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SH공사 숙청 사태’ 직위해제자의 토로

30년 충성했는데 하루아침에 ‘팽’

[일요시사 취재1] 장지선 기자 =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고위급 간부들의 직위가 해제됐다. SH공사는 ‘혁신을 위한 정당한 인사조치’, 직위해제자들은 ‘인사폭거, 인사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직위해제자 A씨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21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시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사혁신 단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갑질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처장급 등 간부직원 28명을 일선서 퇴진시키는 인사 조치를 단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갑질·비리
미리 방지?

SH공사는 최근 감사원 감사 과정서 센터직원들의 갑질 및 금품수수, 자체 점검과정서 적발한 전직 직원의 보상금 편취 사건과 일부 직원들의 편법 보상 등의 비리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조직내부의 혁신 요구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부직원 28명에 대한 조치는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원장, 처장, 단장 등 관리직에 있던 간부직원들의 직위가 해제됐다. 일부 간부직원들은 경영지원본부 인재개발부로 발령났다. 28명 중 21명은 1960년생, 7명은 1961년생으로 정년이 23년 남은 직원들이 대상이 됐다.

특히 내년이면 전문위원으로 전보되면서 보직을 내놓는 1960년생 간부직원들은 연말까지 채 40일도 남지 않은 상황서 인사 조치의 칼날을 맞았다.


인사 조치 나흘 뒤인 월요일(1125) 직위해제자들은 직위해제 인사폭거 조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김세용 사장은 내부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폭압적 인사폭격을 군사작전 하듯이 단행했다이번 사태는 김 사장 본인의 경영상 무능함을 가리기 위한 면피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김 사장을 해임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1960년생 간부직원 10명은 김 사장과 인재개발처장, 인재개발부 담당자 등 3명을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김 사장 등이 SH공사 인사규정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인사 조치에
간부직원 28명 ‘충격’

SH공사 인사규정 제38(직위해제)에 따르면 사장은 형사사건으로 공소 제기된 자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소속직원에 대한 감독능력이 부족한 자 정직 이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 비위행위로 직위해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직위해제자들은 자신들이 인사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에 인사조치를 당한 28명 가운데 직위해제 요건에 해당하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SH공사 역시 지난달 26일 내놓은 해명자료서 이번 인사발령은 근무서 완전 배제하거나 급여상 불이익이 있는 조치가 아니라, 직책에서는 제외됐지만 정년 60세까지 향후 2년 동안 근무를 계속하기 때문에 인사 등 불이익을 받는 직위해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직위해제자들은 SH공사가 고령자고용법상 배치·전보·승진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조항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 김세용 SH공사 사장

SH공사는 이번 인사발령은 2019~2020년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일부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원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해당 기간이 도래하면 현 직위서 제외되고 전문위원으로 발령 조치되지만, 대상자들의 인사시기를 앞당겨 단행함으로써 조직문화 혁신을 기하고 시민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공사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위해제자 A씨는 SH공사 해명에 대해 일선서 퇴진시키는 것과 직위해제는 다르다회사 스스로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니 이렇게 해명이 꼬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취재과정서 만난 A씨는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1121일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면.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러다 오후 2시쯤 다른 부서 직원이 인사발령 소식을 알려줬다. 인사발령 문서에 ○○○직을 면함이라고 돼있는 걸 보고 직위해제를 직감했다. 잘못한 게 있는지, 인사규정서 정한 형사사건에 연루된 게 있는지 돌아봤지만 전혀 없었다.

-소식을 듣고 난 뒤 느낌을 떠올린다면.

정말 멍했다. 혼비백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그나마 28명이 한꺼번에 이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조금 줄어들었고 나름대로 의지가 됐다.

-전조는 전혀 없었는지.

인사발령(1121) 이틀 전쯤 한 직원이 연말 인사 때 1961년생 직원까지 포함해서 정리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걸 말해준 적 있다. 정년이 2년 남은 1960년생 직원들은 올해가 지나면 전문위원으로 가기로 돼있으니 그렇다쳐도, 1961년생 직원까지 인사조치하는 것은 무슨 함정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규정 없는
직위해제?

