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들, ‘이명박·노무현 지우기' 본격 스타트 내막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05 10:10:20
  • 댓글 0개

‘공’보다 부각되는 ‘과’, 버리고 지워야 산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여야가 본격 대선정국으로 돌입하며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대선출마를 공식화하며 행보를 넓혀가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물밑에서 움직임을 가속화 하는 후보들도 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대권을 향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에게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현직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에 너도나도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란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을 반년 남짓 앞둔 시점 대권 주자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전·현직 대통령 지우기에 나선 속사정을 파헤쳐 봤다.

임기말 대통령은 집권 여당으로서는 그야말로 ‘계륵’과 같은 존재다. 잘해야 본전인 대통령의 자리를 감안할 때 ‘공’보다는 ‘과’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를 안고가자니 부담이고 그렇다고 내치자니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시각으로 비춰질까 부담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후자를 택한 것 같다. 안고 가서 함께 몰락하느니 제 살길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임기말 대통령은
‘계륵’ 같은 존재

새누리당은 임기 말  인기가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와 선을 긋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통합당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데 몰두하는 모습이다.

여야가 모두 선을 긋고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데는 이들의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이 어렵고 이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

따라서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되 버릴 것은 버린다’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대선 주자들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한참이고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 각인된 전·현직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중대한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당시 연일 터지는 친인척 측근비리로 국민들이 등을 돌리자 이 대통령을 ‘버리고 가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그것도 친박계가 아닌 친이계 출신 의원들이 주장해 이 대통령을 당혹케 만들었다.

당시 친이계 의원들은 “결별할 거 결별하고 반성해야 한다. 헌집에서 새집 갈 때 짐을 다 가져 가야 하느냐. 먼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버려야 한다. 정리를 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을 버리고 갈 ‘짐’으로 비유하기 까지 했다. 또한 대통령의 탈당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탈당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박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박근혜의 이명박 버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반MB’의 대명사로 통하는 인물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며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가속화 했다.

당시 황영철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이제는 대통령의 친인척비리 등의 부분에 대해서 바람막이 역할을 더 이상 안 하겠다”고 아예 못 박기까지 했다.

새, 이명박 ‘부정적 이미지’와 선 긋기 안간힘
민, ‘노무현 그림자’ 벗어나 넘어서기 몰두


하지만 친이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섣부른 선긋기와 차별화는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계산하에서 한 발 물러섰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도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어 보인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부른 파이시티인허가 로비 사건과 불법 민간인사찰건, CNK 주각 조작 사건 등 자원외교 비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 등과 내곡동 사저,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이 직접 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안들은 이명박 정부의 악재들로 대선국면에서 봇물처럼 불거질 경우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로 부정적 후폭풍 완화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또한 박 전 위원장은 최근 ‘7인회 논란’에 휩싸이자 “(7인회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일축했다. 7인회의 보수적 이미지도 문제였지만 이명박 정권 창출의 주역이었던 6인회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인회의 일원이었던 이상득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은 검찰 수사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권자가 박 전 위원장의 7인회와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를 동일시할 경우 표심이 멀어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후폭풍
완화에 안간힘

민주통합당도 방향은 다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지우기가 한창이다. 지난 4·11 총선 구도에서 굳어진 ‘친노무현·비노무현’ 구도의 틀을 깨려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도 한창이다.

‘3년 탈상’을 한 친노 인사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그동안 ‘노무현’이라는 존재는 친노 세력에 정치적 자산이자 버팀목이었지만 추모 열기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고 여권의 노 전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논하는 과정에서 친노가 감수해야 할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때문에 친노 진영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노무현을 뛰어 넘어 ‘포스트 노무현’과 ‘비욘드 노무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노계의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의원은 앞서 노 전 대통령 3주기를 마친 뒤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한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가 “이제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놓았다”며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다짐해 이목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만하고 ‘노무현의 그림자’로는 정권교체에 한계를 느껴 자신만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도 노 전 대통령이 아닌 “한국의 룰라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 노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언급하며 차별화도 꾀했다.

김 지사는 “내가 행정가의 길을 걷다가 정치에 입문했다면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인으로 살았다”고 강조했으며 자신이 이장부터 시작해 남해군수, 도지사를 거치며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노 대통령이 ‘비주류의 주류’였다면 나는 ‘비주류의 비주류’였다”며 “주류사회와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은 나의 약점이자 강점이다”고 밝히며 그동안 “노무현 비욘드”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는 점도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대통령 거리두기 작업, 대권 주자 선과제
“탈당 요구 관행 계속” 비난 목소리 높아

하지만 김 지사는 “‘리틀 노무현’이 그런 정신과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리틀 노무현’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받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친노계의 대선주자 2인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은 하되 그를 넘어서겠다고 밝힌 반면 범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은 공개적으로 ‘노무현을 잊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주최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제 노무현은 잊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며 “탈상도 했으니 친노·비노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친노가 어디 있고 비노가 어디 있느냐”며 “정말 무의미하고 민주당의 힘을 약화시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와 선긋기가 본격화 되자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선이 20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책 구상은 뒤로하고 이미지 구축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역대 정권 임기 말에 집권당이 인기 없는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던 것을 예로 들며 나쁜 정치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후보자들은 어느 정도의 정책적 차별화는 필요하겠지만 정치적으로 대립할 경우 대권 행보에 누가 될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실제 과거 유력 대선주자들이 ‘레임덕(권력 누수)’ 국면을 활용해 임기 말 현직 대통령과 대립했다가 결국 손해를 본 선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대립 아닌
정책 대결 돼야

또한 민주통합당 후보들도 자칫 ‘친노-비노’ 대립이 격화된다면 새누리당의 ‘친이-친박’구도처럼 ‘한 지붕 두 가족’사태가 발생해 당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으로 심화될 염려가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는 국민들에게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책 분야가 아닌 자신들만의 기득권과 계파 챙기기에 급급 한다면 국민들은 표로서 심판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점점 과열되고 있는 대선 정국의 결과가 궁금 해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