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위험한 거래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0 09:48:58
  • 호수 1195호
  • 댓글 0개

전범기업 도우려…잘못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삼성 다음 가는 성역으로 불린다. 그런데 김앤장이 설립 이례 최초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 김앤장 법률사무소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앤장을 지난달 12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한모 변호사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무실이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외교부의 가교 역할을 했던 곽 전 비서관 혐의는 지난 9월 소환 당시부터 드러났지만 한 변호사가 수사 대상이란 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와
가교 역할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는 두 살 터울로 서울대 법대 동문에 1994년 법원행정처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관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직 시절인 2012년 한 변호사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2015년 5월∼2016년 10월 최소 세 차례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을 ‘비밀 접촉’이라고 표현했다. 이 만남서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에게 ‘청와대·외교부와 김앤장의 의중대로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와 일제 전범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 변호사는 당시 수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김앤장 내 송무 파트를 이끌며 소송 논의 과정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법조계 연구 모임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소속이다. 김앤장은 징용 소송서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 측 변호를 맡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강제 징용 소송 처리에 대한 사법부 수뇌부의 의중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당시 행정처 차장)이 한 변호사에게 사전에 언급한 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양승태, 재판 상황 알려줬나
변호사 독대 등 부적절 만남

나아가 한 변호사와 접촉한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요청서’라는 김앤장 측 문서에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지침을 언급하라고 첨삭해주고, ‘요청서’를 ‘촉구서’로 바꾸도록 감수를 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작성된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는 2016년 10월6일 대법원에 제출됐다.

지난달 공개된 임 전 처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법원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도 소속된 김앤장을 통해 정부에 유리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의견서를 외교부가 빨리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은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재판 계획을 김앤장이 공유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처장에게서 ‘청와대·외교부·대법원’ 3자간의 소송 관련 진행 계획을 수시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소송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대법원은 의견서 내용을 참작해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3자 간 합의돼있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강제징용 소송을 전합에 넘기기를 바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기존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합 회부와 그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논의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곽 전 비서관도 2015년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판결을 고의로 늦추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판사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다.

3차례 이상
비밀 회동

검찰은 앞서 곽 전 비서관의 김앤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그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곽 전 비서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관련해 실무회의 등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더불어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한일청구권 협정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빼내 김앤장에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헌재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법소원 관련 기밀을 넘겨 받아 김앤장에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김앤장과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일본에 대한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김용헌 당시 헌재 사무처장은 2015년 9월 헌재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질의를 받고 “금년 말까지 마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헌재에 파견 나가있던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법소원 사건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헌재 연구관 보고서 등을 10여차례에 걸쳐 이메일 등으로 건네받고 김앤장에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는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이외에도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평택·당진항 일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 등 법원과 밀접하게 연관된 헌재 사건의 내부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편든 양 
서류 감수도

한 변호사는 그해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만나 징용소송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검찰은 옛 사법부가 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김앤장에 재판 방향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불법 수집한 다른 기관들의 기밀까지 넘겨줄 만큼 심각하게 유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헌재 기밀유출이 법원행정처장을 연달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직권남용 혐의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6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제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만 남겨두고 있다.
 

▲ ▲대법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오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경우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달 19일과 23일 각각 박·고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한 이후 수차례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열린 이른바 ‘2차 삼청동 회동’에 법원 측 대표로 참석해 청와대 및 외교부 등과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기존 판결내용 수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김앤장 사상 첫 압수수색 
강제징용 등 다수 재판개입 혐의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 양승태 사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를 편법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옛 통진당 재판에 개입하고 양승태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사건 때 윤인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연락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대로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또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로비 사건 때 일선 법원서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두 전직 대법관을 이미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를 나눠서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 출석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 등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이를 훼손한 이번 사건은 중대한 구속사안”이라며 “두 명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들의 진술과 상당히 다른 진술을 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건 정보
고스란히 넘겨  

검찰은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상 지시관계에 따른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최종 책임은 조직의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에 이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