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위험한 거래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0 09:48:58
  • 호수 1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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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도우려…잘못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삼성 다음 가는 성역으로 불린다. 그런데 김앤장이 설립 이례 최초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 김앤장 법률사무소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앤장을 지난달 12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한모 변호사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무실이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외교부의 가교 역할을 했던 곽 전 비서관 혐의는 지난 9월 소환 당시부터 드러났지만 한 변호사가 수사 대상이란 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와
가교 역할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는 두 살 터울로 서울대 법대 동문에 1994년 법원행정처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관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직 시절인 2012년 한 변호사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2015년 5월∼2016년 10월 최소 세 차례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을 ‘비밀 접촉’이라고 표현했다. 이 만남서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에게 ‘청와대·외교부와 김앤장의 의중대로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와 일제 전범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 변호사는 당시 수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김앤장 내 송무 파트를 이끌며 소송 논의 과정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법조계 연구 모임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소속이다. 김앤장은 징용 소송서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 측 변호를 맡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강제 징용 소송 처리에 대한 사법부 수뇌부의 의중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당시 행정처 차장)이 한 변호사에게 사전에 언급한 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양승태, 재판 상황 알려줬나
변호사 독대 등 부적절 만남

나아가 한 변호사와 접촉한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요청서’라는 김앤장 측 문서에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지침을 언급하라고 첨삭해주고, ‘요청서’를 ‘촉구서’로 바꾸도록 감수를 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작성된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는 2016년 10월6일 대법원에 제출됐다.

지난달 공개된 임 전 처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법원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도 소속된 김앤장을 통해 정부에 유리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의견서를 외교부가 빨리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은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재판 계획을 김앤장이 공유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처장에게서 ‘청와대·외교부·대법원’ 3자간의 소송 관련 진행 계획을 수시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소송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대법원은 의견서 내용을 참작해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3자 간 합의돼있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강제징용 소송을 전합에 넘기기를 바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기존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합 회부와 그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논의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곽 전 비서관도 2015년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판결을 고의로 늦추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판사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다.

3차례 이상
비밀 회동

검찰은 앞서 곽 전 비서관의 김앤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그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곽 전 비서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관련해 실무회의 등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더불어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한일청구권 협정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빼내 김앤장에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헌재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법소원 관련 기밀을 넘겨 받아 김앤장에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김앤장과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일본에 대한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김용헌 당시 헌재 사무처장은 2015년 9월 헌재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질의를 받고 “금년 말까지 마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헌재에 파견 나가있던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법소원 사건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헌재 연구관 보고서 등을 10여차례에 걸쳐 이메일 등으로 건네받고 김앤장에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는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이외에도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평택·당진항 일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 등 법원과 밀접하게 연관된 헌재 사건의 내부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편든 양 
서류 감수도

한 변호사는 그해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만나 징용소송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검찰은 옛 사법부가 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김앤장에 재판 방향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불법 수집한 다른 기관들의 기밀까지 넘겨줄 만큼 심각하게 유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헌재 기밀유출이 법원행정처장을 연달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직권남용 혐의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6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제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만 남겨두고 있다.
 

▲ ▲대법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오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경우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달 19일과 23일 각각 박·고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한 이후 수차례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열린 이른바 ‘2차 삼청동 회동’에 법원 측 대표로 참석해 청와대 및 외교부 등과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기존 판결내용 수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김앤장 사상 첫 압수수색 
강제징용 등 다수 재판개입 혐의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 양승태 사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를 편법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옛 통진당 재판에 개입하고 양승태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사건 때 윤인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연락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대로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또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로비 사건 때 일선 법원서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두 전직 대법관을 이미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를 나눠서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 출석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 등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이를 훼손한 이번 사건은 중대한 구속사안”이라며 “두 명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들의 진술과 상당히 다른 진술을 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건 정보
고스란히 넘겨  

검찰은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상 지시관계에 따른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최종 책임은 조직의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에 이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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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