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벤처계 신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26 16: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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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NC소프트 내려놓은 까닭 "제2의 도약 준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흔히 우리나라에서 부자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런데 이 회장조차 부러워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NC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다. 이 회장은 한 사적인 모임에서 “삼성전자가 NC소프트와 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설비투자와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NC는 고작 3000여명의 인원으로 특별한 설비나 원자재 투입도 없이 고수익을 낸다”며 부러워했다는 소문이다. 물론 사적인 모임에서의 발언이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는 대목이다. 맨손으로 시작해 1조원대 부자에 등극한 김택진 대표. 어느새 그는 우리 사회의 신화적 인물이 되어 있었다.

최근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갑작스런 지분 매각으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8000억원이 넘는 여유자금을 손에 쥐게 되면서 모바일 사업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했다는 설, 부동산 사업을 시작한다는 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진출한다는 설, 야구단 운영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설 등 각종 소문에 시달려야만 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공부에만 몰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택진 대표는 지난 11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며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글로벌 게임시장 공략을 위해 넥슨과 힘을 합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보다 낮은 매각 가격과 신작출시를 앞둔 이해할 수 없는 매각 시기,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면서까지 주식을 팔아야 했던 이유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진행된 게임사 간 M&A 중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매각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도 갖가지 설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간에서는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김택진이란 인물 자체에 대한 호기심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지금은 1조원대 부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김 대표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무척 가난했다. 1967년 서울 태생인 그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던 중 부도를 내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빚쟁이들에게 얼마나 심하게 빚독촉을 당했던지 김 대표의 아버지는 한동안 가출까지 했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의 아버지는 빚쟁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꼭 갚을 테니 그때까지 자신을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후 그의 아버지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악착같이 양말과 옷 등을 팔아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갈 수 있었다.
그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김 대표는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더욱 공부에 몰두하며 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학과 과학을 유난히 좋아했던 김 대표는 중학교 시절에 이미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까지 마스터한 후 취미를 기계로 돌리게 됐다. 고등학생이 된 김 대표는 우연히 애플사에서 제작한 개인용 컴퓨터를 보게 된다. 컴퓨터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김 대표는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전자공학에 눈을 돌린다.

1985년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교인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김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컴퓨터라는 기계의 원리를 마스터하고 싶은 마음에 당시 컴퓨터의 메카였던 종로 세운상가를 찾았다. 그는 스무 살 때 그곳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컴퓨터에 관련된 소식과 외국서적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미 학점을 위한 전공 공부보단 자신의 지적욕구를 풀어주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컴퓨터를 공부하다보니 컴퓨터가 달라 보였다.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고 컴퓨터가 켜지는 과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으로 파워버튼을 누를 때 메모리에 데이터가 저장되고 CPU가 데이터를 처리해 그래픽카드로 보내고 이를 모니터 화면으로 표시하는 모든 부팅 과정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난한 어린시절 이겨내고 맨손으로 1조원대 부자 등극
아래아한글 공동개발 등 천재적 행보…IT업계 판도 바꿔

김 대표는 대학 시절 '컴퓨터연구회'라는 컴퓨터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들은 아마추어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통신 기반의 전자 게시판 버들골 BBS를 만들어 낼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김 대표가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학교 기계공학과에 다니던 이찬진이 워드프로세서 개발 참여를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워드프로세서가 바로 '아래아한글'이다. 아래아한글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효시로 불릴 만큼 사회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래아한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설립한 회사가 바로 '한글과컴퓨터'다. 이같은 업적을 바탕으로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연구회 동아리 회원들은 한글과컴퓨터사의 중역으로 스카우트 됐지만 김 대표는 이찬진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했다. 당시 김 대표의 꿈은 공과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려던 김 대표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현대전자 미국연구소에서의 스카우트 제의였다. 당시 김 대표는 병역이 미필인 상태였는데 현대전자가 제시한 혜택에는 병역특례가 있었다. 컴퓨터 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 병역특례를 받으며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런 뛰어난 능력으로 그는 병역특례요원 신분임에도 매년 승진을 거듭해 팀장 자리까지 단기간에 오르게 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김택진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젊은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내부에서 김택진이 개발한 아미넷을 두고 분열이 일어났다. 이러한 싸움에 염증을 느낀 김택진은 현대전자를 퇴사하고 1997년 3월 NC소프트를 창업하게 된다.

NC소프트 창업
찬사와 비판의 공존

NC소프트는 Next Company의 약자다. NC소프트는 창업 첫 해부터 자체개발한 컴퓨터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소위 대박을 쳤다. 리니지는 출시되자마자 MMORPG(다중접속 온라인게임)시장을 선도했다. 현재까지 누적회원만 1000만 명에 달한다. 리니지의 성공은 곧 전국적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 PC방 보급의 확대, 정부의 IT 육성정책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NC소프트 게임의 심각한 중독성 때문에 '게임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을 하느라 학교, 직장 등에 가지 않거나 심지어는 며칠동안 게임을 하다 과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수백만원을 부모 몰래 결제하거나, 게임 내 사기 등으로 순식간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이러한 부작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김 대표에 대해 '합법적인 마약상'이라는 비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이미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비단 게임폐인이라는 집단이 생겨난 것이 NC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NC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사실이다. 또 NC는 게임중독의 문제점 등이 제기된 이후에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수익창출에 더욱 매진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늘 이러한 비판에 시달려 왔기 때문인지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프로야구 제9구단 NC다이노스의 창단을 신청하면서도 창단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빚을 갚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우리(NC소프트)가 젊은이들을 골방에 가둬놨다. 골방에 있던 젊은이들이 탁 트인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호연지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서 프로야구단을 꼭 창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화려한 성공 이면엔 '합법적 마약상' 비판도
NC다이노스 창단 "청소년들에게 빚 갚겠다"

김 대표의 이러한 사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젊은이들을 골방에 가둬두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NC의 위선일 뿐"이라며 폄하했다.

한편 김 대표의 야구사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본 스포츠 만화 <거인의 별>을 보고 주인공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전봇대에 폐타이어를 매달아놓고 방망이질을 해가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투수가 우상이었던 김 대표는 야구단을 통해 게임산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가 NC다이노스에 쏟고 있는 애정은 각별하다. 전지훈련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매스컴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부인 윤송이 박사와 함께 NC야구단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에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부인인 윤 박사는 무척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 과학고를 조기졸업(2년)하고 한국과기대(KAIST)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3년6개월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 한다. 당시 만24세로 한국인 최연소 MIT박사 기록이었다. 미국컴퓨터공학협회(ACM)가 매년 전세계에서 단 한 명에게 주는 최우수학생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28세의 나이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최연소 상무로 진급하며 ‘천재소녀’로 불렸다. 김 대표와 윤 박사는 지난 2004년 3월 윤 박사가 NC소프트의 사외이사에 선임되면서부터 서로 인연을 맺게 돼 지난 2007년 결혼했다. 당시 김 대표는 재혼이었다.

유별난 야구사랑
속죄의 의미도?

최근 김 대표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정계진출설까지 나돌았던 까닭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지분매각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단순한 포석인지 아니면 또다른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그의 의중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창업자로서 지난 16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NC소프트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떠한 신화를 써내려갈지 기대된다.

 


<김택진 대표 프로필>

▲ 대일고등학교 졸
▲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
▲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중퇴
▲ 1989 아래아한글 공동개발
▲ 1989 한메소프트 창립
▲ 1991 현대전자 보스턴 파견 근무
▲ 1995 현대전자 아미넷 개발 팀장
▲ 1997 NC소프트 창립
▲ 2011 NC다이노스 구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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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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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