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SH공사 숙청 사태’ 직위해제자의 토로

30년 충성했는데 하루아침에 ‘팽’

[일요시사 취재1] 장지선 기자 =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고위급 간부들의 직위가 해제됐다. SH공사는 ‘혁신을 위한 정당한 인사조치’, 직위해제자들은 ‘인사폭거, 인사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직위해제자 A씨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21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시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사혁신 단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갑질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처장급 등 간부직원 28명을 일선서 퇴진시키는 인사 조치를 단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갑질·비리
미리 방지?

SH공사는 최근 감사원 감사 과정서 센터직원들의 갑질 및 금품수수, 자체 점검과정서 적발한 전직 직원의 보상금 편취 사건과 일부 직원들의 편법 보상 등의 비리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조직내부의 혁신 요구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부직원 28명에 대한 조치는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원장, 처장, 단장 등 관리직에 있던 간부직원들의 직위가 해제됐다. 일부 간부직원들은 경영지원본부 인재개발부로 발령났다. 28명 중 21명은 1960년생, 7명은 1961년생으로 정년이 23년 남은 직원들이 대상이 됐다.

특히 내년이면 전문위원으로 전보되면서 보직을 내놓는 1960년생 간부직원들은 연말까지 채 40일도 남지 않은 상황서 인사 조치의 칼날을 맞았다.


인사 조치 나흘 뒤인 월요일(1125) 직위해제자들은 직위해제 인사폭거 조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김세용 사장은 내부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폭압적 인사폭격을 군사작전 하듯이 단행했다이번 사태는 김 사장 본인의 경영상 무능함을 가리기 위한 면피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김 사장을 해임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1960년생 간부직원 10명은 김 사장과 인재개발처장, 인재개발부 담당자 등 3명을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김 사장 등이 SH공사 인사규정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인사 조치에
간부직원 28명 ‘충격’

SH공사 인사규정 제38(직위해제)에 따르면 사장은 형사사건으로 공소 제기된 자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소속직원에 대한 감독능력이 부족한 자 정직 이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 비위행위로 직위해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직위해제자들은 자신들이 인사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에 인사조치를 당한 28명 가운데 직위해제 요건에 해당하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SH공사 역시 지난달 26일 내놓은 해명자료서 이번 인사발령은 근무서 완전 배제하거나 급여상 불이익이 있는 조치가 아니라, 직책에서는 제외됐지만 정년 60세까지 향후 2년 동안 근무를 계속하기 때문에 인사 등 불이익을 받는 직위해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직위해제자들은 SH공사가 고령자고용법상 배치·전보·승진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조항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 김세용 SH공사 사장

SH공사는 이번 인사발령은 2019~2020년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일부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원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해당 기간이 도래하면 현 직위서 제외되고 전문위원으로 발령 조치되지만, 대상자들의 인사시기를 앞당겨 단행함으로써 조직문화 혁신을 기하고 시민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공사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위해제자 A씨는 SH공사 해명에 대해 일선서 퇴진시키는 것과 직위해제는 다르다회사 스스로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니 이렇게 해명이 꼬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취재과정서 만난 A씨는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1121일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면.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러다 오후 2시쯤 다른 부서 직원이 인사발령 소식을 알려줬다. 인사발령 문서에 ○○○직을 면함이라고 돼있는 걸 보고 직위해제를 직감했다. 잘못한 게 있는지, 인사규정서 정한 형사사건에 연루된 게 있는지 돌아봤지만 전혀 없었다.

-소식을 듣고 난 뒤 느낌을 떠올린다면.

정말 멍했다. 혼비백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그나마 28명이 한꺼번에 이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조금 줄어들었고 나름대로 의지가 됐다.

-전조는 전혀 없었는지.

인사발령(1121) 이틀 전쯤 한 직원이 연말 인사 때 1961년생 직원까지 포함해서 정리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걸 말해준 적 있다. 정년이 2년 남은 1960년생 직원들은 올해가 지나면 전문위원으로 가기로 돼있으니 그렇다쳐도, 1961년생 직원까지 인사조치하는 것은 무슨 함정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규정 없는
직위해제?

