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④괴산 숲속작은책방

고즈넉한 전원주택 단지에 자리한 가정집 서점

▲ ▲가을 여행에 딱 어울리는 숲속작은책방 전경

어느새 가을이다. 단풍이 절정이다.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여행 떠나기 좋은 계절, 책 읽기 좋은 때다. 집을 나서서 어딘가로 떠나보자.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가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아예 책방으로 가보면 어떨까. 책방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딱 어울리는 곳이 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에 자리한 ‘숲속작은책방’이다.
 

▲ ▲잔디가 깔린 마당 한쪽에 피노키오가 조각된 오두막이 있다.

서점은 동화책이나 일러스트북에 등장하는 집처럼 예쁘다. 야트막한 나무 담장 뒤에는 잔디가 깔린 마당이 아담하고, 분홍색 벽에 테라코타 기와를 인 이층집이 서 있다. 
 

▲ ▲책 읽기 편해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테라스

서재·거실 분위기 눈길

오른쪽으로 피노키오가 조각된 커다란 오두막이, 왼쪽에는 해먹이 걸린 정자가 있다. 데크에는 책 읽기 편해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도 놓였다. 담장 옆에 붙은 간판이 아니면 서점인지 모를 정도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어느 작가의 서재나 거실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사방 벽에 책이 빼곡하다.
 

▲ ▲아이들과 책방 나들이하기 좋다.

미루마을은 한 대학교 동창들이 조성한 전원 마을로, 57가구가 모여 산다.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저탄소 녹색 마을이기도 하다. 숲속작은책방은 지난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출판사에서 일하던 백창화씨는 아들에게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어린이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책으로 작은 사립 도서관을 만들었고, 아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자 오랫동안 꿈꿔온 귀촌을 결심했다. 때마침 지인에게서 괴산 전원주택 단지에 머물 만한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2011년에 이삿짐을 쌌다. 전원생활을 열망하던 회사원 남편도 기꺼이 동참했다.
 

▲ ▲‘가정식 서점’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인 부부가 좋아하는 책이 많다.

“책이 1만권쯤 있었죠. 이 책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라는 책을 봤어요.” 영감을 받은 부부는 35일 동안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영국에 있는 책 마을을 돌아봤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계획이 무산돼 책방을 열었다. 
 

▲ ▲주인의 마음이 담긴 글이 곳곳에 있다.

책꽂이에는 나름의 분류법에 따라 책을 진열했다. 실용서나 경제·경영, 자기 계발 분야 책보다 인문·교양서와 에세이가 주로 보인다.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 집과 집 짓기, 마을 만들기, 노년과 죽음에 관한 책도 눈에 많이 띈다. 판매하는 책은 대략 3000종이다. 책꽂이를 비롯한 가구는 남편 김병록씨가 직접 만들었다.
 

▲ 2층에 마련된 그림책 전시 공간

가정집에 문을 연 ‘가정식 서점’이라는 특성 때문에 책을 많이 둘 수 없으니 부부는 좋아하는 책 위주로 선택했다. 창가 쪽에 놓인 책이 부부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책이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 동화책, 그림책, 인문학, 환경과 생태 관련 책이 많고 모두 신간이다. 외국 동화책도 상당히 눈에 띈다.
 

▲ 다양한 소품으로 따스함을 더한 내부

손님은 책을 고르다가 편히 앉아서 책을 보고 주인장에게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들어오면 반드시 책 한 권은 사야 하지만 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책을 사는 자체가 책방을 살리고 지속성을 유지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 ▲2층에 마련된 그림책 전시 공간

동화책에 등장하는 예쁜 2층집
유럽 책 마을 모티브로 책방 열어

책방을 연 지 벌써 4년째.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나, 입소문과 SNS를 통해 단골이 생겼다. 지난해에만 5000 여명이 다녀갔다. 임대료나 인건비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 것도 지금까지 별 어려움 없이 운영하는 비결이다. 소요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숲속작은책방의 매력이다.
 

▲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좋은 다락방

책방을 둘러보면 부부의 따스함과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부부가 권하는 책에는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써서 띠지로 둘렀다. 군데군데 놓인 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 같은 소품도 따스함을 더한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책이 빼곡하다.
 