-함정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1961년생 직원의 경우 교육을 다녀오면 현업 복귀 없이 바로 전문위원으로 발령난다. 회사에서 이번 인사조치에 1961년생 직원을 포함시키면서 원래보다 공석이 늘어나게 됐다. 과거 전임 교수 출신 사장 때도 매년 조직개편을 통해 개방직을 만들면서 고위 간부자리를 외부인사로 채웠는데, 이번에도 여기서 늘어난 간부급 자리에 외부 낙하산 인사들을 앉히려는 건 아닌지 그런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장이 좀 심했다. 얼마 안 있으면 나갈 선배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등의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공포감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돼 침묵을 지키는 침울한 분위기다.

-현재 상황은 어떤지.

직위해제 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눈치도 보이고 미치겠다. ‘좌불안석이라는 말이 딱 맞다. 다른 직원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재자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묘한 감정의 갈등을 겪고 있다. 몇몇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길로 다니거나 점심시간에도 따로 식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낙하산 인사
의심 들어


-이번 인사조치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은 회사나 직원 모두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모든 부서에서 내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세밀하게 다듬는 일을 한다. 고위급 간부는 부서 단위의 사업계획 관련 작업을 총괄한다. 회사는 이런 시기에 고위급 간부를 날려버린 상황이다.

-인사발령 이후 대응이 빨랐는데.

회사의 망신주기식 인사에 우리가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용 사장이 회사의 인사규정과 고령자고용법을 어겼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짰다. 월요일(1125) ‘직위해제 인사폭거 조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인권침해, 명예훼손 혐의로 김세용 사장을 고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위원회에도 제소했다.
 

-사측 반응은 어땠는지.

월요일에 발표한 성명서를 내부 게시판에 두 차례 정도 올렸는데 모두 삭제됐다. 회사에서 검찰 고소, 인권위 제소 상황을 알고서는 학연·지연·과거 근무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화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 같다.

-1960년생 직원들은 내년이면 전문위원으로 가는데.

하루를 살아도 명예롭게 사는 게 중요하다. 인사를 대안도 없이 가볍게 처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많은 직원들이 정년을 마치고 전문위원으로 가는 때가 되면 상당히 우울해한다. ‘뒷방 노인네신세가 됐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많다. 그런데 회사는 군사작전 하듯이 기습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고소로 법정공방 예고
“정말 서운하다” 격분

-이번 사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김세용 사장이 법을 위반하면서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원상복구 해야 한다.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고, 이로 인해 후생복지가 후퇴됐다면 모자람 없이 채워줘야 한다. 또 노사합의를 통해 재발방지 약속이 담긴 합의서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는 이번 간부직원 28명의 인사발령이 징벌성 직위해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해당 간부직원의 인사기록에는 ‘2018.11.21. ○○○직을 면함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직급도 직위도 아닌 전문위원이라는 명칭이 경력증명서에 남아 재취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징벌성 기록은 이후 족쇄가 될 수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검찰 고소건이나 인권위, 노동위원회 제소건 모두 끝까지 진행할 생각이다. 회사 차원서 우리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해주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서 법적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

-김세용 사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학교서 학생을 대하는 듯한 태도로 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기업서 30년 경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학문의 이론적 무대와 기업의 현실적 무대는 다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수를 포용하고 소통하며 구성원들의 감정을 잘 읽어야 한다. 직원들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조정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잘해줬으면 한다.

“사장 역할
잘해주길”

A씨는 인터뷰 말미에 솔직히 정말 서운하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에 인사조치를 당한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29~30. A씨도 몇 년의 하위직 공무원 생활 후 30년 가까이 SH공사에서만 일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번 돈으로 부모님을 부양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사실 회사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잘못도 없는 우리에게 40일도 못 참고 비리, 갑질의 덫을 씌워 팽개친 공사에 실망감이 크다퇴사한 선배들이 회사 쪽으로 오줌도 누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30년을 일한 직원에 대한 작은 예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회사에 평생을 바쳤다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SH공사 반응은?

SH공사 측은 검찰 고소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건에 대해 조사가 들어오면 받을 것이라면서도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6일에 낸 해명자료가 SH공사의 공식입장이라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전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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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