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줌인> 첫 상업영화 도전 고현정

“마흔 두 살치곤 드물게 해맑죠?”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매번 노 개런티로 저예산 영화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고현정이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미쓰GO>로 본격 상업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녀는 극 중에서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촌스러운 패션의 '천수로'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와 러닝타임 내내 흠잡을 데 없는 민낯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상업영화. 극중 마흔 두 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유난히 밝고 해맑았던 스크린 속 고현정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올해로 마흔 두 살, 연기 잘한다고 공공연히 인정받는 베테랑 연기의 소유자인 배우 고현정이 본격 상업영화 <미쓰GO>로 관객들 앞에 섰다. 그녀는 지금까지 맡아왔던 당차고 기 센(?) 캐릭터와는 정 반대로 심각한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여린 여성 '천수로' 역을 맡아 나름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새로운 연기변신

그녀는 "지금까지 주로 기가 드센 역할만 했다. <선덕여왕>에서는 욕망에 사로잡힌 여인 미실을 연기했고, <대물>에서는 첫 여성대통령을 연기했다. 언제쯤 또 이런 연약하고 보송보송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며 안 해본 역에 대해 단단히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접한 소극적이고 가녀린 역할이 자칫 대중에게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갖고 있었다.

"결혼 후 아이까지 낳은 내게 사람들이 어른처럼 대해줬다. 정작 내 자신은 서툴고 미숙한 부분이 많아서 불안했는데 다른 이들은 나를 강한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한 척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80도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내 안의 소심함을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영화 <미쓰GO>는 촌스러운 패션을 고수하고 소심한 성격의 순정만화가 천수로가 500억 가량의 마약거래를 둘러싼 검은 암투에 휘말리며 대범한 범죄의 여왕으로 다시 태어난다. 극 중 고현정은 총 다섯 남자를 만나면서 소심녀에서 대범녀로, 즉 새로운 인물로 변해가는 데 이 또한 흥미롭다. 옴므파탈과 순정남을 오가는 빨간구두 역의 유해진, 수상한 경찰 성동일,  말더듬이 형사 고창석, 카리스마 조직 갑부역의 박신양, 정신과 의사 이원종 등 모두가 그녀를 돕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영화 <미쓰GO>서 연달아 이어지는 이미지 변신
“흥행에 부담 크지만 스크린서도 인정받고 싶다”

고현정은 <미쓰GO>를 찍으면서 첫 상업영화인 만큼 우여곡절도 꽤 있었다. 극중 천수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그녀는 천수로처럼 대인기피증도 없고 물론 공황장애도 앓고 있지 않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과장되게 표현하면 실제로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나 편견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으로 인해 남 몰래 마음고생이 심했다.

"첫 상업영화라서 상영되는 게 내겐 책임감 중 일부였고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원래 나는 보스기질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 8개월 동안 고생한 스태프들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고 싶었다"며 당시의 힘들었던 심경을 전했다.

고현정에게 <미쓰GO>는 연기변신의 척도이자 마음 한 구석이 쓰라린 작품이었다.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만 맡아오다가 시나리오를 접한 후 연약한 모습과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려 한 노력의 흔적을 나타냈다. 

트라우마 극복

"해운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아이들과 함께였다. 다시는 그 바다를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 바다 앞을 걷고 있었다. 그 후 조금씩 트라우마가 깨지는 것 같았다"며 부산에서의 촬영기간 동안 한층 성숙해진 자신을 보여줬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의 제 연기는 아마도 '디즈니랜드 연기'가 아닐까 싶다. 제 나이 올해로 마흔 둘이지만 꽤 밝고 해맑게 나왔다"며 이번 연기변신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첫 상업영화 <미쓰GO>로 고현정이 스크린에서도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해맑고 당찬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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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