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김두관 띄우기’ 진짜 노림수 추적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6.09 19: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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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나무 위에 ‘홀로’ 올려놓고 ‘힘 빠지면’ 추락시키기?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보수언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권의 대선주자가 아닌 야권의 김두관 경남지사를 연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조선일보>가 그들의 검증된 무기인 ‘의제설정’ 능력을 가동한 것으로 풀이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에도 문재인 의원을 노골적으로 띄운 바 있기에 이번 역시 ‘정치적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보수언론의 김두관 띄우기 노림수와 실태를 분석해봤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그동안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며 스토리 있는 정치인으로 ‘대선 블루칩’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수언론들은 김 지사의 정치적 비중을 평가절하하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최근 보수언론들이 앞 다퉈 연일 김 지사를 띄워주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김 지사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에까지 생기를 불어 넣으며 고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보수언론들의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해석하며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뒤에 뭔가 복선이 한 자락 깔려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노부각, 호남배제
내부분열 조장 위해?

가장 먼저 부각되는 의혹은 정치적 노림수라는 것이다. ‘김두관 띄우기’로 야당의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속해서 김 지사를 필두로 친노를 부각시키고 상대적으로 구 호남계를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겨 내부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수 측은 손을 안 대고도 코를 풀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계속해서 친노를 부각시킬 경우 당 내부의 호남계와 비노 진영에서 김 지사에 대한 공격은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1-2등으로 당선되자 모든 언론들은 앞 다퉈 ‘친노의 부활’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조중동>은 일제히 ‘노무현이 돌아왔다’라는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친노세력의 부활을 크게 부각시킨 반면, 호남세력은 몰락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내부의 분열을 노린 것이다.

또한 지난 4·11 총선에서 친노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자 보수언론들은 ‘친노의 몰락’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계파인 친노세력을 몰락시키며 반면 비노세력을 연일 띄웠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민주당 6·9 전당대회 경선기간을 들 수 있다. 이한구-김두관 라인을 연일 띄우며 이해찬-문재인 라인을 공격했다. 이것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의 분열을 노리는 대목으로 읽혀진다.

자신들의 무기 ‘의제설정’ 능력 발휘하기 시작, 노림수 무엇?
문재인 한계 지적하는 정치적 프레임이자 견제용이라는 시각


실제 <조선일보>는 지난달 26일자 1면에 ‘김두관, 총선 패배 책임 문재인에도 있어’라는 기사를 김 지사 얼굴사진과 함께 크게 내보냈다. 김 지사가 민주당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총선 패배에 대한 문 상임고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한 내용이다.

일전에 <주간조선>에서 김 지사와의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해석해 ‘문재인 대통령감 아니다’라고 표지에 다루며 대서특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내부분열을 노린다는 것이다.

<조선>은 지난달 28일 ‘김한길 뒤에 김두관 있다’라는 제목으로 1면에 다시 김 지사를 등장시켰다. 다음 날에는 ‘노의 비서실장과 리틀 노무현, 무엇이 같고 다른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문 의원과 김 지사를 비교한 사설이다.

<조선>은 ‘김두관 지사가 김한길 후보를 도운 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 후보와 문 고문이 이를 문제 삼을 처지는 못 된다’며 김 지사 쪽을 거들었고 이어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표현은 문 의원을 일컫는 수식어로 그를 ‘노무현 프레임’에 가두는 의도로 읽혀진다.

반면 김 지사에 대해서는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뚝심 하나로 정치인으로 성장해 온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을 빼닮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측근’도 다 같은 측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결국 문 의원의 한계를 지적하는 프레임이다.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노무현 프레임 가두기

또 다른 노림수로 참여정부의 ‘과’를 떠안기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미FTA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 현 정부의 많은 현안을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됐다는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40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층이 있지만 안티층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친노세력들은 노 전 대통령을 감싸고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공략하기 쉽다는 의식도 깔려있다.