-함정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1961년생 직원의 경우 교육을 다녀오면 현업 복귀 없이 바로 전문위원으로 발령난다. 회사에서 이번 인사조치에 1961년생 직원을 포함시키면서 원래보다 공석이 늘어나게 됐다. 과거 전임 교수 출신 사장 때도 매년 조직개편을 통해 개방직을 만들면서 고위 간부자리를 외부인사로 채웠는데, 이번에도 여기서 늘어난 간부급 자리에 외부 낙하산 인사들을 앉히려는 건 아닌지 그런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장이 좀 심했다. 얼마 안 있으면 나갈 선배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등의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공포감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돼 침묵을 지키는 침울한 분위기다.

-현재 상황은 어떤지.

직위해제 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눈치도 보이고 미치겠다. ‘좌불안석이라는 말이 딱 맞다. 다른 직원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재자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묘한 감정의 갈등을 겪고 있다. 몇몇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길로 다니거나 점심시간에도 따로 식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낙하산 인사
의심 들어


-이번 인사조치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은 회사나 직원 모두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모든 부서에서 내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세밀하게 다듬는 일을 한다. 고위급 간부는 부서 단위의 사업계획 관련 작업을 총괄한다. 회사는 이런 시기에 고위급 간부를 날려버린 상황이다.

-인사발령 이후 대응이 빨랐는데.

회사의 망신주기식 인사에 우리가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용 사장이 회사의 인사규정과 고령자고용법을 어겼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짰다. 월요일(1125) ‘직위해제 인사폭거 조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인권침해, 명예훼손 혐의로 김세용 사장을 고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위원회에도 제소했다.
 

-사측 반응은 어땠는지.

월요일에 발표한 성명서를 내부 게시판에 두 차례 정도 올렸는데 모두 삭제됐다. 회사에서 검찰 고소, 인권위 제소 상황을 알고서는 학연·지연·과거 근무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화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 같다.

-1960년생 직원들은 내년이면 전문위원으로 가는데.

하루를 살아도 명예롭게 사는 게 중요하다. 인사를 대안도 없이 가볍게 처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많은 직원들이 정년을 마치고 전문위원으로 가는 때가 되면 상당히 우울해한다. ‘뒷방 노인네신세가 됐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많다. 그런데 회사는 군사작전 하듯이 기습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고소로 법정공방 예고
“정말 서운하다” 격분

-이번 사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김세용 사장이 법을 위반하면서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원상복구 해야 한다.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고, 이로 인해 후생복지가 후퇴됐다면 모자람 없이 채워줘야 한다. 또 노사합의를 통해 재발방지 약속이 담긴 합의서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는 이번 간부직원 28명의 인사발령이 징벌성 직위해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해당 간부직원의 인사기록에는 ‘2018.11.21. ○○○직을 면함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직급도 직위도 아닌 전문위원이라는 명칭이 경력증명서에 남아 재취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징벌성 기록은 이후 족쇄가 될 수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검찰 고소건이나 인권위, 노동위원회 제소건 모두 끝까지 진행할 생각이다. 회사 차원서 우리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해주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서 법적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

-김세용 사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학교서 학생을 대하는 듯한 태도로 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기업서 30년 경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학문의 이론적 무대와 기업의 현실적 무대는 다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수를 포용하고 소통하며 구성원들의 감정을 잘 읽어야 한다. 직원들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조정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잘해줬으면 한다.

“사장 역할
잘해주길”

A씨는 인터뷰 말미에 솔직히 정말 서운하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에 인사조치를 당한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29~30. A씨도 몇 년의 하위직 공무원 생활 후 30년 가까이 SH공사에서만 일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번 돈으로 부모님을 부양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사실 회사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잘못도 없는 우리에게 40일도 못 참고 비리, 갑질의 덫을 씌워 팽개친 공사에 실망감이 크다퇴사한 선배들이 회사 쪽으로 오줌도 누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30년을 일한 직원에 대한 작은 예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회사에 평생을 바쳤다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SH공사 반응은?

SH공사 측은 검찰 고소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건에 대해 조사가 들어오면 받을 것이라면서도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6일에 낸 해명자료가 SH공사의 공식입장이라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전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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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