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4>복합쇼핑몰 파급효과

백화점 들어서면 그 주변도 뜬다!

최근 부동산 입지 중 인근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 대규모 상업시설이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분양 광고에는 ‘인근 대형 마트 입점’등과 같은 대형 상업시설과의 접근성을 강조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상업시설이 필수적인 생활편의시설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상업시설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 인기
인근 시장에 호재로 작용…주거·투자가치 높아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전용면적 84㎡ 규모의‘문래자이’아파트는 타임스퀘어 착공 직후인 2004년 1월 4억8000만원에서 완공시점인 2009년 9월 6억6750만원으로 약 2억원 가량 올랐다.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삼성동 코엑스, 동탄 메타폴리스몰 등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은 인근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다퉈 복합단지 개발
전국 주요도시 건립붐

단순 쇼핑만 즐길 수 있는 백화점이나 상가와는 달리 대형 복합쇼핑몰은 지역 상권의 중심지로 발전함은 물론 쇼핑, 놀이, 공연, 교육 등을 한 번에 편리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복합쇼핑몰 인근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을 주목해야 할까.
송도를 비롯해 평촌, 의정부, 하남 등에 대형백화점을 낀 복합쇼핑단지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어서 일대 부동산시장의 훈풍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사가 쇼핑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역이나 그간 편의시설 부재로 주민들의 개점 요구가 높았던 수도권에 앞다퉈 백화점을 낀 복합단지 개발에 나서면서 침체된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최근 건립붐이 일고 있는 대형 복합쇼핑단지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아웃렛, 공연장, 문화센터, 영화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비롯해 경우에 따라서는 호텔도 함께 지어진다. 쇼핑과 문화생활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보니 유동인구도 풍부하다. 편리한 생활여건을 찾아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백화점 직원 및 관계사들로 인한 지역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까지 꾀할 수 있어 주변 부동산 시장에서는 더없는 대형 호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형 상업시설은 인근 아파트 가격상승을 좌우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특히 도심 라이프스타일이 강조되면서 대규모 상업시설은 식료품과 생필품 쇼핑뿐만 아니라 문화생활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선호된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 송도국제도시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쇼핑타운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이 백화점과 호텔, 마트, 영화관 등으로 구성된 ‘롯데몰 송도’(가칭)의 착공시기를 올해 4분기로 발표한 데다 이랜드그룹의 이랜드리테일이 송도IBD내 F6 블록 일대에 NC백화점, 쇼핑몰 등을 포함한 복합쇼핑단지, 호텔, 오피스 등의 개발계획을 밝히는 등 롯데와 이랜드의 복합쇼핑타운 조성으로 이 일대 부동산시장이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안양 평촌신도시 = 평촌신도시에서는 기존에 영업 중인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에 이어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이 지역 유통시장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8층∼지상 30층, 연면적 18만2000㎡ 규모로 지어지는 GS복합쇼핑몰의 저층부 10개 층에 입점하게 된다.

▲김포 롯데몰 김포공항 =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앞에 조성 중인 ‘롯데몰 김포공항’은 대지 면적이 19만4700㎡(약 5만8900평)로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롯데몰은 내부에 백화점·쇼핑몰·할인점·영화관·호텔 등 다양한 시설을 짓고 대규모 용지에 테마파크·공원 등을 조성해 ‘도심 속 휴양지’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하남 유니온스퀘어 = 서울 강동구와 바로 인접해 있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에는 신세계그룹이 2015년까지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수도권 최대 복합쇼핑몰인 ‘하남 유니온스퀘어’를 짓는다. 11만7000여㎡에 건축 연면적 33만여㎡ 규모로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 패션전문관, 영화관, 공연 및 전시시설 등이 들어선다.

▲의정부 복합쇼핑센터 = 상반기 중 경기 의정부시에 초대형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 의정부역사점이 들어선다. 연면적 14만5124㎡ 규모로 백화점 매장뿐 아니라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 서점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복합쇼핑몰을 선보일 계획이다. 의정부 상권은 현재까지 백화점이 출점되지 않아 경쟁 점포가 없는 데다 의정부와 주변 지역을 포함하면 상권 규모가 100만명이 넘는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는 2017년까지 최고 56층의 대형복합단지 ‘에콘힐’이 조성된다. 주상복합 5개 동을 비롯해 30층 규모의 업무용 빌딩, 8층 높이의 백화점 등 총 10개 동 건물이 지어진다. 에콘힐에는 현대백화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대전 유니온스퀘어 = 대전 서구 관저동 일대에 조성되는 대형 복합쇼핑몰 ‘신세계 유니온스퀘어’는 2015년 입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34만여㎡ 규모로 들어설 신세계 유니온스퀘어에는 총 부지의 30%인 10만여㎡는 아울렛 쇼핑시설로, 나머지 24만여㎡는 아이스링크와 암벽타기 등의 스포츠 시설, 영어체험교실 등의 교육시설, 테마파크 등의 교육·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 센트럴스퀘어 = 부산 서면 도심 한가운데 개장한 복합쇼핑몰 ‘센트럴스퀘어’는 서면 ‘더샵 센트럴스타’ 내 지하 2층∼지상 2층 총 4개 층에 약 3만4800m²규모로 조성된다. 부산지역 최대 유동인구를 가진 서면 상권 내에 들어서는 센트럴스퀘어는 서면 지역에서 부족한 휴게시설과 문화시설을 보완한 ‘도심 속 휴양 쇼핑몰’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영업면적의 절반 가량을 문화 휴게 놀이시설로 꾸몄다.