▲ 명승 110호로 지정된 괴산 화양구곡의 3곡 읍궁암

침대와 책꽂이가 놓인 다락방에서는 북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부부가 유럽의 책 마을을 둘러볼 때, 책방 2층 숙소에서 여행객이 오랫동안 머무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을 읽으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꽃을 피울 때가 많죠. 요즘엔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이 늘었어요.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와 다락방에서 하룻밤 머물며 책을 본 추억이 자라면서도 책을 가까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 산막이옛길 전망대에서 본 괴산호

괴산에는 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 많다.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면 책방 여행을 마치고 화양구곡에 가보자. 구곡(九曲)은 강이 굽이쳐 흐르는 절경이 있는 계곡을 일컫는다. 괴산 화양구곡은 명승 110호로 지정됐다. 그 이유를 “속리산국립공원 내 화양천을 중심으로 약 3km에 걸쳐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좌우 자연경관이 빼어난 지점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구곡이 많지만 괴산 화양구곡은 1곡부터 9곡까지 거의 완벽하게 원형을 유지한다”고 밝힐 정도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곳이다. 화양구곡은 1곡 경천벽, 2곡 운영담, 3곡 읍궁암, 4곡 금사담, 5곡 첨성대, 6곡 능운대, 7곡 와룡암, 8곡 학소대, 9곡 파천이다.
 

▲ 괴강국민여가캠핑장의 캐러밴 사이트

산막이옛길을 걸으며 가을에 흠뻑 빠져도 좋다. 산막이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막혀 달천을 가로질러야 들어갈 수 있는 오지였다. 1957년 괴산댐을 건설하면서 물길마저 사라졌고, 마을 사람들은 산막이길을 만들어 겨우 나다녔다. 이곳을 걷기 길로 정비한 것이 바로 산막이옛길이다.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괴산호가 비경이다. 산막이마을까지 걸어갔다가 출발점으로 돌아갈 때는 배를 이용해도 좋다. 출발점 근처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사이를 유람선이 수시로 오간다.
 

▲ 괴산의 별미, 어죽국수

다락방 북스테이 경험

괴강국민여가캠핑장에서 자연과 하룻밤 보내는 방법도 추천한다. 오토캠핑 사이트 47면(장애인 오토캠핑 사이트 3면 포함)과 캐러밴 사이트 5면, 대형 텐트 사이트 5면, 방갈로 사이트 3면을 갖췄다. 캠핑장 인근에 괴산의 별미인 어죽국수를 잘하는 집이 있다. 맑은 물에서 잡은 각종 민물고기를 넣고 푹 끓인 뒤, 면을 넣어 만든다. 고춧가루와 후춧가루, 제피 가루 등을 듬뿍 넣어 먹으면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숲속작은책방→화양구곡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숲속작은책방→화양구곡
둘째 날: 산막이옛길 트레킹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괴산군 문화관광 www.goesan.go.kr/tour/index.do
- 숲속작은책방 https://blog.naver.com/supsokiz
- 괴강국민여가캠핑장 www.gsyouthcamp.co.kr  

문의 전화
- 괴산군청 문화관광과 043)830-3455
- 숲속작은책방 043)834-7626
- 괴강국민여가캠핑장 043)833-290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괴산,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50~20: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청주·괴산·충주 방면→맹이재로→명태재로외사3길→숲속작은책방  

숙박 정보   
- 괴산흙내음: 칠성면 명태재로사은2길, 050-4109-6572
- 산막이옛길내려놓기펜션: 칠성면 명태재로, 043)832-9647, www.내려놓기.kr
- 산막이산장: 칠성면 산막이옛길, 043)832-5553, http://twincomsoft.co.kr/mtcabin


식당 정보
- 호산죽염된장(돼지된장양념구이): 청안면 질마로, 043)832-1388
- 산막이원조두부마을(자연산버섯전골): 칠성면 산막이옛길, 043)834-3223
- 얼음골봄(오리백숙): 감물면 충민로, 043)833-9117

주변 볼거리
수옥폭포, 조령산자연휴양림, 발효아카데미괴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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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