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말 3초’ 한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꼬리에 꼬리,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기해년을 맞아 정치권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정계개편’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혁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을 관통할 전망이다. 야권 외에도 자유한국당 역시 순위에 들어서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차여차 치열한 정치셈법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다.’‘ 새판을 짜겠다’는 야당의 신년사는 결연했다. 정계개편을 목전에 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이구동성으로 ‘생존’을 강조했다. 양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앞에서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단초를 제공한 건 지난 6·13지방선거였다. 바미당과 평화당으로선 국민에게 받는 첫 번째 평가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6월 지선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양당의 존립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양당 존립
회의적 시각

지난해 6월 지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은 전당대회를 실시, 재정비에 나섰다. 전대 결과에 따라 양당은 각각 손학규·정동영 체제로 들어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정의당과 연대해 ‘선거제 개혁 연대’를 구축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당력을 총동원했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손 대표는 단식에 돌입했고, 정 대표는 천막농성으로 힘을 보탰다. 

새로운 선거제도는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원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소수정당의 의석수 확보에 유리한 제도다. 정당의 생존이 의석수와 직결되는 만큼 선거제 개혁은 이들의 생존과 맥을 같이한다. 야3당은 진통 끝에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서 바미당 이학재 의원의 탈당은 결정적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8일 바미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후 바미당의 ‘지방선거 영입 1호’였던 신용한 전 바미당 충북도지사 후보와 ‘우수인재 영입 1호’ 박종진 전 바미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이 연이어 탈당을 선언했다.  


무소속 의원들의 민주당 입당 선언도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28일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은 민주당 입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과 손 의원은 평화당의 전신인 국민의당 출신이다. 평화당은 두 의원의 입당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평화당은 “유권자의 뜻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탈당과 복당, 그리고 입당은 바미당과 평화당이 추구하던 선거제 개편의 동력을 상실케 했고, 반대로 정계개편에 힘을 실어줬다.

신년부터 정계개편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바미당과 평화당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바미당 손 대표는 지난 1일 단배식서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타파하고, 민심 그대로의 민주주의로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선거제 지지부진…정계개편 성큼성큼
 복잡해진 셈법, 주판 두들기는 야권 

평화당 민영삼 최고위원은 같은 날 단배식을 통해 “2019년은 우리 평화당이 죽느냐, 사느냐, 존립하느냐, 확대 발전하느냐 하는 기로의 해라고 생각한다”며 “똘똘 뭉쳐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선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은 기대를 걸기 어렵다”며 “결국 두 정당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도 남아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계개편의 시동은 2월 말과 3월 초 사이인 ‘2말 3초’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말 3초는 한국당의 전대 일정서 비롯됐다. 한국당은 다음달 27일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한국당의 전대와 정계개편이 연동되는 까닭은 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따라 정계개편의 향배가 잠정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차기 당 대표는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경쟁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현재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체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한국당에 잔존 중인 계파 청산을 외쳤다.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다만 그 칼날은 무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친박계는 지난달 11일에 실시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친박계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며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김 비대위원장의 인적쇄신에 대해 “의원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의 대여투쟁력이 많이 약화될까 걱정”이라며 비대위 체제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친박이냐
비박이냐

친박계의 존재감이 과시된 셈이다. 한국당 전대서도 친박계의 입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당 전대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바미당 의원들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보수개혁을 외치며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바미당의 전신)을 창당한 의원들을 곱게 보지 않는다. 친박계는 이들을 향해 ‘당에 침 뱉고 나갔던 사람’이라며 공공연하게 비판했다. 

현재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으로 모두 8명이다. 친박계의 한국당 당권 확보는 이들의 운신에 제한을 걸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바미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은 친박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반대로 비박계가 당권을 꿰찰 경우 이들 8인의 움직임은 다소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보수개혁을 외친 유 전 대표가 ‘정치적 명분’ 없이 단순히 한국당 복당을 선택하긴 어렵다. 한편 바미당은 바른정당 출신 이혜훈 의원을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내정해 임명 절차를 밟게 했다. 이를 두고 정계개편 이후 거취에 빗장을 걸기 위한 손 대표의 포석이란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에선 신당 창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친박계는 차기 당권에 실패할 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언급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6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신당의 실체가 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지 당 안으로 끌어들여서 하나가 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당선된 이튿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선 “나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탈당의 원인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친박의 탈당은 없을 것”이라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평화당의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행이 가시화된다면 평화당은 ‘어게인 국민의당’을 바라볼 수 있다. 당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반대했던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열서 이탈, 평화당을 창당했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으로 평화당과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연대에 힘이 실린다는 해석이다.

바른정당
국민의당


변수는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어게인 국민의당이 제기되는 까닭은 안 전 대표가 현재 정치권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평화당 창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대한 결과다. 평화당 입장서 안 전 대표는 ‘당을 깬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지선 당시 서울시장 선거서 패배한 뒤 바미당 선거 참패를 책임지면서 당 공동대표직서 물러났다.

안 전 대표가 물러난 상황은 평화당과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겐 정계개편의 적기로 여겨진다. 반대로 안 전 대표의 복귀는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변수는 평화당 내 의원들의 탈당이다. 평화당 김경진·이용주 의원은 탈당 여부를 내비춰 한 차례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와 양당 체제로의 회귀가 정계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도 이에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정치적 성향상 민주당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당 활로는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어느 정도 열어뒀다.
 

▲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결국 한국당 비박계의 당권 장악이 바미당 내 바른정당 의원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나아가 바미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평화당 의원들 간 교집합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란 해석이다. 친박계의 신당 창당도 관전 포인트다. 반대로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거취 반경이 줄어드는 만큼 어게인 국민의당의 실현은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정계개편은 한국당 전대 이후인 2말 3초 외에도 4월에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오는 4월3일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일을 기준으로 이미 2곳이 확정됐다.


전대 언제쯤?…틈 노리는 바미·평화 
‘2+α’ 4월 재보선 민심 현주소 촉각

선거 지역은 향후 7곳 정도 더 추가될 수 있다. 선거 지역의 추가로 4·3 재보선은 ‘미니 총선’으로 격상될 공산이 크다. 4·3재보선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지는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로 민심의 향방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확정된 두 지역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경남 통영·고성이다. 창원시 성산구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지난해 7월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성산구는 일찌감치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됐다. 통영·고성은 한국당 이군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 의원은 대법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의원은 보좌진 급여를 빼돌려 직원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4월 재보선에 추가될 기로에 있는 지역구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북 칠곡·고령·성주, 경기 용인시갑, 경북 경산, 인천 미추홀갑,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이다. 순서대로 한국당 엄용수·이완영·이우현·최경환·홍일표·황영철 의원의 지역구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전남 순천도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1심 등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엄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칠곡·고령·성주의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1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854만원을 선고받았다. 경기 용인시갑의 이 의원도 지난해 7월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7년, 벌금 1억6000만원, 추징금 6억8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 경산의 최 의원은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1심서 징역 5년,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인천 미추홀갑의 홍 의원은 지난해 8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1심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19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의 황 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2억8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순천의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3재보선
민심 풍향계

4월 재보선 결과에 각 정당은 촉각을 곤두세울 공산이 크다. 지난해 6월 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타 정당들에 비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바 있다. 선거 결과가 6월과 같을 것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결과에 따라 각 당의 입지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3재보선은 정계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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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