 따라 양당은 각각 손학규·정동영 체제로 들어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정의당과 연대해 ‘선거제 개혁 연대’를 구축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당력을 총동원했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손 대표는 단식에 돌입했고, 정 대표는 천막농성으로 힘을 보탰다. 

새로운 선거제도는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원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소수정당의 의석수 확보에 유리한 제도다. 정당의 생존이 의석수와 직결되는 만큼 선거제 개혁은 이들의 생존과 맥을 같이한다. 야3당은 진통 끝에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서 바미당 이학재 의원의 탈당은 결정적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8일 바미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후 바미당의 ‘지방선거 영입 1호’였던 신용한 전 바미당 충북도지사 후보와 ‘우수인재 영입 1호’ 박종진 전 바미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이 연이어 탈당을 선언했다.  


무소속 의원들의 민주당 입당 선언도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28일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은 민주당 입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과 손 의원은 평화당의 전신인 국민의당 출신이다. 평화당은 두 의원의 입당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평화당은 “유권자의 뜻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탈당과 복당, 그리고 입당은 바미당과 평화당이 추구하던 선거제 개편의 동력을 상실케 했고, 반대로 정계개편에 힘을 실어줬다.

신년부터 정계개편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바미당과 평화당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바미당 손 대표는 지난 1일 단배식서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타파하고, 민심 그대로의 민주주의로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선거제 지지부진…정계개편 성큼성큼
 복잡해진 셈법, 주판 두들기는 야권 

평화당 민영삼 최고위원은 같은 날 단배식을 통해 “2019년은 우리 평화당이 죽느냐, 사느냐, 존립하느냐, 확대 발전하느냐 하는 기로의 해라고 생각한다”며 “똘똘 뭉쳐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선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은 기대를 걸기 어렵다”며 “결국 두 정당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도 남아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계개편의 시동은 2월 말과 3월 초 사이인 ‘2말 3초’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말 3초는 한국당의 전대 일정서 비롯됐다. 한국당은 다음달 27일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한국당의 전대와 정계개편이 연동되는 까닭은 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따라 정계개편의 향배가 잠정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차기 당 대표는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경쟁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현재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체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한국당에 잔존 중인 계파 청산을 외쳤다.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다만 그 칼날은 무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친박계는 지난달 11일에 실시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친박계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며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김 비대위원장의 인적쇄신에 대해 “의원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의 대여투쟁력이 많이 약화될까 걱정”이라며 비대위 체제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친박이냐
비박이냐

친박계의 존재감이 과시된 셈이다. 한국당 전대서도 친박계의 입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당 전대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바미당 의원들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보수개혁을 외치며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바미당의 전신)을 창당한 의원들을 곱게 보지 않는다. 친박계는 이들을 향해 ‘당에 침 뱉고 나갔던 사람’이라며 공공연하게 비판했다. 

현재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으로 모두 8명이다. 친박계의 한국당 당권 확보는 이들의 운신에 제한을 걸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바미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은 친박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반대로 비박계가 당권을 꿰찰 경우 이들 8인의 움직임은 다소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보수개혁을 외친 유 전 대표가 ‘정치적 명분’ 없이 단순히 한국당 복당을 선택하긴 어렵다. 한편 바미당은 바른정당 출신 이혜훈 의원을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내정해 임명 절차를 밟게 했다. 이를 두고 정계개편 이후 거취에 빗장을 걸기 위한 손 대표의 포석이란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에선 신당 창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친박계는 차기 당권에 실패할 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언급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6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신당의 실체가 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지 당 안으로 끌어들여서 하나가 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당선된 이튿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선 “나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탈당의 원인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친박의 탈당은 없을 것”이라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평화당의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행이 가시화된다면 평화당은 ‘어게인 국민의당’을 바라볼 수 있다. 당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반대했던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열서 이탈, 평화당을 창당했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으로 평화당과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연대에 힘이 실린다는 해석이다.

바른정당
국민의당


변수는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어게인 국민의당이 제기되는 까닭은 안 전 대표가 현재 정치권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평화당 창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대한 결과다. 평화당 입장서 안 전 대표는 ‘당을 깬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지선 당시 서울시장 선거서 패배한 뒤 바미당 선거 참패를 책임지면서 당 공동대표직서 물러났다.

안 전 대표가 물러난 상황은 평화당과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겐 정계개편의 적기로 여겨진다. 반대로 안 전 대표의 복귀는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변수는 평화당 내 의원들의 탈당이다. 평화당 김경진·이용주 의원은 탈당 여부를 내비춰 한 차례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와 양당 체제로의 회귀가 정계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도 이에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정치적 성향상 민주당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당 활로는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어느 정도 열어뒀다.
 

▲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결국 한국당 비박계의 당권 장악이 바미당 내 바른정당 의원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나아가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평화당 의원들 간 교집합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란 해석이다. 친박계의 신당 창당도 관전 포인트다. 반대로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거취 반경이 줄어드는 만큼 어게인 국민의당의 실현은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정계개편은 한국당 전대 이후인 2말 3초 외에도 4월에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오는 4월3일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일을 기준으로 이미 2곳이 확정됐다.


전대 언제쯤?…틈 노리는 바미·평화 
‘2+α’ 4월 재보선 민심 현주소 촉각

선거 지역은 향후 7곳 정도 더 추가될 수 있다. 선거 지역의 추가로 4·3 재보선은 ‘미니 총선’으로 격상될 공산이 크다. 4·3재보선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지는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로 민심의 향방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확정된 두 지역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경남 통영·고성이다. 창원시 성산구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지난해 7월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성산구는 일찌감치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됐다. 통영·고성은 한국당 이군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 의원은 대법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의원은 보좌진 급여를 빼돌려 직원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4월 재보선에 추가될 기로에 있는 지역구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북 칠곡·고령·성주, 경기 용인시갑, 경북 경산, 인천 미추홀갑,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이다. 순서대로 한국당 엄용수·이완영·이우현·최경환·홍일표·황영철 의원의 지역구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전남 순천도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1심 등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엄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칠곡·고령·성주의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1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854만원을 선고받았다. 경기 용인시갑의 이 의원도 지난해 7월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7년, 벌금 1억6000만원, 추징금 6억8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경산의 최 의원은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1심서 징역 5년,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인천 미추홀갑의 홍 의원은 지난해 8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1심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19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의 황 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2억8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순천의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3재보선
민심 풍향계

4월 재보선 결과에 각 정당은 촉각을 곤두세울 공산이 크다. 지난해 6월 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타 정당들에 비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바 있다. 선거 결과가 6월과 같을 것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결과에 따라 각 당의 입지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3재보선은 정계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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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