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박근혜 ‘박 터지는 승부수’ 전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9 11: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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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 중 한쪽은 ‘쪽박’ 한쪽은 ‘대박’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박지원 두 ‘정치거물’이 대선을 반년 남짓 앞두고 ‘박’ 터지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애초 설전에서 시작된 공방전은 양측이 서로 맞고소를 하며 판이 제대로 커졌다. ‘미래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원샷 원킬 스나이퍼’로 유명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한 치의 양보 없는 혈투에서 살아남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죽여야 사는 두 거물의 숙명적인 한판 대결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와 연루 의혹을 두고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박씨와 자신의 회동설을 주장한 박지원 원내대표를 고소한데 이어 24일에는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 측 인사 2명을 고발했다.

양측은 모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또한 이들의 승패 결과는 대선정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져 더 이상 둘만의 싸움이 아닌 정치권의 ‘빅 매치’로 확전됐다.

정치권의 ‘빅 매치’

이번 공방의 포문은 박 원내대표가 열었다. 지난달 18일 당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수차례 만났는데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박태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9일 다시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위원장, 사실 부인? 밝혀집니다. 누가 진실인가를 검찰에서 말할 차례”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박 전 위원장을 이를 참지 못한 듯 이틀 뒤인 21일 박 원내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쟁 대신, 정면 승부를 통해 조기대응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22일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를 흥분하게 한다”고 고소를 반겼다(?). 

박 전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해 네거티브를 뿌리 뽑고 결과도 소상히 밝혔으면 한다”고 고소 의지를 확고히 했다.

‘양측의 입’도 나섰다. 23일에는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박 원내대표의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 “흥분된다”라고 말한데 대해 “뒷골목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깐죽거림은 정치가 아니라 장난”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갖고 있는 관련자료를 다 공개해야 한다. 그것도 지체 없이 즉각 해야 한다”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통합당도 즉각 성명을 내고 “대변인까지 한 사람이 야당 대표의 의문 제기에 대해서 막말을 한 데 대해서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즉각 맞받았으며 “박 전 위원장 치마폭에서 잘 보이려고 막말을 하면 한자리를 얻는가”라고 원색비난을 퍼부었다.

이규의 수석대변인은 “고소 고발로 ‘고소공주’라는 별칭까지 들어가며 무차별로 ‘고소행진’을 벌이는 것이 대통령 후보감인지 이정현 의원이 답해보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러자 서병수 새누리당 신임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박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그런 진술과 육성을 가지고 있다면 즉시 검찰이나 언론에 이렇게 내어서 제시를 해야 될 것”이라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런 행위, 현행법으로 당연히 처벌해야 되고 검찰에서도 빨리 수사해야 된다고 본다”며 검찰에 신속한 수사착수를 촉구했다.


24일에는 한 언론사가 익명의 친박계 의원과 박 전 위원장 측근이 “박지원과 박태규가 가깝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박지원의 거짓말이 다시 도졌다”고 보도한데 대해 민주당 측은 맞고발 했다.

이처럼 박 원내대표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벼르는 상황이고 박 전 위원장 측은 “즉각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측은 당장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로비스트와 만났다는 의혹제기만으로도 충분한 공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박태규 만난 적 없는데 계속 허위 네거티브” 
박지원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싶어 기뻐”

논란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에선 “박 원내대표가 깔아놓은 ‘덫’에 박 전 위원장이 빠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로비와 돈이 오갔다면 큰일이지만 박 전 위원장이 박씨를 만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사안”이라며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이 ‘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고소를 해놓고 보니 박 원내대표가 박씨를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는 ‘거짓말 프레임’에 들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회장을 만난 적 없다”고 했다가 함께 찍은 사진이 드러난 뒤 낙마한 것처럼 작은 거짓말이 큰 도덕적 결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치 일정을 다 확인했지만 분명히 (만난 적)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여러 명 만나는 자리에 박씨가 끼어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박 원내대표가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의 고소에 맞서 무고로 맞고소를 할 것이란 소식도 들리고 있어 로비스트 박씨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두 거물의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저축은행사태는 서민의 쌈짓돈을 힘을 가진 자들이 제 멋대로 굴려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여기에 연루됐다는 ‘설’만 나와도 정치인으로서는 타격을 면키 힘든 게 사실이다.

진실은 무엇?

박 원내대표로선 자칫 의혹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닥칠 정치적·도덕적 비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국회와 청와대를 넘나들며 정치권에 몸담았던 박 원내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이처럼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는 뭔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고소를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는데도 명확한 근거자료를 내놓는 대신 말만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혹시 박 원내대표가 공수표를 날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진위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은 ‘쪽박’을 차게 될 ‘박’ 터지는 싸움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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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