복합쇼핑몰(몰링형 상가)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2009년 오픈했다. 연면적이 36만㎡(약 11만평) 정도다. 엄청난 크기다. 여기에다 경방백화점을 신세계2로 개조했고, 그와 붙여 기존 신세계백화점이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다. 전체 연면적은 38만7300㎡(11만7000여 평) 정도다.

이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면서 영등포 상권에 대 변화가 벌어졌다. 기존 부도심 상권은 침몰하고 타임스퀘어에는 인파가 몰렸다. 영등포역세권 백화점인 롯데도 침체를 입을 정도.

초대형 타임스퀘어
영등포 상권 바꿔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롯데백화점 영향력이 영등포 상권에서 가장 컸다. 2007년 매출이 5000억원 규모였다. 타임스퀘어가 자리 잡으면서 2010년 기준 롯데는 4900억원으로 주저앉았고 타임스퀘어는 1조2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매출고를 올렸다. 타임스퀘어와 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경방 신세계와 기존 신세계백화점의 매출도 2007년 각각 1200억원, 1300억원에서 2010년 8200억원, 3800억원 껑충 뛰었다.

타임스퀘어는 상가 부동산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래서 요즘 이런 부동산 몰이 유행이다. 일명 몰링형 복합상가라고 불린다. 몰링형 상가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위축될 수도 있고 아니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변신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 상가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 상권의 변화에 대해 유심히 관찰해야 손해 보지 않는다. 대규모 몰링형 상가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 빠르게 변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체류형 몰링상가가 이처럼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속속 자리 잡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능력 있는 주체의 철저한 관리 및 운영이 꼽힌다. 수요분석을 기반으로 한 MD구성을 통해 선별적으로 업종을 입점 시킨 뒤 관리까지 일체형으로 진행시킨 게 안착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체류형 몰링상가들은 분양에만 급급한 일부 상가들과 달리 입점 후에도 지속적인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복합쇼핑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오락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인이다. 체류형 몰링상가에서 수시로 펼쳐지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들은 단순한 쇼핑을 뛰어넘어 진정한 여가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쟁 관계 상가 권리금↓
주요 상권 상가 임대료↑


최근 들어서는 체류형 몰링상가의 확대발전에 대해서도 긍정적 의견이 늘고 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도림 디큐브시티, 용산 아이파크몰, 동탄 메타폴리스 등 이미 여러 곳에서 검증받은 수요문화인만큼 추가 적용과 확장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강한 것이다.

체류형 몰링상가의 본격 도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합쇼핑몰 도입 전후로 철저한 계획과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개별 점포들의 수익률 저하와 경쟁격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과거 지역 내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테마쇼핑몰들 중에는 분양 이후 활성화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적 집단의 체계적 운영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대목이다.

한 상가전문가는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복합쇼핑몰들의 성공적 운영사례가 늘고 있어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상업시설 도입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체류형 몰링상가가 완전한 전국적 트랜드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신뢰와 노하우, 책임감을 가진 운영주체의 능력과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역·미아삼거리·신림역 등 주요 상업 지역에서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쇼핑몰과 경쟁 관계에 있는 상가의 권리금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형 부동산 정보업체 ‘에프알 인베스트먼트’가 건대입구역 로데오거리, 미아삼거리 역세권, 영등포역 일대, 신림역 일대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지역의 상가(1층·50㎡ 기준) 40개를 대상으로 권리금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10∼20% 정도 떨어졌다.

영등포역 맞은편 대로변에 있는 상가의 권리금은 2010년 1월 2억5000만원에서 최고 4억원까지 형성됐지만, 올 1월엔 최고 권리금이 3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에프알 인베스트먼트의 안민석 연구원은 “롯데백화점 등에 이어 대형 쇼핑몰인 타임스퀘어까지 등장하면서 수요가 겹치는 의류·외식 관련 업종의 수요가 쇼핑몰로 일부 넘어갔다”고 말했다.

미아삼거리 역세권에 있는 11개 상가의 평균 권리금도 2010년 3억4000만∼4억원에서 올 1월 3억원 중반대로 낮아졌다. 건대입구역 로데오거리 주변 8개 상가의 권리금도 2억2000만∼2억7000만원에서 1억4000만∼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주요 상권에 있는 상가의 월 임대료는 오름세다. 미아삼거리 상가의 월 임대료는 2010년 330만∼400만원에서 최근 350만∼520만원까지 상승했다.

안 연구원은 “주요 상권의 1층 상가는 프랜차이즈 경쟁이 심해져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계약을 끝나면 임대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료가 오르다 보니 일부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 도움
동종업종은 피해

이와 반대로 대형 쇼핑몰과 업종이 겹치지 않는 상가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생기면 유동 인구가 많아져 상권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 쇼핑몰이 전반적인 상권 활성화에는 도움을 주지만, 경쟁 관계인 업종은 매출이 주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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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