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여의도에 반기 든 진짜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4: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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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맞짱' 자신만만 "근원은 정치자금?"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한 정치권의 총공세에 바짝 엎드렸던 재계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요즘 재계를 향한 사회의 분위기는 마치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부르주아 타도’를 외치며 부자들을 죽창으로 찔러 죽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섬뜩할 때가 많다”며 “스페인마저 구제금융 절차에 들어가는 유럽발 금융위기와 미국경기의 침체, 중국 성장세 둔화 등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선 대선을 의식해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만을 강조하는 목소리만 커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재계의 비장한 각오가 느껴지는 일갈이었다.

 

지난 5월30일. 제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개원 첫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이른바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5단체는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리셉션'을 마련했다. 국회 임기 첫날 여야 의원들이 재계와 공식 상견례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과 전면전

그러나 참석한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중 100여 명 뿐이었다. 박근혜·문재인 등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원 구성도 못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개원 첫날부터 재계와 만찬을 즐긴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이 행사가 처음 열린 17대(2004년)와 18대(2008년) 국회 개원 때는 각각 16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각 당의 대표들은 축사를 통해 뼈가 있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에겐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했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기업에서 얼마나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는가 반성할 때가 됐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정치권이 힘써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데 오히려 재계의 사회적 역할만 강조하는 정치권에 놀랐다"며 "심지어 재벌개혁을 부르짖던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던 17대 시절에도 축사에서만큼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재계를 향한 정치권의 냉랭한 태도가 무척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날로 확산되는 반재벌 정서에 재계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반재벌 여론과 맞물려 정치권이 불공정행위 규제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까지 재계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와 정치권과의 팽팽한 기싸움은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치권에 대해서만큼은 재계는 늘 약자였다. 오죽하면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힘 있는 사람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으려고 돈을 냈다"는 발언까지 했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정치권과 전면전을 선언한 현 재계의 태도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여론 뭇매에 뿔난 재계 "더 이상은 못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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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한 재계의 행보는 무척 파격적이다. 재계는 최근 백서 형태의 <차기 정부 정책 건의서>를 발간해 잠정 대선후보군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퓰리즘 대선정국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한편으로는 재계가 내놓은 건의사항을 후보군들이 얼마나 수용하는가에 따라 사실상 '대선후보검증'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철저히 중립을 지켜왔던 재계로서는 이례적이다. 

뿐만 아니라 재계는 일부 헌법에 대한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의 싱크탱크 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 적정 소득분배, 시장 지배력 및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해 정부가 경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헌법 119조2항에 대해 '남용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항 삭제에 찬성하는 측은 "경제민주화는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경제활동의 과정과 결과에 멋대로 개입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시도"라며 "이는 전체주의나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재계는 각 정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분석한 내용과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대기업의 책임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달아 준비하는가 하면 19대 국회 개원을 맞아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부당 납품단가 감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하도급거래 개선정책과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정책 등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관련 입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재계의 행보에 대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대선을 앞둔 정치권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만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경제민주화 조항 폐지주장에 대해 "대단히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새누리당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마치 경제를 저해시킨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날을 세웠다.


대선정국은 '기회'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이번 싸움이 승산 없는 싸움이 아니냐고 하지만 설사 승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의 공세에 더 이상 반격을 하지 않는다면 대선을 앞둔 각 정당들이 손쉽게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대량으로 쏟아낼 우려가 있다"며 "공개적인 반발을 통해 최소한 여론의 환기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재계에 대한 압박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룬다고 하지만 오히려 투자심리 저하 등 국내경제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에서도 잘 알고 있다. 재계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하나같이 재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대선자금 마련을 위해 결국 기업들의 후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며 "대선정국은 그런 의미에서 위기이자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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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