주목할 대목은 <조선>은 문 의원은 물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견제할 때도 김 지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은 지난달 5일자 ‘김두관 지사 안에 직격탄’이라는 기사에서 ‘김 지사는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고 한다며 그 사람이 유명하고 지지율이 높다고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정치는 안 된다고 했다.

안철수 원장이 선거나 국정운영 경험 한 번 없이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이 김 지사를 활용해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분류되는 문 의원과 안 원장 견제에 나선 것은 ‘이명박-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을 위협하는 두 사람의 힘을 우선 빼놓아야 한다는 노림수로 보고 있다.

진짜 목적은 ‘김두관 띄우기’가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견제’라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의 파괴력을 조기에 꺾어 놓는다면 정권 재창출은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조선>이 이끄는 ‘언론 프레임’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문 의원과 안 원장에 대한 견제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범야권의 경선흥행에 불을 지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이 “등장인물이 뻔할 뻔자인 새누리당극장과 주연·조연·엑스트라가 차례차례 얼굴을 드러낼 민주당극장, 어느 쪽이 관객을 끌어 모을지, 그게 질문이 될 수나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만큼 걱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 의원과 김 지사 모두 싱거운 승부 끝에 대선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 끝에 후보로 결정되는 것이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향신문> 은 ‘문재인과 김두관’이라는 칼럼에서 ‘문재인과 김두관. 두 사람이 4·11 총선 이후 패배주의에 빠진 민주당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각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혹여 소음이 일더라도 유쾌한 파열음일 뿐’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급등한 지지율
보수언론 덕?

현재 문 의원과 안 원장에 비해 지지율이 저조한 김 지사 입장으로 선 언론의 관심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보수언론의 연이은 띄우기에 1~2%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8%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시 지사직을 포기하는 배수진을 치고 나올 것이 확실시 돼 경선흥행 들러리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큰 꿈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김 지사에게 <조선>의 연이은 띄우기는 시간이 지나 ‘독배’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선>에 부정적 인식이 많은 야권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조선>이 띄우는 후보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지는 김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조선>이 노리는 또 다른 노림수라는 관측이다.

진짜 목적은 ‘김두관 띄우기’가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견제’
지금은 띄우지만 결국은 <조선>이 지지하는 ‘안티정서’로 갈 것

김 지사도 이러한 사실이 부담 됐던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아침기사를 보니 조선일보가 또 야권분열공작에 나섰군요. 저와 문재인 의원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애를 쓰네요. 예전에는 노무현 죽이기를 하더니 이제는 교묘하게 김두관 죽이기를 하는군요. 제가 그만큼 컸나보죠?”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며 견제했다.

또한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한다는 면에서는 당연히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나나 친노”라면서 “친노를 좁히면 패밀리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정치권 내에) 꽤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패밀리 개념 속에 포함되기는 그렇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자의 “‘노무현 Again이 아니라 Beyond노무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 데 이 역시 친노세력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참여정부의 공은 공대로 승계하되 과가 있다면 그것을 뛰어넘자는 뜻이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1면에 ‘김한길 뒤에 김두관 있다’고 크게 냈지만 경선과정에 “나는 엄정 중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 김 지사의 발언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이해찬 후보가 “김두관 지사야말로 ‘리틀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 아니냐”며 “그러니까 친노 중에서도 아주 핵심적인 분”이라고 반박한 라디오 인터뷰를 함께 보도하며 민주당내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듯 한 보도를 했다.

보수언론의 띄우기
‘독’으로 돌아온다?

결국 때리기 위해 몸집을 키워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지지율이 8%로 급등하고 출판기념회 일정 확정과, 포럼·토론회 참석 등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대놓고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띄우기와 때리기를 했던 프레임과 아주 흡사하다.

범야권의 대선후보군들이 또 다시 보수언론의 이러한 ‘대선 프레임’에 걸려든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할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보수언론의 덫에 걸려들지 않고 선의의 경쟁으로 경선과 본선에서 흥행몰이를 하느냐 못하느냐가 야권 승패의 관건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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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